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대강절 첫째주간 월요일 – 부표가 되는 삶
말씀제목
부표가 되는 삶
성경말씀 마태복음 10장 42절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묵상본문
올해 6월 어느 이른 새벽, 고양시 행주어촌계 어민으로 실뱀장어 조업을 마친 김홍석 씨는 돌아가는 길에 부표에 매달린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오랜 조업 경험상 투신한 시신을 건져 올린 경우가 가끔 있었으니까요. ‘누군가 또 삶을 비관하여 몸을 던졌다가 부표에 걸린 걸까?’ 김홍석씨는 조심스레 부표쪽으로 배를 젓다가 오돌오돌 떨면서 부표를 꼭 붙들고 있는 한 학생을 발견했습니다. 잠이 안 와 평소보다 일찍 일을 시작했기에 빨리 발견할 수 있었지요. 그날은 그의 고질병, 불면증조차 고마웠습니다.
남편의 배를 기다리며 바지선에 있던 김정림 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어디 실뱀장어에 비할 일인가요? 그야말로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 돌아온 남편입니다. 김정림 씨는 남편이 ‘건져온’ A 군을 얼른 바지선 내부로 데려다가 난로를 쬐게 했습니다. 한창 먹을 나이인지라 라면 두 개를 끓였습니다. A군은 그날의 라면 맛을 내내 잊지 못할 겁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온통 물에 젖어 있는 학생의 모습이 애처로워 김정림 씨는 남편의 옷을 내어주었습니다.
학생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갈 곳이 없게 된 처지를 비관하여 강물에 몸을 던졌는데, 뛰어들고 나서야 정신이 났답니다. 그래서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지만 소용이 없었죠. 하염없이 떠내려 오다가 다행히 부표를 잡을 수 있었고, 낮에 보아도 무서운 깊은 물 속에서 그 부표하나 달랑 잡고 일곱 시간을 버텼다는 겁니다. 그때 그 학생은 오직 한 생각만 했을 거예요. ‘누가 좀 구해주세요. 저 살고 싶어요.’ 꼭 붙든 부표는 A군의 마지막 희망이었겠지요.
문득 누군가에게 부표가 되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표의 본 목적이 한강에서 떠내려오는 투신자들을 살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 삶 속에서 가장 낮은 이, 가장 절실한 이의 모습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삶을 살다보면, 우리에게도 불쑥 그런 만남이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에게 ‘걸려’, 혹은 ‘발견되어’ 다시 생의 기회와 용기를 얻는 만남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당신, 그리스도께 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속, 마틴 할아버지처럼, 손은 나의 일상에 충실하면서도, 눈은 이웃의 얼굴을 향하고,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밖을 살피며 기다리는 것, 바로 이러한 기다림이 대강절을 맞는 우리의 자세여야 하겠습니다.
묵상기도
하나님,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 동안, 어김없이 성실히, 흔들리거나 떠내려가지 말고, 제 자리를 지켜내게 하소서. 그러다 불쑥 만나게 되는 영혼들을 구할 수 있는 복을 허락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