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주창윤
머나먼 길이다 청량리역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별의 여왕에게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마법의 라면을 배달하러
페가수스 별자리를 향해 일만 광년의 속도로 질주한다.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외계인 폭주족들,
향하는 곳이 암흑성운인 줄도 모르고
무한대로 들어간다 큰 코끼리 별과 반딧불 별 사이
스타벅스 커피숍을 지나면
낙태된 자매 별들이 무중력 상태로 떠다닌다.
소행성 벨트를 따라 흘러나오는 미세 먼지와
서울에서 뿜어낸 가스가 모여 잉태한
신성新星들 사이에 있는 분식점 은하정에서
라면 한 개와 이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을
성급히 먹는다.
천공의 성 라퓨타 계단 아래서 마구 떨어지는 운석들이
우주 아래에 하얗게 쌓인다
기계인간 테레사가
“내 별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 별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군요”라고 말할 때,
나는 이미 밤이 없는 행성을 지나
낮이 없는 행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월간 《현대시》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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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창윤 / 1963년 대전 출생.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와 대학원 졸업. 영국 글래스고대학에서 박사학위. 1986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물 위를 걷는 자 물 밑을 걷는 자』 『옷걸이에 걸린 양』. 현재 서울여자대학 언론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