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우크라이나[편집]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은 손자병법, 오자병법 등 병법서에 나오는 것과 일치하는 면이 많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道)란 백성으로 하여금 임금과 한 뜻이 되어, 함께 죽을 수 있고 함께 살 수 있게 하여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를 키이우에서 끝까지 사수하고 버팀으로써 직접 실행하고 있다.
개전 직후 많은 관료와 군 지휘관들이 도피하여 지휘의 공백이 일시적으로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군 통수권자가 이들을 탓하거나 되돌아오지 않으면 적전도주, 반역죄로 처형한다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피한 지휘관들에게 가족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후 되돌아올 의향이 있으면 되돌아와달라는 요청을 대신 보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복귀하여 임무 수행을 재개했다.(젤렌스키의 타임지 인터뷰) 또한 비리와 국가반역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와 협력 관계를 이루어 포로셴코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민병대에 물자를 공급하고 서방 세계와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이는 오자병법 도국 편에서 말하는 "관직에 있다가 과실로 쫓겨나 다시 공명을 얻고자 하는 자들로 한 부대를 편성하며, 전에 지키던 성을 버리고 달아나 그 불명예를 씻고자 하는 자들로 한 부대를 편성하십시오. 이렇게 편성한 부대는 그야말로 군의 정예입니다." 라는 조언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가장 위태로웠던 2월 말을 버텨내었고, 3월 이후에는 러시아군을 오히려 역으로 밀어내는 기적 같은 전과를 이루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공 편에서 말하는 "군주가 군대의 사정을 모르고 군대의 임무에 간섭하면, 즉시 군사들의 의심을 살 것이다."는 조언도 철저하게 지켰다. 상술한 타임지 인터뷰에서 젤렌스키의 보좌관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Oleksiy Arestovych)는 젤렌스키 본인이 군사 전술, 전략 분야에 대한 정식 훈련을 받은 적이 없음을 인정하고, 대전략적 방향성 외의 모든 전술, 전략 분야에 대해서는 국방부장관과 군부에 일임하며 원하는 작전을 수립할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시간 제한을 임의로 정하고 이를 강요하면서 매일 전황에 직접 간섭하는 푸틴과는 반대되는 행보이며, 푸틴의 강요는 재량권이 없는 러시아군이 시간에 쫓겨 진격하다가 재량권을 가지고 합리적인 방어 작전을 구축한 우크라이나군에 계속해서 격퇴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작전 편에서 전제한 천리길의 식량 수송은 우크라이나가 더 철저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우크라이나 철도공사 직원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벙커에서 자신과 같이 근무하자는 제안을 했고, 철도공사 직원들은 현장에서 철로를 수리하기 위해 이를 거절하기는 했지만 러시아군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철로와 열차를 수리하고 보급선을 지켜냄으로써 젤렌스키의 호의에 보답했다. 지형 편에서 말하는 "장군이 병졸을 보는 시각에 사랑이 넘치면 병사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전진한다."는 구절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서방 세계에서 지원되는 물자가 원활히 전선으로 수송될 수 있었던 것은 철도공사 직원들의 살신성인의 정신과 이들의 중요성을 인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 덕분이었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포로에게 인도적인 대우를 해 주고, 전후에 시민권 지급과 주택 무상지급을 미끼로 러시아군 포로들을 자기편으로 전향시켜 우크라이나군에 편입시키기도 하고 있다. 아예 이런 전향한 병사들만 소속되는 '자유 러시아 군단'[36] 이는 손자병법에 또 포로는 우대하여 우리 편으로 만든다는 전략과 일치한다.
상술한 대로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손자병법에서 하라고 한 것들은 거의 다 잘 해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벨고로드의 유류고 폭발과 관련된 행보 역시 손자병법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화공 편에서 말하는 군수 물자, 차량과 창고를 불로 태우는 작전인 것은 물론이고, 폭발 직후 전과를 자랑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은 척 의뭉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은 시계 편에서 말하는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 하고"에 정확히 해당한다.
