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능선이 물결 모양으로 에워싸고
있는 호숫가 의자에 앉아서 물속에 비친
산과 나무의 그림자가 실물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잔잔한 수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옷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다가와
" 앉아도 되겠느냐고 " 물었다.
" 그럼요, 앉으세요. " 라고 말하며
내가 자리를 조금 옆으로 옮겨 앉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겸손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미루어
생각하건 데, 그녀의 몸에 밴 침착함과
낯선 사람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70이 넘어 보이는 데도 세월의 영향을 전혀
받지않은 소녀처럼 순수한 눈빛과 꾸밈없는 표정이 누구나 좋아할 것같은 여인이었다.
마음이 예쁜, 순수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난 여자에 대해 순간적으로 엉뚱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있을 때 불쑥
그녀가 말했다
오전에는 산에서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자주 나를 봤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해서 한편 놀랍고 한편
반가웠다.
나이들어 혼자 살면서 외로움과 고독에
할퀴고 찢기면서 혼탁해지고, 까칠해진
나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순수해지고
새로워지기 위해 오후에 도서관에서
How are we to live? 이런 종류의 책을
열심히 읽을 때 그녀가 나를 본 것같았다.
노년을 편안하게 즐기며 살기 위해서
외로움과 고독을 연인처럼 끌어안고
즐길 줄 알아야 하고, 또는 친구처럼
함께 놀아줄 수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기분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