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새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많이 내렸다. 올 들어 추석 전후까지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으나 이후 거래가 끊긴 가운데 매도 호가가 많이 떨어진 것이다.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소폭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약세 장세는 여전하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집값을 다룬 기사 댓글에 “강남 아파트값이 떨어진 진짜 이유는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 조사 때문인데, 언론이 대출 규제 등 엉뚱한 이유를 갖다 대고 있다”는 내용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8월말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들썩이자 국세청이 재건축아파트 매수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이어 9월부터 은행권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수도권으로 확대되면서 한동안 고공행진하던 집값도 상승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자 자금출처 조사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도 적지 않았다.
기사 댓글처럼 자금출처 조사가 강남 집값 안정의 일등공신일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남에서도 투자 수요가 많은 개포동과 잠실동 일대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강남 일대에서 최근 몇 개월 새 재건축 매수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는 한건도 없었다는 것.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우리 중개업소를 통해 재건축아파트를 매입한 매수자가 자금출처 조사를 받거나 통보라도 받았다면 우리에게 상의라도 했을 텐테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며 “주변에서도 자금 출처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같은 곳에서는 거래 신고지역으로 주택 거래 땐 인터넷으로 구청에 거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 때 자금조달 계획도 함께 게재하고는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세무서에서 매수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벌인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 약세 원인은 복합적
과연 그런 지 국세청에 확인해 봤다. 국세청 재산세국 부동산거래 관리과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탈루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통상적인 국세청의 업무이지만, 특정 지역(강남)과 특정 상품(재건축아파트)을 산 사람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벌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세청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내지도 않았는 데도 국세청이 강남 재건축 매수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섰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물론 자금출처 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더라도 매수 심리 위축에는 상한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개업소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잠실동 삼성공인 이문형 대표는 “자금출처 조사 얘기가 나온 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이 지난 뒤에도 실제로 자금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를 모를 중개업소가 없고, 중개사들이 ‘매수 희망자에게 세무조사 얘기는 엄포용이니 걱정 말라’고 설명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강남 집값이 약세인 것은 대출 규제 확대와 금리 상승, 단기 급등에 따른 매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지, 자금출처 조사는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