https://youtu.be/FoshA2Q5EzU?si=E3cbi_grrsxwM4bo
Beethoven:Symphony No.7 in A major Op.92 / Wilhelm Furtwängler & Berliner Philharmoniker 1943
푸르트뱅글러의 2차세계대전중의 연주들은 독일의 패전뒤 베를린을 점령한 러시아군에 의해서 약탈됐다가 그후 40년이 지나서야 독일에 그 테입들이 반환됐었는데 어찌된 이유인지 러시아제 MELODIYA의 CD에는 4악장 도입부 직전의 두번의 ff가 다른 녹음을 땜질한 듯 이 음반처럼 온전하지 못하고 이미 저작권을 상실한 녹음이기에 MUSIC & ARTS등에서 내놓은 CD들도 그런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음질도 푸르트뱅글러가 남긴 "전쟁 중 녹음" 중 가장 우수하다. DG는 푸르트뱅글러의 전쟁중 녹음들을 원래 씨리즈물로 발매했었으나 (라이센스 LP가 흔하다) 모두 폐반시키고 이 음반만 유일하게 DG의 카달로그에 남겨두고 있다. 이 음반을 듣지 않고 푸르트뱅글러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의 위대함이 한장에 압축되어야 한다면 바로 이 베토벤 5번 & 7번 음반이 될 것이다.
1악장을 여는 도입부의 f를 들어보라. 이는 일종의 굉음에 가깝게 들리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럼펫과 팀파니를 뼈대로 하고 현과 목관이 살이되어 있는 것이다. 많은 지휘자들이 이런 울림을 만들어 낼려고 노력했으나 어설픈 모조품외엔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지휘자라면 이런 강인한 f가 과연 '뒷감당'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게 만들 수도 있지만 곧이은 최초의 ff에서 눈부시게 뿜어져나오는 무시무시한 트럼펫은 팀파니로 마무리될 때까지 초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직구가 볼 끝이 살아있듯이 그 소리의 끝이 살아있다.
이런 해석은 카라얀의 마지막 녹음에서 비슷하나마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푸르트뱅글러의 해석에선 전쟁중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행해진 연주가 아니면 불가능할 몸서리쳐지는 공포가 서려있다. 저현의 또렷한 크리센도 후에 34번째 마디부터의 두번째 ff는 더욱 장관이다. ff후의 관의 sf들은 뒤로 갈 수록 거대한 크리센도 (악보에는 없다)를 만들면서 초반엔 목관과 트럼펫이 공존하다 중반이후엔 트럼펫이 오기로 밀어부치는 듯 관현악의 최상위에 올라앉더니 후반엔 다시 한번 불같은 강렬함을 쏟아내면서 한껏 웅대한 호연지기를 살리고 있다.
이 도입부는 이 음반전체 중 가장 위대한 해석으로 비록 고악기를 쓴 녹음들에서 -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긴 했지만 - 비슷한 밸런스를 찾을 수 있긴하지만 푸르트뱅글러의 전쟁 중 녹음만한 것은 앞으로 몇십년을 기다린다고 해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제시부 직전의 ff에선 (53번째 마디) 처음 ff는 현이 중심이되고 바로 다음 ff에선 (55번째 마디) 금관이 중심이 되는 것은 묘하게도 번스타인/빈 필 음반과 꼭 같다. 제시부를 여는 플룻의 노래는 43년 녹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음색이 또렷하게 살아있다.
89번째 마디의 제시부 첫 ff는 모노 음반의 한계 때문인지 약간 포화된 울림으로 디테일이 잘 구분되지 않는 점은 옥의 티다. 제 2주제는 토스카니니의 음반을 듣지 않은 한 악보대로 강인하게 연주된 음반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역시 이 음반도 그 점은 어쩔 수 없다. 푸르트벵글러가 이렇게 해버림으로 해서 다른 후배 지휘자들이 자연스레 그를 따랐을 지도 모른다는 것은 뒤에 EMI에서 행했던 음반에서도 이 부분의 해석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 종결부는 예의 그 흰색으로 빛나는 트럼펫을 다시 만날 수 있고 마무리도 매우 훌륭하다.
