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는 잠자리가 바뀌어선지 아님 비행기에서 낮잠을 많이 자서인지 잠이 안와서 뒤척였다.
얼핏 잠이 들었는가 했는데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깼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조식을 하러 내려갔다.
우리가 묵은 곳은 이름은 호텔이지만 학교 기숙사인지라 아침 먹으러 가는 식당이 좀 멀었다.
하지만 식당까지 가는 길에 푸른 공원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진초록 나무들, 연두빛 잔디밭, 지지배배 지저귀는 새소리가 가득한 길~
이른 아침 산책삼아 놀이삼아 가는 길이라 상쾌하고 즐거웠다.
3일 동안 머문 영국에서의 아침이 아직 생각나는 것은 이 길 때문인 것같다.

아침을 먹고 인솔자와 함께 근처에 있는 South Kensington역에 가서 간단한 지하철 타는 방법을 듣고 각자 갈 곳으로 흩어졌다. 우리 4명은 일단 Westminster역으로 가서 국회의사당과 빅벤을 보기로 했다. 지하철 표에는 1일권이 있었다. 하루 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1일 권을 끊었다. 6.6파운드.

영화나 화보에서만 보던 거대한 빅벤.
1859년에 세워진 95m높이의 시계탑 빅벤을 눈앞에서 보니 영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드디어 나 영국에 왔어 하고 외치고 싶었다.
빅벤을 배경으로 템즈강이 흐르는 다리위에서 사진도 찍고 두 팔을 벌리고 환호도 했다.
하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며 사진을 찍어대니까 길가에서 사진 찍는 것이 창피하지도 쑥스럽지도 않았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대영제국의 심장부에 서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빅벤옆쪽으로 국회의사당 쪽으로 걸어갔다.
과거의 웨스트민스트궁전을 사용하고 있는 국회의사당의 방청은 회기 중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건물은 1834년 궁전이 화재로 소실된 후 건축가 찰스 배리가 1852년 고딕양식으로 재건축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경복궁도 그러하지만 궁궐들은 웬 화재를 그렇게 당해왔는지 모르겠다.
워낙 주목받는 곳이라 불순분자에 의해 방화되었는지 아님 실수로 그렇게 되었는지 그것은 모를 일이다.
다만 추측과 상상을 해볼 뿐이다. 그 당시 살아보지 않았으니. 아니 역사를 그렇게 보면 안되는 것이지.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진 것을 역사라 부르니.

길 건너서 그 유명한 웨스트민스트사원으로 갔다. 고딕 양식의 사원은 웅장하면서 섬세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 16파운드 학생 13파운드를 내고 당당하게 들어가니 한국어 가이드폰이 서비스 되었다.
귀에다 하나씩 대고 설명을 들으니 훨씬 잘 정리가 되었다.
역대 왕들의 결혼식과 대관식이 올려 지던 방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신비스러웠다.
이 사원에서는 비운의 왕비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치러지기도 했던 곳이다.
또 이곳엔 역대 왕들의 무덤과 세익스피어, 윌리엄 워즈워드, 헨델, 뉴턴 같은 영국의 저명인사들의 묘비와 기념비들이 있다.

두 세 시간의 관람으로 후들거리는 다리 땜에 정원에 앉아 좀 쉬다가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영국인들처럼 무단횡단을 해서 근처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커피를 샀다.
시내를 걸어가다 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간다.
덩치도 크고 노랑머리에 세련된 서양인이지만 하는 행동은 풋내기 고등학생임에 틀림이 없다.
조금 더 가니 서양아이들 한무리도 지나간다. 영락없은 말하는 마론인형이다.
어딘가 앉아서 먹을 곳을 찾으니 버킹엄궁 앞 작은 공원에 사람들이 많다. 잔디밭에 앉아 한입 베어 무는가 했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우산을 쓰고 근위병교대식이 끝난 버킹엄궁을 따라 걸어가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다.
겨우겨우 세인트 제임스공원 안 화장실을 만나 시원한 볼일을 본다.
이 여행이 아마도 화장실과의 전쟁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공원에 앉아 잠시 쉬다가 무작정 빨강색 이층 버스에 오른다.
이층 맨 앞자리에 앉으니까 거리풍경도 잘 보이고 아슬아슬 재미있기도 하다.
복잡한듯한데 질서 있게 차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좁은 이차선 도로를 버스는 잘도 달린다.
거리를 걷는 영국 사람들은 신호등은 무시하고 아무렇지 않게 신호를 안 지키고 건너간다. 신사의 나라는 개뿔~

이층버스를 타고 영국 사람들이 사는 집, 가게들, 런던시내를 쭉 훑어본다.
버스를 타고 계속 갈수록 허름한 곳이 나온다싶더니 아랍사람들의 모습들이 많이 눈에 보인다.
옆의 친구가 불안해해서 다시 건너편에서 버스를 반대로 타고 시내로 나간다.
레스터 스케어에서 내려 7시 30분에 시작하는 뮤지컬 표를 산다.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에서 하는 빌리 앨리어트를 보기로 한다. 19.5파운드 하는 제일 싼 자리.

3층 옆구리자리라 마음에 안들었지만 대중의 의견을 듣기로 한터 잔말 말아야지.
두 시간 동안 피키딜리 서커스거리를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차이나타운까지 섭렵하고 다시 극장으로 돌아왔다.
외관으로 볼 때는 그렇게 큰 실내를 가졌을까했는데 웬걸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가득 찬 큰 극장이다.

어린아이들의 발레공연이 신선하고 밝은 무대장치들이 훌륭했지만 자꾸 감기는 눈꺼풀이 문제였다. 난해한 영어 사투리대사와 노래, 잠과의 싸움, 열악한 좌석~~
이렇게 힘들게 본 뮤지컬은 처음이었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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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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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너무이쁘당 칭구분도같이가신거임? 따님이랑? ㅋ 행복해보여서 좋습니다 즐거운여행되세요 ^.^
네. 딸과 딸친구, 그얘엄마, 저 이렇게 4명이 갔답니다. 감사해요~~
6년전 기억이 새록새록 저도 딸이 대학에 가면 꼭 같이 가기로 했어요. 아마도 4년에서 6년 쯤 걸리지 싶네요
꼬옥 가세요~~~
축하드려요.. 카페 핫이슈에 선정되셨네요..ㅎㅎ 공지로 올라갑니다.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디~~~ㅎㅎ
또가고싶다~~~그리운 런던^^
저도 그리워요. 나도 가고싶당~~~
맨 위에 사진 너무 자연스럽게 잘 나온거 같아요^ 잘 봤습니다 ^^
정말 자연스러운거같아서 마음에 드는 사진이예요.
참고로 사진은 앞에있는 난간에 사진기를 올려놓고 찍은 것이랍니다.~~ㅎㅎ
와 재밌게 봤어요. 갑자기 영국이 가고싶습니다 ㅋ
네 제프님 고맙습니다. 저도 영국 다시가고파요~~~ㅎㅎ
저도 빨간색 이층버스타고 시내 한바퀴 돌고 싶네요
이층버스는 맨앞에 앉아야 제맛이예요.~~~ㅎㅎ
재밌게 잘 봤네요^^ 잠과의 싸움.. ㅋㅋㅋ 저도 그럴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시차적응을 못했는데 그날 바로 뮤지컬을 보는게 아니었어요.~~~ㅎㅎ
그쵸, 얘네들은 횡단보도에서 그냥 건너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