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다만 나쁜 지휘자만 있을 뿐”이라는 화두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거장 유진오먼디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197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중국 필하모닉이 베토벤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것을 듣게되었습니다. 수준 높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빈약한 연주였습니다. 1악장이 끝나자 중국인 지휘자가 예의를 지키는 뜻에서 지휘봉을 유진오먼디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유진오먼디가 2악장부터 지휘하기 시작하자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완전히 달라 졌습니다. 3악장에 이르러 중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신들린 듯이 연주했습니다. 여기서 누구보다 깊이 감동을받은 사람들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먼디가 얼마나 위대한 지휘자인가를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들을 부끄럽게 여기는 한편 그런 지휘자를 자신들이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자랑스럽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단원과 지휘자는 상호 작용을 통하여 여러 악기의 절제된 화음을 이끌어 냅니다. 따라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원하는 것을 조화롭게 이끌어내는 리더이지 결코 명령과 지시로 하모니를 깨면서 상대의 복종을 강요하는 보스는 아닙니다.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도 국민과 상호 작용을 통하여 나라를 조화롭게 다스린다는 관점에서 볼 때 리더의 성격이 강한 반면 군림하는 보스스타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리더와 보스는 여러 측면에서 서로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 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리더는 사람들을 이끌고 간다. 보스는 사람들을 몰고 간다.
리더는 선의에 의존한다. 보스는 권위에 의존한다.
리더는 회초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스는 늘 회초리를 필요로 한다.
리더는 ‘우리’ 라고 말한다. 보스는 ‘나’ 라고 말한다.
리더는 ‘가자’고 권한다. 보스는 ‘가라’고 명령한다.
리더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일한다. 보스는 등뒤에서 일한다.
리더는 남을 믿는다. 보스는 남을 믿지 않는다.
리더는 희망을 준다. 보스는 겁을 준다.
리더는 존경을 모은다. 보스는 복종을 요구한다.
리더는 자기가 밟고 있는 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보스는 무지개를 바라본다.
리더는 대중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보스는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본다.
리더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권위를 얻는다. 보스는 ‘약점’에 의지하여 권위를 유지한다.
리더는 약점을 숨기지 않는다. 보스는 약점을 숨긴다. 권위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가까이한다. 보스는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미워한다.
리더는 권위를 쌓는다. 보스는 권력을 쌓는다.
리더는 타협을 잘하고 대화를 즐긴다. 보스는 타협을 모르고 대화를 거부한다.
리더는 귀가 여러 개 있다. 보수에게는 귀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듣기 좋은 말만 듣는 귀하나만 가지고 있다.
리더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알려준다. 보스는 누가 잘못하고 있는가를 지적한다.
리더는 자기 말에 책임을 진다. 보스는 자기말도 무시한다.
리더는 지지자를 만든다. 보스는 부하만을 만든다.
리더는 권위마저 즐기지 않는다. 보스는 권력을 즐긴다.
리더는 권력이란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보스는 권력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후계자의 짐을 덜어준다. 보스는 후계자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긴다.
리더는 앞에서 이끈다. 보스는 뒤에서 호령한다.
-홍사중 지음 “리더와 보스” 중에서
리더는 보스와 인격과 품성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주목하실 것입니다. 리더의 인격과 품성을 특히 중요시한 주자는 “근사록”에서 다음의 아홉 가지를 덕목으로 꼽았습니다:
1. 관대하면서 엄격하고 분명해야 한다.
2. 부드러우면서도 매듭짓는 게 분명해야 한다.
3. 꾸밈이 없으면서도 거칠거나 무뚝뚝하지 않고 공손해야 한다.
4.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5. 점잖으면서도 속이 단단해야 한다. 곧 외유내강의 덕을 갖춰야 한다.
6. 정직하고 솔직하면서도 남의 결점을 들춰내지 않고 냉혹하지 않아야 한다.
7. 대범하면서도 요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8. 무슨 일에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속이 알차야 한다.
9.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면서도 혈기에 넘쳐 만용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2024년 4월10일에 치루어 질 제22대 국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본심을 잃은 여야의 정치인들이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현상을 국민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맹자 고자상편에서 본심을 잃은 사람들의 치욕적인 모습(失其本心)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밥한그릇 국한 사발을 얻어먹으면 살수 있고 얻어먹지 못하면 죽게 되는 경우에도, 소리지르고 모욕하며 내던져 주면 누구라도 받지 않을 것이고, 발로 차서 주면 거지라도 달 가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만종(鍾)이나 되는 많은 봉록의 경우에는 예의를 따지지 않고 받는다. 만종의 봉록이 자신에게 무슨 보탬이 있겠는가? 만종의 봉록을 받는 것은 호화로운 집을 얻고 처첩을 먹여 살리고 자신의 친척들 중에서 궁핍한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혜택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예전에 자신을 위해서는 자신이 죽을지 언정 받지 않다가 지금은 아름다운 집을 위해서 받고, 예전에 자신이 죽을지 언정 받지 않다가 이제 처첩을 부양하기 위해 받고, 예전에는 자신이 죽을 지 언정 받지 않다가 지금은 자신의 친척들 중의 궁핍한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혜택을 얻도록 하기위해서 받는구나. 이것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을 일러 본래의 마음을 잃었다고 한다.”