또한 마리우폴 전투에서도 수송 헬기로 러시아군의 포위망을 뚫고 물자를 보급하고 부상병을 외부로 대피시키는 보급 작전을 계속 실행했는데, 우크라이나군은 이 작전을 1달이 넘게 숨겨서 러시아군과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을 4월 초까지 모두 속여넘기고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과소평가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손자병법에서도 조언이라기보다는 희망 사항에 가까운 "미묘하고도 미묘하여 모습이 없는 경지에 이르며, 신비하고도 신비하여 소리가 없는 경지에 이른다. 그러므로 능히 적의 생사를 맡아 다스리게 되는 것이다."를 스텔스기 없이도 수행한 신출귀몰한 작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벨고로드 공습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헬기 전력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2년 8월 7일경에 AGM-88 HARM 미사일이 발사되어 S-300 포대를 공격한 것, 8월 9일에 발생한 노보페도리우카 사키 공항 공격 또한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 하고"를 다시 한번 실현한 것으로, 우크라이나군 측은 대외적으로 러시아군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공표하는 가운데 군사 전문가들조차도 어느 경로로 미제 대레이더 미사일이 발사되었는지를 2주간이나 특정하지 못했고 어떤 공격 방식을 통해 군사 공항이파괴되었는지는 9월 이후에도 여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크림 반도에 있는 러시아인들이 불안감에 크림 반도를 떠나는 등의 반향이 일고 있다.
대전략적 방향 외의 나머지를 휘하 장성과 관료들에게 위임하는 명령 체계는 우크라이나의 9월 공세가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뉴욕 타임스에서 서술하는 공세의 준비 과정은 아래와 같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세계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게 직접적인 반격과 공세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승이 필요하다고 휘하 장성들에게 주문했다. 최초로 고려된 작전은 헤르손 방면에 병력을 집중하여 남부 회랑을 돌파하고 마리우폴까지 도달하는 것이었으나, 미군과 같이 진행한 워게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제기되었다.
이에 장성들은 헤르손 방면에서 통상적인 공세를 계속하되 전과를 부풀려 러시아군이 남쪽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 후, 동부의 방비가 허술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새로운 주공으로 공격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하고 워 게임 분석 후 1달이 넘는 준비 작업을 거쳐 이를 실행하였다. 특기할 사항은 젤렌스키가 처음에 원했을[37] 헤르손 방면 총공세 작전에 장성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젤렌스키는 이를 수용하고 다른 방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묘산(=워게임)의 중요성은 손자병법의 첫 장인 시계 편에 서술될 정도로 대단히 크지만, 묘산의 결과에 따라 승산이 적으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상식에 가까운 논리적 수순을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38], 공세 방향을 크게 변경하고 공세 시기를 늦추는 작전 변경안을 군부가 먼저 주장하고 젤렌스키가 이를 수용했다는 것은 젤렌스키가 군부에 필요한 재량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39] 그러면서도 젤렌스키가 제안한 대전략적 차원에서 전략적인 대승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는 관계자들이 모두 동의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은 삼십육계와도 여려 부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전술했듯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의 패전을 생각한 전문가들도 많았지만 이 위기를 반간계, 연환계 등으로 극복하였고, 전쟁 참여에 소극적인 서방 국가들을 자신들을 통해 러시아를 차도살인할 기회라고 설득하여 대량의 군수품 지원을 받아냈으며, 나아가 북부 전선을 중심으로 러시아군을 가두는 데에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보급로가 길다는 러시아군의 단점을 적극 이용하였고, 지휘관만 죽어도 해당 부대 전체가 와해되는 금적금왕을 이용해 러시아 군대의 사기를 적극적으로 꺾고 있다.[40] 모스크바함 격침 작전, 우크라이나의 9월 공세 또한 매우 모범적인 성동격서 작전이다. 마지막으로 푸틴만 죽어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마당에 굳이 우크라이나 손에서 처리할 필요도 없이 차도살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금적금왕은 젤렌스키를 대상으로도 성립하는 것이고, 지금껏 최소 3차례의 암살 미수를 당한 바 있어 우크라이나군의 경계는 계속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국 내 민심이 떠나간 푸틴과 달리 젤렌스키는 수도 사수를 외치며 수뇌부와 함께 남아 우크라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설령 전사 혹은 암살당하더라도 우크라인들이 전의를 잃을 가능성은 오히려 그를 순교·애국자로 치켜세울 가능성보다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최고지도부 유고시를 대비해 미리 지정생존자를 지정해 놓고 있으며, 군대 역시 지휘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지휘권을 즉시 계승할 수 있는 지정생존자를 설정한다.[41] 당연히 자신의 죽음도 진작에 각오한 젤렌스키가 그 정도 대비조차 안 했을 리가 없으며, 젤렌스키와 그 수뇌부가 키이우 전투에서 모두 죽어도 우크라이나에서 제일 안전한 서부 리비우 등지에서 후속 승계자나 명망 있는 사람이 우크라인들을 수습하며 항쟁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4월 1일을 기점으로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이 후퇴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큰 성과를 거두며 일단은 키이우에서 수뇌부가 붕괴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다만 우크라이나도 마냥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닌 게 러시아도 만만치 않게 타격을 입었지만 불과 한달 만에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GDP가 무려 45%나 날아갔으며[42] 시가전은 분명 우크라아군이 유리한 전투방식이지만 시가전을 하면 수많은 인명피해와 도시 경우 나라의 지역 경제권이 한곳에 모이는 장소인데 시가전을 하게 되면 도시의 제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시가전할 때하다 각 지역의 경제권이 완전히 작살나는 등 우크라이나도 만만치 않게 출혈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러시아군이 훗날 대량살상무기를 적극적으로 살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경계해야 상황이다.
