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10일
어제 저녁 먹으면서 내일 어디 갈까 얘기하는데 얘들이 둘이서 따로 가면 안 되냐면서 파리 유로디즈니랜드에 꼭 가고 싶다고 한다. 세계에서 4번째로 건설된 디즈니랜드인데 LA, 플로리다주 올랜드, 도쿄, 파리, 홍콩디즈니랜드 중에서 그래도 잘 만들어진 거라면서 진짜 가고 싶어 한다.
엄마들은 두 분이서 따로 박물관 가시라고 한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센터가 눈앞에 어른거렸지만 아이들과 같이 행동하기로 했다.
둘이서 지하철 타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애들끼리 보낸다는 것도 마음이 안 놓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 아침 먹고 7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32Km를 떨어진 곳 마르메 라 바레라는 곳에 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고 교외선을 갈아타야하는 한다네.
매표소에서 디즈니까지 가는 표를 끊으려고 역무원이 있는 곳을 찾으려니 역무원은 한명도 보이지 않고 자동화기기만 있다.
할 수 없이 어제 산 까르네 표로 들어가서 한참을 달린다. 도중에 두어 번 갈아타고 교외열차로 갈아타는 곳에서 헤매고 만다.
이곳이 맞나 저곳이 맞나 두리번거리는데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여러 식구들이 이동 중인 무리들을 보고 디즈니랜드 가는 게 틀림없어하며 말을 걸어본다.
우리 쪽에서는 항상 성질 급한 내가 나서게 된다.
"Can you speak English?" 프랑스니까 이 말부터 물어본다. 그랬더니 저쪽에서 대표로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남자아이를 떠밀어 앞으로 내보낸다. 나와 일대일 대화 시작이다.
"How are you?" 대뜸 이렇게 묻는다. 어? 이건 우리 영어 첨 배울 때 하는 거다.
"Fine, thank you, and you? 자신 있게 말한다.
"Fine, thank you." 그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초보라서 그런가 나하고 대화하기에 수준이 딱 맞다. 자기들도 디즈니랜드 가는 거 맞는데 자기들 따라서 타라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North Korea냐고 묻는다. "No, I'm from Korea."라고 확실하게 말해준다.
요즈음 프랑스에서의 K-POP열풍이 생각나서 K-POP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K-POP을 좋아하고 특히 소녀시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또 자기는 축구를 좋아하는데 맨체스트의 지성박을 안다고 했다. 넘버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다.
그러는 차에 열차가 와서 얼른 탄다. 이층 기차다. 제일 마지막 역에 디즈니모양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맞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우리가 서양화에서 보던 한가로운 전원풍경 그대로다. 한참을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 곳으로 따라 나가니 개찰구다.
까르네표를 넣으니 문이 안 열린다. 역무원에게 말하고 추가 돈을 내려 했지만 여전히 한명도 안 보인다.
이걸 어쩌지 하는데 프랑스 아줌마가 손짓을 하네.
자기 따라 나오라고. 프랑스 지하철 문은 유리로 된 문이 표를 넣으면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그사이로 나가야한다.
그래서 아줌마 나갈 때 재빨리 붙어서 통과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나왔다. 본의 아니게 지하철 표를 아끼게 된 셈이었다.
돈을 내려고 그토록 역무원을 찾았건만. 집에 갈 때 보니 7유로씩이다. 7*1600=11200원 돈 굳었네.
프랑스에서는 불시에 역무원이 표를 검사하기도 하는데 걸리면 벌금이 많다고 한다.
우리 같은 변명은 안 통한다고 한다.
디즈니랜드 정문 앞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다.
일찍 서둘러온 덕에 조금만 줄서 있다가 표를 사려니 에쿠 69유로다. 너무 비싸다.
하지만 들어가야지 어째. 유로 디즈니랜드는 건설 당시 말이 많았다고 한다.
콧대 높은 프랑스사람들이 미국 거대 자본주의의 유입을 꺼려하고 은근히 깔보면서 개장초기에는 장사가 잘 안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얘들 이기는 부모 있나? 사람 천지다.
이곳은 파리시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엄청 넓은 부지에 신기하고 환상적인 놀이기구들이 지천이었다.
이곳저곳 눈이 휘둥거려 질 정도로 예쁘게 꾸며놓았다. 행복한 환상의 나라다. 어린이들 젊은이들 그들이 부럽다.
부러워서 그랬나 무서운 놀이기구도 부지런히 얘들을 따라서 같이 탔다. 재밌다.
오전에 온갖 놀이기구를 다 타다가 지쳐서 타잔 공연장에 갔다.
그곳은 무대도 객석도 엄청 넓었다.
말없이 음악 속에서 줄을 타고 이리저리 날라 다니는데 불어를 모르는 우리들이 이해하기는 딱인 멋진 공연이었다. 말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감동도 있었다.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모두 환호하는 공연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신나서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비싼 점심을 먹고 난후 오후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로 입장했다.
디즈니 만화영화의 온갖 캐랙터들이 활보하고 있는 거리에서 순간 과거와 현실이 착각된다.
하루 종일 동심의 나라에서 덩달아 행복해진 하루였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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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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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파리부근에도 디즈니랜드가 있군요,,,
네. 파리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교외에 있어요. 거기까지 가는 내내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좋더라고요.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목가적인 시골풍경이었어요.
전철표 안사시고 거기까지 가셨는데, 검표를 안한것이 천만 다행이네요. 걸리면 얄짤없이 1인당 50유로씩은 벌금을 물어야 한답니다. ^^;; 운이 좋으셨어요. ^^
헉~~ 간담이 서늘하네요. 돈 내는것은 둘째치고 걸렸으면 얼마나 챙피했을까에 더 서늘하네요.
표를 사려고 했지만 역무원이 없었고 까르네를 내고 탔으나 거리를 오버한 것에 대한 정상참작은 안되나요?
정상참작.. 애석하게도 그런거 얄짤 없어요. ㅎㅎ.. ^^;;;
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