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 대이작도
송이산·부아산 등산 약 2시간 반, 섬 전체 종주트레킹 6시간 소요
인천 앞바다 이작도는 옛날에 해적들이 은거하여 이적도라 불렀으며 이적이 이작으로 변해 이작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 중 큰 섬을 대이작, 작은 섬을 소이작이라 부른다.
해변주위에 갯바위 낚시터가 산재하고 있고, 자연산 굴이 많이 나며 흑염소가 방목되고 있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난민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인천과 이작도 간의 거리는 45km. 대이작도에 도착하면 선착장에 아치가 보인다. 아치에는 환영 문구와 함께 제일 위 부분에 '영화의 고향 섬마을선생님'이라는 글귀가 특히 눈에 띈다. 선착장에 내리면 먼저 매표소에 가서 대이작도 지도를 구하는 게 좋다. '꽃,꽃,섬 대이작도 이야기지도' 팜플렛이 섬지도와 주요 관광지소개를 잘 정리해 놨다.
대이작도는 인천직할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하는 리 단위 섬이다. 선착장에서 남동쪽 끝 계남마을까지는 4km정도의 거리이며, 중간에 큰 마을, 장골마을 등이 있다. 큰풀안 해수욕장, 작은풀안 해수욕장, 목장불 해수욕장, 떼넘어 해수욕장 등이 있다. '풀'은 갯벌이란 뜻이며, 간조 때 동서방향으로 생기는 모래둑(풀등)의 안쪽에 해수욕장이 형성되었다 하여 '큰풀안', '작은풀안'과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대이작도는 풀등, 25억년된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 삼신할머니 약수터, 송이산과 부아산 등이 특히 유명하다.
대이작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마을은 이름 그대로 '큰 마을'이다. 선착장에서 좌측으로 몇분만 걸어가면 마을에 이른다. '큰마을'은 인천 남부초교 이작분교, 파출소, 교회 및 성당 등이 위치한 마을이다.
큰마을은 우측에 부아산, 앞에는 갯벌해안을 끼고 있어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특히 2010년 가을부터 주민과 예술가들이 벽화, 조형물 등을 꾸며 더욱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마을 입구 창고에서부터 동네 담과 우물, 심지어는 우체통, 화장실, 길거리 의자에 이르기까지 마을 골목 골목은 온통 예쁘고 앙증맞은 벽화로 장식되어 있으며, 민박소개 간판 등 다양한 모양의 조형물도 꾸며져 있다.
필자는 먼저 큰마을 중심에 위치한 이레민박(010-4151-5295, 대표 이귀남)에 여장을 풀고 섬 여행에 나섰다. 대이작도는 섬이 작아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편이 없다. 시간여유가 있을 경우 걸어서 섬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지만 걷기가 불편할 경우 카페리호에 차를 싣고 올 수도 있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차로 주요 관광지를 안내해주기도 한다. 필자가 머물렀던 이레민박에서도 주인 아저씨가 작은 트럭으로 친절하게 직접 섬마을 선생님 촬영장소인 섬 끝 계남마을, 장골마을, 작은풀안 해수욕장과 정대정, 부아산 전망데크 등을 안내해 주었다.
제일 먼저 가본 곳은 섬 남동쪽 끝에 위치한 계남마을. 이곳은 영화 '섬마을 선생님' 의 촬영장소인 계남분교가 있는 곳이다. 1967년에 이곳 대이작도 계남마을을 중심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당시 크게 유행했던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의 내용을 영화화한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연출하고 문희, 오영일, 이낙훈, 김희갑 등이 출연했다. 낙도에 부임한 총각선생님이 몸담았던 학교는 이곳 계남분교였으며, 대이작도 선착장 인근에는 섬마을 처녀 문희가 선생을 태우고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눈물짓던 소나무가 지금도 남아있다.
안개가 자욱해서 바다조망이 거의 없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바다 건너 사승봉도를 지척으로 볼 수 있다. 사승봉도는 개인이 소유한 무인도로서 모래사장이 특히 아름다운 섬이다. 사승봉도는 대이작도에서 고깃배로 갈 수 있지만 보통은 승봉도에서 건너간다.
계남마을을 둘러본 후 섬 주도로 남쪽에 위치한 작은풀안 해수욕장으로 가본다. 이 해수욕장은 큰풀안 해수욕장과 인접한 해변으로서 중간에 특히 정대정 정자와 산책로데크가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이다. 산책로데크 입구에는 25억년이 넘는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도 있다. 최고령 암석은 이곳 이외에도 둘얼래 해안에 헐씬 크고 넓게 분포되어 있다.
