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파이스 살리기에 나선 '진정한 거장' 보비 롭슨
일간스포츠 | 기사입력 2007-09-22 15:20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잉글랜드 북동부의 터줏대감으로 맥파이스(Magpies·까치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는 '블랙 먼데이'였다.
뉴캐슬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유니폼 스폰서 노던 록(Northern Rock)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후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이었던 17일 최하위팀인 더비 카운티에게 일격을 당해 0-1로 패했기 때문이다.
영국언론들은 고개숙인 채 교체돼 나오는 마이클 오언(28·뉴캐슬)의 사진과 뉴캐슬의 패배 소식을 전하며 영국 전역의 노던 록 은행 지점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인산인해 장면을 함께 보도했다.
뉴캐슬에 본사를 둔 노던 록 은행은 영국 4위의 모기지 업체로 지난 2003년부터 맥파이스를 후원해온 전형적인 지연연고 기업 스폰서였다.
뉴캐슬 유니폼에 새겨진 노던 록은 '북쪽 바위'라는 뜻처럼 맥파이스의 이미지와 걸맞았다. 노던 록 은행의 아담 애플리가스 대표는 지난 2005년 여름 맥파이스와 새로운 유니폼 계약을 맺고 스폰서료를 이전보다 800만 파운드 인상해주며 마이클 오언을 1700만 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이적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당시 오언은 이 은행을 통해 집을 구했다. 지난해 나이지리아의 오바페미 마틴즈를 영입하며 1010만 파운드를 쓸 수 있었던 데도 노던 록이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던 록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피해로 유동성에 압박을 받자 잉글랜드은행(BoE)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잉글랜드 은행은 44억 파운드의 유동성을 특별 공급키로 했고 영국 정부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모든 예금을 정부에서 보증하겠다고 밝혔지만 파산위기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던 록 은행과 거래하던 고객들은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고 이미 20억파운드 이상을 인출해갔으며 전 세계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맥파이스는 1882년 뉴캐슬 이스트 엔드로 창단한 후 리그 4회 우승, FA컵 6회 우승, 컵위너스컵 1회 우승 등에 빛나는 프리미어리그의 명문이지만 옛 명성을 잃고 2부리그를 전전해왔다.
2부리그서 팀을 구해내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케빈 키건, 1999년 지휘봉을 잡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던 보비 롭슨 등 잉글랜드 명장들은 쓰러져가던 팀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올시즌 '빅샘'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야심차게 재건을 노리고 있다.
더이상 맨유 아스널 리버풀 첼시의 빅4 구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명가의 자존심이었다.
볼턴 감독 시절 앨러다이스 감독은 "볼턴은 5위가 한계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확실한 투자가 없다면 강호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사임한 지 한달만에 뉴캐슬을 맡은 것은 애쉴리 구단주가 강력한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비록 맨유와 첼시 등 거대 클럽만큼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해도 '재활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자신있었다. 조이 바튼(전 맨체스터 시티)을 시작으로 마크 비두카(전 미들즈브러), 다비드 로제날(전 파리 생제르맹) 등을 대거 영입했다. 그리고 막 첫 삽을 뜬 순간 청천벽력같은 노던 록 파문으로 맥파이스의 앞날은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노던록은 2010년까지 맥파이스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최근까지 은행과 구단은 2010년 이후 2500만파운드의 대형 계약을 맺기 위해 협상을 벌여오던 터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2500만 파운드는 고사하고 계약기간 내에 지원받을 총알마저도 받지 못할 불안한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 속에 올해로 74세를 맞는 뉴캐슬 전 감독인 보비 롭슨 경이 맥파이스 살리기에 나섰다. 18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던록 은행에 맡겨놓은 돈을 인출하는 순간 그는 새롭게 온라인 계좌를 열고 거액을 예금한 것이다.
그는 직접 노던 록 은행의 지점을 찾아 계좌를 열려고 했지만 최근 투병 중이라 거동이 힘들었다. 그는 집에서 "노던 록 은행은 수년간 북동부의 스포츠에 막대하게 지원했고 충직함을 보여줬다. 이 순간 나는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북동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푼 회사를 다시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하는 게 내가 계좌를 연 이유다"고 설명했다.
롭슨 경의 호소 이후 많은 지역민들이 노던 록 은행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뉴캐슬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함께 나섰다. 게다가 마호가니나무 군단(Toon Army)으로 불리는 열성적인 맥파이스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은행에 입금하기 시작했다.
1927년 이후 단 한번도 리그 우승을 차지 하지 못했음에도, 한 때는 3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했던 한심한 팀성적에도 불구하고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득 메웠던 바로 그들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렇게 모인 돈이 4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을 위해 쌈지돈을 꺼내놓는 팬들의 열정은 아름답다. 비록 지금은 파산 위기지만 단지 투자를 통한 홍보효과만이 아닌 지역민들의 마음까지 얻어냈던 노던 록 은행 역시 프로스프츠 스폰서십의 모범답안이다.
그리고 투병중임에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알고 있는 롭슨 경은 진정한 전설이다.
이정도면........ 근데 은행하나 망하면 나라에도 엄청난 타격 오지 않나요>>??
첫댓글 영국경제에도 영향 꽤 미칠듯 ㄷㄷ
epl최고의 팬들 툰아미..
툰아미 진짜로 지역연고주의의 최고봉이라고 생각 되네욯ㄷㄷ
노던 록의 작살이라... 웬지 불안해지네요. 단지, 뉴캐슬만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있어서도... 스포츠라는 게 결국에는 경제를 생각안할 수 없기 때문에(조기축구조차도 경제와 무관하지 않죠. 밥벌이가 안되면 축구도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법.), 경제파탄의 1보가 발생하면 안그래도 점점 약화되는 축구가 더 타격을 받게 되겠죠.
멋있네요... 롭슨경과 툰아미들 역시 대단하다는... 그나저나 영국정부가 수습을 잘해야할텐데... 어쩌다가 저 지경까지 됐나-_-
하나 더. 어느 은행은 K리그 승격분위기 아작내고, 어느 은행은 어디를 위해 **뺑이 친 것의 과실을 얻고... 차라리 대구은행처럼만이라도 해줬으면... 만약에 우리은행이 서유 지원한다면, 딱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