최근 본심을 잃은 잠룡(潛龍)급 정치인들의 모습이 흑심(黑心) 즉 검은 마음과 단심(丹心) 즉 충성하는 붉은 마음의 양식으로 여야양당에서 표출되고 있습니다
야당의 경우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듯 자신의 미래 정치적인 공간을 확보하기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당대표를 지내고 5선의 관록을 지닌 추미애 전법무장관이 여러 매체에 나가 듣는 사람이 귀를 의심할 정도로 문재인 전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저격하는 데는 두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장관직에서 해임당했다는 이미지를 일반 대중에 각인시켜 자신이 윤석열전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공적 1호의 누명을 벗어나보겠다는 의도 가 엿보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더불어 민주당의 현재 대주주인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있을 공천심사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시 찬성표를 던진 씻을 수 없는 반역의 전력이 유령처럼 추 전장관을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데 자신이 일등공신이라는 세간의 불명예가 미래 정치 행보를 하는데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윤석열 전검찰총장과 전쟁 중 장수를 바꾼 문재인 전대통령에게 주무장관으로서 자신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지휘책임을 문전대통령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자신의 영달에만 급급하여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다 참 비정하고 졸렬한 검은 마음의 일단을 추미애 전장관은 자기도 모르게 만천하에 노정한 샘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김을 당할 짓을 한 후에 다른 사람이 그를 업신여긴다”는 맹자 이루상의 해당 구절이 어쩌면 추미애 전장관의 경우를 두고 한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딱 들어 맞는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당성조사를 마치고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감정을 폭발시키며 분풀이하듯 취소하여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 고속도로의 종점을 김건희 여사가 소유한 토지와 인접한 장소로 작년 5월에 졸속으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원희룡국토부 장관이 내린 긴급 조치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처가와 자신이 소속한 정당을 국민들의 오해로부터 구하기 위한 단심(丹心)의 발로로 보이나 면밀히 살펴보면 공직자로서 허점이 많은 결정인 것 같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윤석열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기 때문에 이번 사업취소가 윤대통령과 교감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업 자체가 서울과 경기도의 부도심을 연결하는 도로이기때문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민심의 향배가 수도권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는 단심(丹心)을 흑심(黑心) 보다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반드시 그렇지만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제 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양평간 고속 도로 사업에 대해서 야당에서 의혹제기가 있다고 해서 오직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위해” 원희룡 장관이 사업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면 이는 대한 민국 헌법 제7조 1항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편협한 정파적 시각에 초점을 맞춘 단심(丹心)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헌법조항과 배치되는 듯한 원희룡 장관의 국책사업 취소결정에 대해 적법성을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당과 야당이 사사건건 정쟁을 벌이면서 여론전을 펼치는 사이 한국갤럽의 7월 1주 여론 조사에 나타난 중도를 표방하는 무당파가 30%(전주 대비 2%증가)에 달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정확히 9개월후에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와 야는 공히 무당파를 포용하는 외연확대가 싸움의 승패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결론삼아 국가 경영의 정도가 율곡 이이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의 첫머리에 나와있습니다.
여기에 그 내용을 소개 합니다.
손님: 고금에 치란(治亂)이 없는 때가 없으니, 어찌하면 치(治)가 되고, 난(亂)이 되는가?
주인: 치(治)에는 두가지가 있다. 난(亂)에도 두가지가 있다.
손님: 무슨 말인가?
주인: 임금의 재치가 뛰어나서 호걸을 부리면 치(治)하고, 재치는 부족하더라도 어진이에게 맡길 수 있다면 치(治)하게 된다. 이것이 치(治)에 두가지가 있다는 뜻이다. 임금이 자기의 총명을 믿고 아랫사람을 불신(不信)하면 난(亂))하고 간사한 사람을 신임하여 귀와 눈을 가리면 난(亂)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난(亂)에도 두가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임금을 “대통령 또는 국가 지도자” 로 바꾸어 읽고, 치(治)를 “국가경영이 잘 된 시대” 그리고 난(亂)을 “국가 경영이 잘되지 않은 시대”로 이해하시면 큰 틀에서 율곡이 생각하는 국가경영의 정도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가 경영의 요체는 인재의 발탁과 활용이라고 율곡은 동호문답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 국가 경영의 관점에서도 인재의 발탁과 활용이 치국의 근본이 된다는 논리를 지난주 필자가 쓴 칼럼 글(“치병, 치국 그리고 타협과 벗하기”)에서 인재를 나라의 병을 다스리는 약에 비유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 한 바 있습니다. 아무튼 인재의 발탁은 국민들에게 지도자의 국가 경영관을 홍보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장차관 인사에서 국가경영과 관련하여 어떤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까?
추기: 그동안 필자가 보내드린 월요인터넷 편지를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생각을 가다듬고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때론 인터넷의 고장 등으로 당황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보람을 만끽하는 소확행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느새 2023년도 하반기에 접어들었고 내일(7월11일)이 벌써 초복입니다. 비록 정부의 시책으로 만나이가 시행되어 필자도 금년에 한 살 젊어 졌지만 여전히 한여름에는 무더위와 모기 때문에 지내기 힘겨운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일단 삼복 더위에는 글쓰기를 중단하고 건강을 돌보며 휴식을 취하려고 합니다. 한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준비가 되는 대로 여러분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월요편지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 올릴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정해균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