*OBS동영상에서 캡처
정대적곶 정자 앞에는 '풀등'으로 가는 선착장이 있다. 이곳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풀등을 다녀올 수 있다. 풀등은 썰물 때면 3-5시간 정도 바다 위에 나타났다가 밀물이 들면 다시 사라지는 신비의 모래섬이다.
약 30만평에 이르는 규모의 이 모래섬을 이곳 섬사람들은 '풀등' 혹은 '풀치'라고 부른다. 섬도 아닌, 그렇다고 바다도 아닌 시한부 모래섬인 셈이다.
다음 여정은 장골고개 초입에 있는 삼신할머니 약수터. 삼신할머니 약수터는 물맛이 좋고 풍부하여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병의 치유 및 소원성취를 위한 정한수(井一水)로 애용되어 왔다. 부아산의 정기를 받아 아기의 점지, 갓난아이의 수호 등 생명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영험한 생명수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부아산 정상에도 올라가 봤다. 정상 아래 전망데크까지는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다. 부아산 숲이 매우 울창하다. 섬 산 답게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않은 원시림 그대로이다. 날씨가 좋으면 부아산 전망데크에서 풀등을 비롯, 승봉도, 사승봉도 및 자월도 등을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안개가 너무 짙어 시야가 제로이다. 할 수 없이 내일 등산을 기대하고 큰 마을로 돌아왔다.
다음 날, 필자는 아침 일찍 송이산과 부아산 종주산행에 나섰다. 종주산행이라 하지만 송이산은 188m, 부아산 159m의 낮은 산이라서 총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이며, 이중 부아산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상 가까이까지 차로 오를 수도 있도록 관광코스로 개발되어 있기도 하다. 송이산 들머리는 섬 남동쪽 하단 장골마을을 지나 목장불 해수욕장 직전 고갯마루이다. 여객선 부두로부터는 3km, 계남마을로부터는 1.6km 위치의 주도로변이다.
등산로가 완만하다. 아침 안개를 뚫고 울창한 숲길을 오른다. 들머리에서 10분 쯤 오르면 로프 펜스가 있는 목제계단길이다.
송이산 정상은 쉽게 오를 수 있다. 188m의 대이작도 최고봉이라 하지만 들머리 자체가 이미 제법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정상까지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들머리에서 불과 30분 남짓 밖에 걸리지않았다. 정상에는 팔각정 정자와 함께 소나무 하나가 외롭게 산객을 반긴다.
정상에서 5분 정도 능선 소나무숲길을 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장골마을, 우측은 부아산 가는 방향이다. 이곳에서 장골마을까지는 500m 거리이다. 부아산 방향으로 숲길을 내려간다. 중간에 쉴 수 있는 벤취도 보이고 돌무더기도 나타난다. 정상능선에서 20여 분 내려가면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 알미해변 방향, 좌측은 부아산 방향이다.
부아산 가는 길에 저주지도 보인다. 송이산 정상에서 800m 내려온 곳이다. 우측으로 바다가 보인다. 장골 아래 해변이다. 좌측 장골마을 쪽으로 가면 고려시대부터 말사육을 하였으며 조선 태종 때 국영목장으로 지정되었다는 말목장터가 있다. 저수지는 저수지라기보다는 늪 같다. 갈대 모양의 풀이 늪을 거의 덮고 있다.
저수지를 지나면 부아산 들머리에 이른다. 입구는 로프 펜스와 함께 목제계단으로 정비해놨다. 10분 쯤 오르면 너덜길이 나타나고 등산로가 약간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안개 속 소나무숲에는 여기저기 거미줄이 진로를 막고 있다. 더 이상 숲 속으로는 들어가지 말라는 듯 거미줄이 선명하다.
부아산 들머리에서 20분 쯤 오르면 넓은 공터에 이른다. 체육시설과 함께 정자도 보인다. 이곳이 부아산 전망데크이다. 자동차로 부아산을 오르면 이곳 주차장까지 오를 수 있다. 전망데크 반대편에는 팔각정도 보인다. 이곳에는 야생화 군락지도 조성돼 있다. 초록 잎의 해국이 바다소식을 전해준다. 어제 올랐던 곳, 낮익은 이정표와 안내판이 보인다.
