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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녀님의 부활 체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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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luia~ 하늘이 땅이 되시어 어둠을 입으시고, 땅 아래 죽음에 있던 우리를 땅 위로, 하늘로 올려 주신 거룩한 오늘,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축하합니다. 오늘은 예수님과 함께 부활한 어느 수녀님의 부활 체험을 나눠드립니다.
아팠습니다. 늘 아팠지만 이번엔 그 아픔에 항복할 만큼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사순시기를 병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가장 자신 있는 인생살이 종목 중 하나는 “인내”하기입니다. 그것도 아픈 것 참아내기는 저의 어머니께서도 인정하신 주특기입니다. 수녀원에 들어온 이래 내내 아팠지만 저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으로 저는 주님과 일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저의 그 오만함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정말 너무 아팠고, 참을 수 없어 소리쳤습니다. 온몸의 뼈들과 근육이 아프다고 소리치며 일어나는데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우스운지요? 아픔은 참을 수 있겠다고요? 아닙니다. 육체의 고통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닙니다. 좀 참을 수 있는 고통, 내 아픔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아픈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성주간에 이르자 낮에는 정신없이 사도직을 하고, 밤에는 너무 아파 엉엉 울었습니다. 아플 땐 언제나 십자를 바라보게 되는데 그러다 문득 십자가 고통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하니 예수님께 참 미안했습니다. 제가 그 고통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 해도 못에 뚫린 몸의 고통과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시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그 아픔을 알지 못합니다. 벌거벗겨져 십자가 위에서 수모를 당하는 창조주의 짓밟혀진 사랑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가늠할 뿐입니다. 아픔은 어느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고독의 영역입니다. 알지 못하는 그 고통의 외로움 앞에 먹먹해져 그저 울었습니다.
그러고는 아, 나의 이 아픈 육신, 온종일 솟아나는 고통 가득한 이 몸뚱아리도 주님과 함께 부활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이 참으로 부활하셨기 때문이지요. 놀랍게도 이번 부활 선물로 받은 헨델의 메시아 음반에 이 같이 노래한 [나팔이 울리면]이라는 곡을 들으며 저는 부활을 맞이했습니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겸손하게 고통을 겪으렵니다. 그리고 제게만 주신 그분 사랑의 징표로 십자가를 제 몸에 지니렵니다. “나팔이 울리면 죽은 이들이 썩지 않는 몸으로 되살아나고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 - 1코린 12,52 -
부활의 은총, 변화로 인해 찾아오는 평화가 원명숙님 가정에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