전개부에서 호른과 목관의 ff에 트럼펫이 ff로 길게 답하는 205번째 마디 이후도 물론 확실하게 강조되어 있다. 이후 254번째 마디에선 실로 무시무시한 클라이막스를 만날 수 있다. 이 당시 베를린 필의 금관주자들의 기교는 현대 베를린 필의 그것 이상으로 투티의 안정감은 그 어느 연주보다 돋보인다.
재현부 초반의 16분음표와 4분음표로 된 리듬을 연주하는 관들의 밸런스는 역시 훌륭한 것으로 관들이 용인될 만큼의 시간차를 두고 살짝 어긋나게 등장하는 것이 강인한 울림에도 많은 악기소리가 들리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 2주제는 제시부와 다르게 트럼펫으로 리듬을 만들어가는데 쓰고 있는 것도 후의 지휘자들이 많이 따라한듯하다. 곧이은 ff에서 계속된 짜릿한 ff를 만들어 주며 재현부 끝의 트럼펫의 번쩍이는 음색과 또렷한 기교도 완벽하게 코다로 넘어간다.
코다는 확실한 크리센도후에 ff로 장대한 클라이막스를 만든 후 432번째 마디 이후의 트럼펫과 호른의 대화를 완벽하게 만들어낸다. 엔딩 직전에 트럼펫이 약간 음량을 낮춰서 대신 호른과 현을 강하게 울리면서 스케일을 풍부하게 한 후 곧 이를 더 큰 음량으로 뚫고 트럼펫이 재등장하면서 실로 장쾌하게 끝난다. 이 또한 둘도 없는 매력적인 엔딩이 아닐 수 없다.
2악장의 처음 f이후 갑자기 음량이 줄면서 p로되는 목관과 호른의 울림이 조금 여리다는 아쉬움이 있긴하지만 아주 느리게 풍부한 루바토를 써가면서 전쟁의 비극의 슬픔을 표현하듯이 현들의 선율은 비장미가 그윽하다. p와 pp를 끝까지 잘 살려서 악보를 보고 있지 않더라도 pp로 바뀌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만치 셈여림도 정성을 드려 처리하고 있고 곧이은 현들의 ff를 향한 크리센도도 감동적이다. ff는 장대한 호른의 노래와 이를 받쳐주는 트럼펫과 팀파니의 반주가 들릴 만큼 음량이 충분히 키워져 있다. 다시 제 2주제는 아주 여리게 시작되며 제 2주제의 끝을 맺는 ff들도 현과 금관을 또렷하게 연이어 울려서 매우 잘 다듬어져 있다. 제 1주제의 재현에서 팀파니와 트럼펫이 p로 시작해서 크리센도되었다가 다시 디미뉴엔도되는 것도 모노 음반임에도 또한 p임에도 트럼펫의 음색이 별로 변하지 않고 잘 살려져있다. 2악장의 마무리까지 f후 pp로 잦아드는 부분까지 극히 정성스럽기 때문에 매우 훌륭하다.
