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인데 별수 있습니까?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 할지라도 사람인 것은 다름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심하다 생각이 됩니다. 주인과 하녀, 그 사이에 ‘갑질’이 당연한 모양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주인마님이 그것을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남편이 어련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하기야 전력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헤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소위 집안에서의 외도인데 그냥 인정하고 산다는 것이 놀랍기도 합니다. 하기야 우리네도 한 세기 전까지 그런 문화 속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보게 된 것입니다.
젊고 예쁜 하녀는 주인을 자극하기 좋습니다. 참 이상한 것은 그럴 줄 알면서도 주인마님은 그녀를 고용한다는 것이지요. 왜 그렇게 할까요? 물론 젊어서 힘도 좋을 테고 일도 잘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나이도 어리니 부리기에도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은 이미 나이가 들어 남편의 눈에서 벗어났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사실에 소위 질투가 생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반발로 하녀에게 더욱 모질게 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하녀는 주인의 치근거림을 당해야 하면서도 마님의 질투까지 상대해야 하니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입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불평이 터져 나옵니다.
일단 아쉬우니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시골로 옮깁니다. 크지 않은 동네이니 종종 아낙들이 모여 동네 이야기 다 나눕니다. 각 집에 대한 정보가 모두 나와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놓는 것은 곧 자기 집 주인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여자들이 모였으니 오죽 꽃이 잘 피겠습니까? 물론 그런 자기들만의 모임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 어디서 스트레스를 풀겠습니까? 그리고 서로의 문제를 나누다 보면 서로 도움도 나눌 수 있겠지요. 그다지 나쁜 모임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마도 동네 빨래터가 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셀레스텐, 젊고 예쁜 하녀입니다. 파리에서 온 하녀입니다. 스타일 자체가 다르지요. 중년의 나이 든 사람들 모여 사는 동네에 도시 처녀가 나타났습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고 남자주인들 사이에서는 한 마디로 사냥감입니다. 아마도 셀레스텐을 하녀로 둔 그 집을 무척이나 부러워하겠지요. 그러나 만만한 여자가 아닙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주인어른의 집적거림을 단호하게 물리칩니다. 하기야 정 맘에 안 들면 계약 파기하고 나가면 그만입니다. 문제는 그만한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 차이입니다. 고용불안만 없다면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지요. 바로 그것이 갑질을 당할 수 있는 구실입니다. 여기서 쫓겨날 경우 갈 곳이 없다 싶으면 그냥 당하기 쉽다는 말입니다.
사실 같은 처지에 있지만 한집에 있는 주방 담당 하녀는 거기에 걸려 있는 셈입니다. 자신과 셀레스텐과는 너무 비교가 됩니다. 몸도 그렇고 처지도 그렇습니다. 셀레스텐처럼 단호하게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피할 수도 없고 꼼짝없이 당하는 것입니다. 주인은 셀레스텐을 건드리다 실패하니 아마도 꿩 대신 닭으로 택하였을 것입니다. 당할 수밖에 없고 당하고 나서도 홀로 책임을 견뎌야 하는 여자로서의 약점을 지녔습니다. 가엾지요. 질투의 대상이지만 그러나 하소연할 대상 또한 그녀밖에 없습니다.
그 집에는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 있습니다. 처음 역에서 자기를 마차로 데려온 사람입니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도무지 모를 사람입니다. 한 집에 있으며 그다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서로가 멀찍이 바라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은 알아갑니다. 그래도 그 동네에서 사람 같은 사람은 그 사람뿐입니다. 모르는 척하면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겠지요. 역에서의 만남부터 함께 지내면서도 눈빛만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서로는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둘 다 을의 입장이면서도 자기 일을 당당하게 해나갑니다. 굽실대면서 평생을 살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꽤 나이 차가 나는데도 사랑에 빠집니다.
알고 보니 나름 전혀 다른 삶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이 철저한 반유대주의자가 셀레스텐에게 자신의 삶을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줄 것을 제의합니다. 셀레스텐은 이제 마음을 정하였습니다. 이 사랑에 자기를 바치겠다고. ‘좋고 나쁘고’는 나중에 판단할 일입니다. 일단 사랑하는 사람 편에 서겠다는 것이 셀레스텐의 결정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단호하게 실행합니다. 사랑을 따라 한밤중에 도주합니다. 그녀의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기가 택한 인생이라는 사실입니다.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를 보았습니다. 프랑스 영화입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가요~~~
다시금 복된 한 주간입니다. ^&^
감사
늘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