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2013 아덱스(ADEX) 대응행동을 위한 첫 모임이 10월 3일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올해의 대응행동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9월에 이미 훌륭하게 대응행동을 진행한 영국의 방산전시회 DSEi(Defence Security and Equipment International) 대응행동의 사례연구를 진행하였다. DSEi 방산전시회는 1,500개 무기회사, 30,000명의 무기구매자 및 판매자가 모이는, 국제무기거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한국의 아덱스처럼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며 올해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방산전시회는 무기회사들이 끔찍한 인권침해를 자행했거나 하고 있는 정권들(주로 분쟁상황에 있는)에게 생산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말로는 이런 정권들을 비방하면서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이들을 방산전시회에 초청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자본주의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방산전시회는 죽음, 전쟁, 공포, 억압을 연료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DSEi에 반대하는 영국의 활동가들도 영국 정부가 일상적으로는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독재 정부를 비난하면서 이들을 DSEi에 초청해 무기를 팔아먹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이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2013 DSEi 환영만찬이 열린 Cutty Sark 호텔 정문. 활동가들이 출입구 4곳을 몽땅 봉쇄해버려 결국 무기거래상들은 비상구를 통해 안으
로 들어가야만 했다고 함
2년 전, 나도 2011 DSEi 반대행동에 참여했었다. 2년 전에도 일주일 내내 다양한 그룹의 다양한 행동이 이어졌는데 나는 ‘바이크 낫 밤 (Bikes not Bomb)’ 크리티컬매스1 자전거 시위대의 일원으로 참여했었다. 알록달록한 복장, 자전거, 소음을 만들 도구들을 들고 런던 시내를 달리고 달려 DSEi가 진행되고 있는 Excel 전시장에 도착, 그곳을 드나드는 무기상인들에게 ‘야~ 잘 봐, 우리가 여기 두 눈 부릅뜨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제작년엔 입구를 봉쇄하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었는데 올해는 사이클리스트들이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린 모양이다. 2년 동안 발로 뛰며 많은 논의를 거쳐 우리의 캠페인도 계속 일취월장하는 것! 올해 그 일주일간의 행동을 날짜별로 정리해 보았다.
DSEi 하루 전 날, 일요일, 9월 8일
악령 쫓기 의식 진행 중
전시장 세팅하는 날, DSEi 하루 전날과 첫째 날 무기들이 전시장으로 이날 운송이 됨. 전시회 자체는 둘째날부터 시작.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를 방해. 시위대는 동쪽 서쪽 문을 모두 봉쇄하고 신부님들과 Christianity Uncut 활동가들이 주관한 악령쫓기의식(exorcism)을 진행함. 오큐파이 런던(Occupy London)에서는 DSEi 저항주간의 일환으로 ‘방산전시 오큐파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여기에는 알제리, 바레인, 브라질, 터키의 시위대와 함께했음. 전시장 동쪽 문에는 오큐파이 캠프도 차려짐. 전시회에 저항하는 행동을 보다 가시적으로 만들 목적. 한편, 고속도로에서는 18명의 사람들이 고속도로 점거로 체포되었음. 탱크가 전시회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할 목적.
DSEi 첫째 날, 월요일, 9월 9일
록히드마틴 사무실을 봉쇄한 활동가들
런던 시내 록히드마틴 사무실은 아주 특별한 손님들을 맞음. DSEi 대응행동 캠페이너들이 록히드마틴 사무실 정문에 스스로를 초강력 접착제로 붙여버린 것. 록히드마틴은 세계 1위의 무기회사로 DSEi에서도 역시 무기들을 전시함. 캠페이너들은 3시간 동안 봉쇄에 성공했으며 다음날 아침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5명의 활동가들은 체포되었음. 한편 전시장에는 수십 명의 캠페이너들이 드론컨퍼런스를 방해하기 위해 모임. 웨일즈 지방에서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애버포스(여기에 드론 시험장이 있음)에 모여 드론에 저항하는 활동을 함. 전시될 무기들이 이날까지 계속 도착했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장갑차가 전시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음. 저녁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침묵시위를 벌임. 공식적 전시회 개장 전날(첫째 날은 전시회가 개장하지 않고 드론컨퍼런스만 열림)의 매우 강력한 순간이었다고 함.