3악장의 첫 f는 아쉽게 팀파니가 다른 악기들을 음량으로 압도해버리지만 그 반복에선 트럼펫과 나란히 울리는 것이 확인된다. 43번째 마디나 91번째 마디의 ff는 현이 주도하고 있고 93번째 마디가 되서야 트럼펫이 ff에 참여하는 것은 3악장이 훌륭한 음반이 드물다는 점에서 이 음반도 예외는 아니다. 트리오는 스케르초와 뚜렷한 템포의 대조를 보이며 아주 느릿하게 시작한다. 크리센도 되어지는 호른의 울림이 시작부터 또렷하게 들리고 점점 크리센도 되면서도 다른 음반들 처럼 코믹하게 들리지 않고 다른 부분에서처럼 늠름한 음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물론 뒤이은 ff는 길게 내지르는 트럼펫이 또렷히 살아나면서 감동적으로 불려지고 있다. 이어지는 스케르초-트리오-스케르초의 재현부는 처음 보다 재미가 조금 덜하다. 처음의 91번째 마디의 반복에 해당하는 351번째 마디와 586번째 마디는 더욱 현으로만 강조되어있고 트리오의 클라이막스도 처음보다 조금 강렬함이 떨어져있다. 무엇보다도 3악장을 마무리 짓는 ff의 울림에 샤프함이 떨어지면서 텁텁하게 끝나는 것은 브뤼헨/18세기 오케스트라등의 고악기 녹음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점으로 아쉽다.
4악장, 1악장과 지금 소개하는 4악장이 특히 이 음반의 백미다. 40년대 모노 음반으로 이 만큼 또렷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자체가 경이로운 일인데다가 베를린 필의 금관주자들의 테크닉이 이 당시 얼마나 뛰어났었는지 재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처음의 ff로 울리는 두번의 트럼펫의 울림은 카라얀의 마지막 녹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강렬한 것이다. 거기에 카라얀과는 달리 자연스러움이라는 덕목까지 푸르트벵글러의 음반은 갖추고 있다.
현에 의한 도입부는 조금 느릿하게 시작하고 물론 이를 반주하는 sf들은 트럼펫이 주가 되면서 강렬하게 불타고 있다. 뒤이는 12번째 마디와 그 반복은 호른과 목관으로 불려지는 듯하지만 그 리듬이 반복해 나오기시작하는 부분이 되자마자 이내 비브라토 확실하게 들어가있는 또렷한 아티큘레이션의 트럼펫이 재등장한다. 12번째 마디부터 이 트럼펫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은 번스타인/빈 필 음반에 비해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단점이다. 제 2주제가 조금 빈약하게 들리긴하지만 곧이은 종결부에서 전개부로의 진입은 완벽하다. 전개부에선 제시부와 달리 4악장의 리듬을 기대대로 트럼펫이 또렷하게 살려내고 있으며 계속되는 클라이막스를 이은 재현부로의 돌입도 여전히 완벽하다.
재현부의 초반 트럼펫의 리듬역시 완벽하며 이 부분의 반복은 생략하면서 갑자기 템포는 가속된다. 바로 푸르트벵글러만의 자유로운 템포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에 의한 리듬은 점점 가속되어서 곧이은 트럼펫이 길게 내지르는 클라이막스는 한층 흥분된다. 가속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코다로 진입하고 첫번째 ff은 완벽하게 넘긴후 크리센도가 확실히 되면서 fff전에 미리 트럼펫이 화려한 백색 빛을 띄어 fff에서의 울림을 장쾌하게 만든다. 두번째 fff를 지나 엔딩으로 향하면서 템포는 더욱 가속에 또 가속되면서 (물론 악보에 이런 지시는 없다) 미친듯한 흥분의 최고조에서 곡은 마무리된다.
이 음반은 실로 기적적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연주다. 필자가 무인도에 가게되서 베토벤 7번을 한 장만 택하라고 한다면 이 음반을 서슴치않고 택할 것이다.