전망데크에서 잠시 쉰 후 부아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아치형 통로를 지나면 긴 계단길이다. 계단길이 끝나면 곧 부아산의 명물 구름다리.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 색의 구름다리가 한 폭의 그림이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팔각정이 나타난다. 팔각정 옆에는 부아산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부아산은 옛부터 인천, 경기, 충청, 황해도 해상의 요충지로 봉화대가 설치되었던 장소이다. 엣부터 백성을 품어 왕도의 터라 일컬어 왔으며, 부아산(負兒山)이라는 이름대로 이곳에 오르면 아이를 갖게 해준다는 영험한 명산이기도 하다. 정상은 이곳으로부터 100m 남았다.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능선은 산객의 마음자세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칼날같은 바위능선이다.
드디어 부아산 정상 도착. 정상에는 사방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서는 날씨가 좋을 경우 인천 시내는 물론, 큰풀안, 작은풀안, 목장불, 떼넘어해수욕장,소이작도 등이 조망되며, 특히 썰물 때 만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모래섬 ‘풀등’이 그림같이 내려다보인다.
주차장이 있는 전망데크에서 정상까지는 왕복 24분 정도. 다시 원위치로 내려와 우측 하산숲길로 접어든다. 하산숲길 역시 차도가 조성되어 있기는 하나 굳이 이쪽으로 자동차가 내려갈 필요가 없어서인지 풀섶으로 덮혀있다. 숲길이 울창하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여유있게 걷는다. 밀림같은 숲 속을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꿈길처럼 발걸음을 옮긴다. 부아산 주차장에서 20여분 내려오면 큰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큰마을에서 선착장으로 가는 해안길이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부아산 날머리. 큰마을에서 장골고개로 넘어가는 초입길이다. 송이산 들머리에서 부아산 정상을 거쳐 이곳 날머리까지 약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다시 보니 큰마을 앞 해변이 꽤 아름답다. 물이 빠지면 이곳 해안은 바지락 캐는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
송이산-부아산 산행을 마치고 둘얼래 해안을 가기 위해 이별모퉁이로 들어선다.
대이작도 선착장에서 큰마을 가는 길 중간 갈림길인 '이별모퉁이'는 고갯마루에 공동묘지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죽은 자의 상여가 공동묘지로 가기 위해 이 모퉁이를 돌아서면 더 이상 마을이 보이지않기 때문에 '이별모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둘얼래'는 물고기가 많아 돌로 잡는다는 '돌어렵'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이곳 해안에는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이 즐비하다.
형성된지 25억년이 넘는 이들 암석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에 의해 암석의 일부가 녹을 때 만들어지는 혼성암으로 지하 약 15-20km 깊이(약 4,000-6,000기압의 압력)의 고온(700-750도)에서 생성된 것이라 한다. 25억년이 넘도록 살아남은 저 바위들. 지구생성의 산 역사를 보는 듯 하다.
대이작도 트레킹은 송이산·부아산 등산 만 할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교적 짧은 코스인 반면, 둘얼래해안을 포함, 섬 전체를 걸어서 종주할 경우 즉, 선착장-큰마을-작은풀안해수욕장-큰풀안해수욕장-계남마을-송이산-부아산-큰마을-둘얼래해안-선착장코스를 도는 트레킹은 약 6시간 정도는 잡아야 된다.(글,사진/임윤식)
*대이작도 가는 방법은...
대이작도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의 경우 1시간 20분, 차량적재가 가능한 고속페리호는 2시간이 소요된다. 쾌속선 코리아피스호가 매일 8시30분 및 15시에 출발하며, 대부고속페리호는 7시 50분에 1회 출항한다. 인천항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대이작도에서 코리아피스호는 9시40분, 16시20분, 대부고속페리호는 14시30분이다. 대이작도에는 섬을 도는 버스가 없다. 민박집에서 주요관광지까지 태워주기도 하지만 가능여부는 민박집 사정에 따라 다르다. 선착장에 전기차 대여소가 있는데 4시간 38,500원, 하루종일 66,000원이다. 사전예약 필요 010-2501-5133.
하루 두 번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의 신기루 ‘풀등’ 탐방은 바다생태마을운영위원회(010-9019-1224)에서 주관한다. 작은풀안해수욕장 좌측 끝으로 난 해안데크길 끝 정자(정대적곶)아래쪽에서 8인승 배가 출발한다. 1인당 10,000원. 비수기에는 운행하지않는 경우도 많으니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