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판 골드러시, 몽고르 닌자까지 등장
자원개발현장을 가다<7-2> 몽골 금광(중)
달란자드가드(몽골)=전필수 기자 | 07/07 09:06 | 조회 133
(상편에 이어)
◇ 초원을 지나 사막으로...
우랑가이에서 바잉리크까지 수백km 사이엔 몽골 전통 이동식 가옥인 '게르'와 말과 낙타, 양 등 가축만 눈에 띄었다. 포장만 돼 있다면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초원길에서 그건 불가능했다. 중간에 이동식 탁자를 펼치고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물이 쉽게 끓지 않았다.
그곳은 해발 1500~2000m를 오가는 곳이었다. '우리가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보다 더 높은 곳을 달리고 있구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끝없이 이어진 초원은 아름다웠지만 슬프기도 했다. 수백km를 평평하게 이어진 초원의 풀은 키가 불과 1cm 내외에 불과했다. 그곳 초원의 가축들은 배불리 풀을 뜯고 한가로이 앉아 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듯 끊임없이 이동하며 풀을 뜯었다. 마치 호수처럼 보이는 신기루도 아름다움이 아니라 거친 유목민의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분명 칭기즈칸도 지나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무렵, 몽골판 골드러시를 상징하는 모습이 보였다. 초원이 끝나가고 사막이 시작되는 곳에는 '몽고르 닌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 노다지에 목숨 건 몽고르 닌자
몽고르 닌자는 불법으로 사금을 채취하는 몽골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다소 황당하다. 사금을 캐는 사람들은 모래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먼지를 막기 위해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리고 모래를 나르기 위해 등에 소쿠리 같은 걸 지고 다닌다.
그 모습이 최근 몽골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된 '닌자 거북이'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닌자'라는 것이다. 닌자들은 보통 가족 단위로 일을 한다. 부부와 어느 정도 성장한 아들이나 딸이 한조가 돼 모래를 파고 그곳에서 금을 찾는다. 아직 어린 자녀는 옆에서 말을 타고 양을 치고 있다.
이들 닌자들은 한 팀이 하루 10만투그릭 정도를 번다고 한다. 1투그릭은 우리나라 1원과 비슷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닌자는 "취직을 하면 한달에 20만투그릭을 벌기 힘든데 남의 간섭 안받고 하루에 10만투그릭을 벌 수 있다"며 닌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닌자는 금덩어리를 찾아 한번에 600만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회자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 닌자들의 게르 주위에는 그들의 자동차들이 번듯이 주차돼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은 닌자들이 하루 평균 10만투그릭씩 번다는 것은 과장됐다고 입을 모은다. 닌자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동절기를 제외하고 1년에 5개월이라 하더라도 하루 평균 10만투그릭씩이라면 연 1500만투그릭인데 이는 과장된 수치란 설명이다.
대박의 환상으로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모래를 퍼 나르는 닌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함을 넘어 상당히 위험하다. 사람 몸 하나가 겨우 들어갈 구덩이를 2m 가량 판 이후 린자들은 옆으로 땅을 파고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구덩이가 무너져 압사하는 닌자들도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본 닌자들의 작업현장은 사고와 매우 가까워 보였다.
▲몽고르 닌자들이 동료가 지하 굴에서 올라오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이들은 보통 3인 1조로 채굴 활동을 한다.
▲3명의 다른 가족이 사금을 채취하는 사이에 막내로 보이는 어린 아이는 주위에서 양을 치고 있었다.
▲ 지하에서 퍼나른 한 가마니 정도의 모래에서 채취한 금. 원시적인 이 방법을 통해 일부 닌자는 600만원짜리 노다지를 찾기도 한다고 한다.
◇ 이틀이 걸려 도착한 그곳엔 태극기가...
닌자들의 처절한 집념을 뒤로 하고 모래 대신 황폐한 흙으로 뒤덮인 고비사막을 가로질러 AGM마이닝이 광산 개발권을 딴 크놈톤 지역 입구에는 피라미드를 닮은 자연석이 지키고 있었다. 몽골을 소개하는 책자에도 나와있다는 얘기도 있다. '과연 이것을 직접 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칭기즈칸도 이곳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치스런 생각이 이틀에 걸친 강행군을 잠시 잊게 했다.
▲ AGM마이닝사의 광구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스핑크스 모양의 돌산. 이 곳은 미국 그랜드 캐년의 축소판인 듯한 풍경이 많다.
몽골판 스핑크스를 만나고도 한참을 더 들어가서야 AGM마이닝의 현장 캠프가 나왔다. 밤 10시가 넘어 어두워진 그곳에 태극기가 몽골기와 나란히 휘날리고 있었다. 이역만리 이곳에, 몽골 사람들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 나부끼는 태극기. 다음날 아침에는 애국가까지 들렸다.
▲ 트롬콘 지역 AGM마이닝 캠프에 휘날리는 태극기. 왼쪽은 몽골 국기, 오른쪽은 AGM마이닝 회사기다.
아침식사 후 하루 종일 둘러본 AGM마이닝의 광구는 '금이 있다면 왜 지금까지 이곳이 개발되지 않고 남았을까' 하는 남은 의문을 해소시켜줬다. 이 의문의 상당부분은 인간의 손길이 닿았다는 자체로 신기해 보이는 이 지역을 오면서 해소됐다. 여의도 면적의 46배가 된다는 이 지역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고비사막 지역에 둘러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