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두 번은 한국을 방문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비싸지 않고 부피도 작지만 마음의 성의를 전달할 만한 선물로, 핸드크림을 지인들에게 전달하곤 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좋은 제품이 많긴 합니다. 지금은 위생의식이나 손 관리 용품에서 시골에서 제가 자랄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 어릴 때는 제 또래의 대부분이 겨울에 손이 트고 때가 꼈습니다. 밖에서 흙먼지 속에 신나게 놀다가 들어와 안 씻고 자곤 하니, 어느 시점에는 때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 날을 잡아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에 손을 담가 불린 후에, 반반한 돌이나 호야를 닦던 짚 수세미로 아픔을 참고 손등을 문질러 때를 벗겨내야 했습니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여러분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여러분도 서로 발을 씻겨 주어야 합니다(요 13:14).
아침에 소위 세족식(洗足式)의 근거가 되는 위 말씀을 읽고 묵상했습니다. 늘 하던 대로, 이 말씀이 무슨 의미이며, 특히 어떻게 실제 생활에 적용해야 할지를 주님께 여쭙는 심정으로 위 본문과 전후 문맥을 읽고, 관련 자료들도 찾아보았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거의 대부분의 자료들은 이것을 실제로 발을 씻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 대형 교회는 선교 차원에서 ‘세족식 전문 봉사팀’을 운영하고 있고, 재침례교회 쪽 일부는 이것을 성례 중 하나로 실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족식을 하되 우리의 구원과 무관하게 그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예수님의 행위”로 본다거나, 지나치게 “성례로 보는 것”, 혹은 “하나의 깜짝 쇼” 내지는 “한순간의 감동을 주는 것으로만 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물론 성경에는 실제로 발 씻은 예가 다수 발견됩니다(창 18:4, 19:2, 24:32, 43:24, 눅 7:44, 딤전 5:10). 그러나 거듭 읽어보았을 때 최소한 요한복음 13장의 발 씻음은 그 이상의 영적인 의미가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발 씻김을 거부한 베드로에게, 그러면 “나와 함께 나눌 몫이 없다”라고 하셨고, 가룟 유다를 염두에 두시고 “여러분 모두가 깨끗한 것은 아닙니다”라고도 하신 대목 때문입니다(8, 11절).
약 10년 전에 한국성경신학회에서 한 발표자가 말한 아래 내용도 어느 정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요한복음 13장에서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것은 예수의 죽음이 가져오는 구원론적 정결 외에, 제자들을 하나님의 성전으로 세우시며, 하나님의 가족으로 세우시는 교회론적 상징행위로 이해될 수도 있다”.
위 본문이 영적인 상징을 가진 실행임을 전제로 제 안에 아래 두 가지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로 씻음: 성경에서 죄들은 피로 씻어야 합니다(요일 1:7). 그런데 위 발 씻음은 물로 씻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죄(때와 같은)는 아니나, 주님과 혹은 성도들 사이에 간격을 가져오는 사소한 것들(흙먼지 같은)을 말씀의 물로 그때그때 씻어내는 것을 가리킵니다(엡 5:26). 사실 가정이 깨지거나 교회가 분열될 때, 이런
분란은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이 자주 발을 씻어야 할 이유입니다.
발 씻음의 두 방면: 웬일인지 수직적으로 주님과 간격이 느껴지거나 수평적으로 부부 사이 혹은 성도들과 사이에 “냄새나는 발”로인해 불편할 때 어찌할 것인가? 아래 신실한 성경 교사들의 처방이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씻음이 필요할 때마다 당신은 그분의 임재 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다만 당신 자신을 주님께 열어 드리고 당신 속에서 속생명이 흐르도록 허락하라. 그러면 자연히 살아 있는 그 무엇이 흘러서 당신을 적셔주고 씻어 줄 것이므로 당신은 다시 정결케 될 것이다. 당신의 영은 높이 올라가게 되고, 당신의 온 존재는 주님의 임재 안에서 매우 즐거울 것이다. 이것이 주님의 임재 안에서 생수로 씻는 것이다”(WL, 요한복음 LS, #27).
“많은 사람들이 화수은 교사를 알고 있으며 그녀가 아주 특별했음을 간증할 수 있다…. 내가 그녀와 몇 마디 기도를 한 후에, 그녀가 나를 책망하기도 전에 나는 자신의 교만을 알게 되었다…. 본래 나는 하나님을 떠나 있었고 낡고 어두웠지만, 그녀 앞에 가자마자 신선함을 얻고 빛을 얻게 된 것이다. 여러 차례 나는 그녀 앞에서 깨끗하게 씻겨졌음을 느꼈다. 어떤 때 당신은 한 형제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씻겨졌고 영적인 상태가 회복되었음을 느끼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며 하나님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발을 씻는 것이다”(CWWN, 2집, 42권, 19쪽).
그런데 사실 위와 같은 적용은 성경에 1) 피로 죄들을 씻는 것 외에, 2) 말씀 안에 있는 물로 옛사람의 표현들(점, 주름, 흠)을 깨끗하게 하는 방면도 있고(요 15:3, 엡 5:26), 3) 신성한 생명의 교통(코이노니아, 2842)의 유지가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때 비로소 실행할 수 있는 다소 난해한 부분이긴 합니다.
오 주님, 우리가 주님께 나아갈 때마다 우리의 더러운 발을 씻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또한 서로서로 사랑으로 발을 씻어 줄 수 있도록
매 순간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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