https://youtu.be/lxxOyY1SAdw?si=Qme99b4bSGd7IQ_N
Beethoven - Symphony No. 7 / Remastered (ref.rec.: Herbert von Karajan, Berliner Philharmoniker)
푸르트 뱅글러 음반 제작 과정
푸르트뱅글러처럼 실황에서 음악을 격렬하게 불태웠던 사람이 스튜디오 레코딩을 좋아했을까 사실 의문이 있긴 하다. 그는 스튜디오 레코딩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연극의 수준을 높이려면 영화를 키워 줘야 한다." 그가 했건 아니건, 이 말은 영화가 레코드와 유사점이 있음을 잘 파악한 말이다. 그 덕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만년에 주로 EMI에서 했던 많은 스튜디오 녹음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의 연주를 음질 좋게 듣기는 어려웠으리라. 개인적으로는, 긴장감과 박력이 넘치지만 음질이 다소 떨어지는 편인 전쟁 중의 녹음들과 전쟁 후의 안정감이 있는 스튜디오 녹음들 중에서 어느 한 편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 푸르트뱅글러의 세부까지 다듬은 음향을 전한다는 점에서 실황녹음들은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푸르트뱅글러처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총력을 기울인 스튜디오 녹음들을 굳이 낮춰 봐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SP시대에는 그가 스튜디오 레코딩을 특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이유는 SP 한 면의 연주 시간인 약 5분 정도마다 연주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DG가 발매한 그의 20년대와 30년대 초까지의 녹음들은 모두 소품이다. 37년과 38년에 독일 Electrola 사가 그를 스튜디오에 불러 대곡들을 녹음할 때는 두 대의 커팅기를 사용해서 연주가 끊어지지 않게 했다. 이런 간단한 트릭이 없었다면 그는 아마 지금까지도 명연주로 남아있는 SP시대의 음반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 중의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독일에서 그의 연주회를 방송용 녹음을 했는데, 이것이 테이프에 남아있는 덕이다. 당시 독일은 자기녹음(磁氣錄音)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었다. 이 귀중한 테이프들은 많은 양이 소련군에 압수되어 소련 Melodiya사에서 발매되기도 했다가 현재는 다시 독일에 되돌아와 DG에서 발매되었으며, Melodiya에서도 CD로 발매되었다(일반적으로 후자가 음질이 더 좋다고들 한다). 이 녹음은 발매 당시에는 두 종류를 국내에서 모두 구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DG 것은 거의 대부분 폐반되었으며, Melodiya의 것도 구하기 쉽지 않다. 같은 녹음들이 Tahra에서 많이 발매된 것이 그나마 애호가들에게는 다행이다.
전쟁 후에는 그는 DG와 EMI에서 주로 녹음했는데, EMI의 녹음이 주체로 양이 훨씬 더 많다. EMI와의 계약은 그가 전범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다시 활동을 시작한 47년부터 시작하여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이어졌다. 47~52년까지는 유명한 프로듀서 월터 레그(Walter Legge)와 주로 일했으나, 레그의 독재적인 일하는 방식이 두 사람의 마찰을 가져왔기 때문에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52년 '트리스탄'의 전곡 녹음을 할 때 두 사람은 크게 다투었고, 이 후는 지휘자로도 활약했던 로런스 콜링우드(Lawrance Collingwood)로 프로듀서가 바뀌었다.
방송 녹음은 각지에 수없이 남아 있는데, 47∼54년 동안 그는 유럽 전역 및 이집트까지 여행을 했기 때문에 수가 많다. 대표적인 것은 밀라노 라 스칼라에 객연했을 때의 바그너 '반지' 녹음과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모차르트, 베토벤, 베르디, 베버 등의 일련의 오페라 녹음, 바이로이트 음악제의 베토벤 '합창' 등을 들 수 있다. 그의 실황 녹음은 전에 독립 레이블로 발매되다가 요즘은 (특히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경우) EMI가 사들여서 발매하는 것이 많고, 현재는 Music & Arts나 Tahra에서 갑자기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최만년의 원숙기의 녹음으로, 스튜디오 녹음에서는 덜한 독특한 긴장감이 감돈다.
글출처: http://www.goclassic.co.kr
https://youtu.be/auxah-qWMyc?si=1gHxJ5JRVLXgeODR
BEETHOVEN - Symphony No.7 in A major, Op.92 ~ Wiener Philharmoniker, Wilhelm Fürtwangler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