특히 종전 후 뒷처리와 후푹풍도 해결해야 하는 등 고심해야 할 것이다. 즉 한마디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상대로 정말로 잘 싸우는 것은 맞지만 자기 앞마당에서 싸우는 바람에 수많은 국토가 초토화 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인명피해 본 것은 사실인지라 전쟁에서 승리해도 매우 쓰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비유하자면 강도가 한 집안에 난데없이 침입해서 집주인과 싸우다가 피터진 채로 물려나갔지만 집주인도 만만치 않게 다쳤고 집안이 아수라장이 된 상황인 셈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점은 우크라이나가 본의 아니게 러시아와의 대리전을 매우 잘 수행해주고 있어서 기대도 안 하던 덕을 톡톡히 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미 매우 많은 액수의 지원금을 보내주고 있다는 것이며, 이번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건지원금을 자유 진영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이 약속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후원국이 될 것은 현재 이미 정해져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은 정치적 이득은커녕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8000억 달러(한화 992조원) 이상을 지불했는데,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체계가 제대로 잡힌 민주국가인 우크라이나에 저 비용의 반의 반만 지원해도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기에 재건비용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있는 지원금들도 러시아군과 잘싸워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지불하는 수고비에 가깝다.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가 승리만 한다면 얼마를 지불하건 이번 전쟁이 정말로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수천억 달러를 들여도 직접 미군을 파병하지 않는 한 러시아군 한 명이라도 죽일 수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던 개발도상국 하나가 러시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에게 굉장한 호재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던 러시아군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고 한 대라도 더 파괴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게 미국의 국익에도, 자신의 지지율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인들의 여론도 참전까지는 아니어도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43]
무기 측면에서 보면, 오랜만에 벌어진 대규모 전면전인 만큼[44] 여러 무기와 전략 전술의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발은 했지만 실전에 투입된 적이 없던 M142 HIMARS의 실전 배치가 이뤄지고, 테러리스트의 트럭이나 오토바이만 박살내느라 가성비 측면에서 저평가 받던 FGM-148 재블린의 진가가 확인되고, 모스크바함 침몰 사건으로 A2/AD 전략을 검토할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다.
노암 촘스키를 비롯한 여러 논객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더 자극하여 핵 미사일을 발사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9월 공세 이후 여유가 생긴 우크라이나군은 21세기에 벌어지는 전쟁답게 자신들과 연락할 수 있는 텔레그램 주소 QR 코드가 인쇄된 삐라를 뿌리며 헤르손 방면 러시아군의 항복을 종용하고 있다. 지나치게 달아날 여지를 주지 않으면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발악하기 때문에 고전적인 수법인 삐라를 스마트하게 뿌려서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며, 효과가 있는지 헤르손에서 몇몇 소부대가 항복하고 있다. 잡혀서 살아남기 힘들 수준의 극심한 전쟁범죄가 아닌 약탈 정도는 우크라이나도 봐주는 편인데, 러시아 병사들이 대부분 심하게 낙후된 동네에서 온지라 집안 살림에 보태려는 개도국 빈민층 청년 마인드로 이 일을 벌인 것이고, 숫자도 너무 많아 당장 책임 여부를 가리기 힘든데다가[45], 이미 3월 즈음부터 포로와 인터뷰를 하거나 포로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는 등 포로를 프로파간다 수단으로도 활용해왔기 때문에 무거운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