DSEi 둘째 날, 화요일, 9월 10일
얘네들이 무기상인들이에요
30,000명의 무기거래상들이 전시회 공식오프닝을 위해 런던에 도착. 캠페이너들 역시 런던시티공항에 나가 그들을 맞이함. 캠페이너들은 무기상인들에게 길찾기(물론 빙 둘러서 가는 길)를 도와주고 사람들에게 그들을 가리켜 보여주기 행동(얘네들이 무기상인들이에요)을 함. 방문객들의 주 출입구는 기독교활동가들의 초강력 접착제 행동으로 40분 동안 봉쇄됨. 이 행동은 커스텀하우스역(DSEi가 개최되는 EXCEL전시장과 연결되는 지하철역)에서 전시장으로 향하는 무기거래상들의 길을 정체되게 만들었음. 이 행동으로 5명의 사람들이 체포되었음. 한편 바스 및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은 그 지역의 방산전시품 출품회사를 상대로 한 활동을 벌임. 저녁에는 캠페이너들이 정부 무기판매부처의 고위공무원, 국방안보기구 등이 참석한 저녁만찬 장소로 몰려가 4개 출입구를 몽땅 봉쇄해버림. 결국 무기거래상들은 비상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고 만찬이 끝나고는 그들의 직업을 가리켜 보이는 활동가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돌아가야 했음.
DSEi 셋째 날, 수요일, 9월 11일
활동가 한 명이 전시장 지붕을 점거함. 다른 활동가들은 그 아래에서 무기거래상들에게 이의를 제기함. Black Katz Collective 활동가들은 BAE Systems의 로비를 점거하고 노이즈데모를 벌임. 한편 무기거래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식도 진행되었고 여기에는 지역 초등학교 아이들도 참여함.
DSEi 다섯째 날, 목요일, 9월 12일
팔(arms)를 주제로 한 설치 예술
정부의 무기판매부처에 관한 토론회가 의회에서 진행되는 날, 캠페이너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무기판매를 지원할 수 없다는 항의행동을 벌임. 크리티컬매스 사이클리스트들과 다른 시위대들이 무기거래상들을 위한 “자선”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트록시로 모여 들여 정문을 봉쇄하고 방산전시회에 관한 정보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림. “팔(arms)”을 주제로 한 설치 예술이 근처 가로등 기둥에 설치됨.
DSEi 여섯째 날, 금요일, 9월 13일
DSEi End Product 카드
무기거래상에게 그들 사업의 결과에 대해 상기시키기 위해 제작된 ‘DSEi End Product’ 카드 수백 장이 그들이 가는 호텔방, 술집, 주차장 길 곳곳에 뿌려짐. 지역주민들은 방산전시회를 개최한 정부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며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인 빈스 케이블의 지역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임. 케이블은 수출라이센스를 승인하고 해외 무기판매 홍보를 담당하는 부처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 한편 전시장에서는 비바람과 온갖 방해 행위에도 살아남은 오큐파이 캠프에 무기거래상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시위에 함께하기 위해 다른 활동가들이 모두 모임.
DSEi와 다르게 한국의 아덱스는 행사 기간 중 주말 이틀을 할애해서 Public Day를 진행한다. 이는 죽음의 무기를 사고파는 시장인 아덱스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족단위 놀이터로 둔갑시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살인무기를 안심하고 팔 수 있는 창구로 만들기 위한 교묘한 트릭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아덱스를 통한 상담 실적이 2009년 65억 달러(약 7조)에서 2011년 95억 달러(약 10조)로 늘어났고 매년 참여 기업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올해 실내전시장 부스는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릴 계획이라는 것을.
각주)
1 Critical Mass, 세계 300여 개 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자전거 타기 행사, (출처: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