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96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1학년이 불렀던 동요에 '얼룩 송아지'가 있었지요.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모든 아이들이 노래불렀지만 주변에서 실제로 얼룩 송아지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고사로 학교에 부임했고,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강산이 네 번 정도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칡소라는 얼룩소가 울릉도에 꽤 많이 있음을 그곳 근무하면서 확인했습니다.
우리말은 한자어와 어울리면서 한자어와 순우리말의 경계가 애매해졌습니다.
한자와 순한국어가 합친 합성어도 있고, 우리말 같은데, 한자어인 것도 많습니다.
‘흐지부지’ 같은 것이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이지요.
오늘은 우리말이었는데 한자어로 바뀐 것을 '황소'와 '황새'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황소는 원래 ‘한쇼’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암소보다는 수소가 덩치가 훨씬 큽니다.
한눈에 보아도 “저 소는 수놈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요.
그것이 누런 색이기 때문에 황소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암놈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한 소(고어에는 한쇼라고 되어 있다.)’라고 불렀던 것이지요.
그래서 나중에는 ‘미련하거나 기운이 세거나 많이 먹는 사람을 황소에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태호는 기운이 황소 같은 사람이다.
황소 뒷걸음에 잡힌 개구리
네가 아무리 황소고집을 세워도 이 결혼 절대 안 된다.
와 같이 씁니다.
한편 ‘털빛이 누런 소’는 ‘황우’라고 부릅니다. ‘한쇼’는 <용비어천가 87장>에 나오는 말인데요.
여기에서 ‘한’은 ‘크다’는 뜻이거든요.
우리말에서 ‘한길’도 ‘차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을 의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신작로(新作路)’를 ‘행길(한길)’이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러한 원리는 ‘황새’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황새는 ‘누런 새’가 아닙니다. 역시 ‘한 새’가 원어입니다.
황새는 다른 새보다 월등하게 큽니다.
황샛과에 속한 새로 백로와 비슷한데, 날개 길이는 66cm 정도로 큰(한) 새입니다.
몸빛은 순백색이고, 날개의 일부 깃털은 검고, 눈의 언저리는 적색이며, 부리는 검은 빛깔이지요.
다리가 길고 물갈퀴가 있다. 물고기와 뱀 등을 잡아 먹습니다.
이 새는 <훈몽자회 상 8>에 보면 ‘한새’라고 나타나 있으니 굳이 다른 어원사전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한새’가 변하여 ‘황새’가 된 것입니다.
지명에도 ‘한새벌’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유난히 ‘황새’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두루미를 황새라고 부르기도 하나 봅니다.
예문으로는
뱁새 다리가 길었자 황새 다리만 하겠는가
황새걸음으로 뛰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야.
등과 같이 쓴다.
안타까운 것은 순우리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자어 황(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은 그것이 아닌데, ‘한’을 ‘황’으로 잘못 쓰고 있는 것이거든요.
대부분의 언어는 단모음화로 되어 가는데, 어쩌자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기야 ‘하수분’도 ‘화수분’으로 어느새 바뀌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