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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족구100인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김종환
스포츠 방 뽕투기 현상을 주의깊게 지켜보다가 본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밤새 유로 축구를 보며 내린 결론이다.
아래 순수기자의 데뷔글 ‘쑥스러운데’ 말미에 봉팔러와 함께 족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형 기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해서 순수기자에게 상추를 받고 싶은 나는 본글로 답변을 갈음하고자 한다.
먼저 개인적인 경험 하나. 자이툰 부대 1진은 도착하자마자 허허벌판의 이라크 포병부대 터에서 시작했다. 현대 정주영 회장이 배와 조선소를 함께 만들어나갔듯이 우리 역시 부대와 외부작전을 동시전개하며 1달 가까이 전투식량과 함께 했다.주 주둔지 건설 순서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직할부대가 그러했다. 1. 잠잘 수 있는 컨테이너 건설하며 회오리바람 만나기. 2. 족구장 만들기. 3. 나머지 무지하게 많이 남은 부대시설 이제야 만들기(이전 자이툰 기사의 주둔지 사진과 족구장 건설 당시 사진을 비교해보라.) 족구는 자이툰 부대 건설 사업에서 당당히 2순위에 위치한다. 스포츠 방이니 1순위였다 라고 뻥 치려고 했는데 그건 좀 아닌 거 같다.
도대체 이 운동, 무슨 운동이기에 55도를 넘나드는 열사의 땅에서 이 우수한 장병들을 족구장 건설사업에 전념하게 만든 것인가. 이 마성의 운동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족구는 무엇인가] 다들 족구가 족보도 없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먼저 족구에 대한 설명을 보자.
그렇다. 족구는 족보가 있을 뿐 아니라 가족도 있다. 그 유명한 세팍타크로와 동류라고 한다. 다만 세팍타크로를 하는 아이들은 날씬하고 민첩하며 강렬하고, 족구를 하는 어른들은 약간 육중하고 조금 덜 민첩하고 훨씬 더 강압적이다(가령 족구에서는 나이/신분/직위/혹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에 따라 포지셔닝이 결정되고 패스의 방향이 결정된다. 다 그런 건 아니고). 그 이유는 뭘까? 이럴 땐 역사를 봐야 한다.
자 이제 서두의 언급이 이해될 것이다. 그렇다. 이 족보 있는 운동은 1960년 대한민국 제11전투비행단에서 처음 실시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군이 창시한 세계 유일의 정규(?)스포츠다. 족구를 해보면 대충 현역인지 공익인지(방위인지), 그리고 간부 출신인지 병 출신인지, 육군인지 해군인지 공군인지 대충 감 잡힌다. ! 족구에 대해 더 이해하고 싶은 봉팔러들은, 《너희가 진정 족구를 아느냐?, 도서출판 건기원》(이진천, 2008) 을 참조하라. 어쨌든 부대 방호시설보다 족구시설을 먼저 만든 우리는 온 몸을 불사르며 족구로 고국을 그렸다. 승자에게는 언제나 양고기와 터키에서 넘어오는 하이네켄이 선사되었다. 눈이 오지 않는 이상 거의 날마다 족구를 했다(반 년 동안 한 번 눈이 내리긴 했다). 족구를 하며 고향의 부대(ㅠ)를 그렸다. 강원도 양구에서 떠나올 때만 해도 드디어 지긋지긋한 추위를 벗어났다고 좋아했으나, 족구를 하며 다시 그리게 될 줄이야. 집을 그리워할 틈도 없었다. 다들 그러했었다. 집을 그리워 할 틈이 없었다.
*[필독]대륙 팬티기사를 적으려 했는데, 다들 ‘오바마 팬티 속에서 돈이’ 어쩌고 운운하는 참으로 질 떨어지는 종류의 기사 밖에 없어서 아래 사진으로 대체한다. 물 공급이 안 될 때, 화학부대 급수차로 급히 씻으면서도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이다. 여성분들은 족구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이걸로 균형을 맞추겠다. 추후 중국에도 여자 팬티 몰카를 찍는 류의 의사들이 생겨나면 바로 특집기사 송고하도록 하겠다. 족구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는 날까지...그날를 바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