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골('07. 7.27~7.28)

[ridge]

1년 전 태풍이 지난 후
경기도 가평의 "오뚜기령"의 험한
5km의 off-road를 5시간 동안 헤매이다

바위에 범퍼 뒷부분이 몇 번이나 받쳐
내 애마의 궁둥이는 볼상 사납게 들리었고 뒷문을 열고 닫기에도 불편 했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폐차장을 운영하는 "은실이"(off-road 동호회 Lynx의 회원)이가
시간을 내어 들리라고 하여 오늘 오전근무만 하고 길을 떠나
스페어타이어도 얻고 평소에 벼르던 궁둥이를 우아하게 만들고 나니
기분까지 사뭇 도도해진다

이곳 원주에서 방동리를 가기 위해서는
우선 "횡성"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청일"을 지나
“서석”,"상남"을 지나는데 강원도의 산간 지방의 길을 정겹게 보여준다

길은 "현리"읍을 앞에 두고 우측으로 직각으로 꺽어
진동리 방향으로 지방도로를 따라 가야 한다

이 길의 오른쪽에는 방태천이 흐르고 있다

방태천이 흐르는 중간 "사랑님"의 펜션(비 개인 후)에 도착하니
주변은 어느새 땅거미가 찾아들기 시작한다

회원님들이 도착하기 전 부지런히 대형타프를 설치하는 동안
산자락의 어둠은 순례자처럼 소리없이 밀려들고
산세는 실루엣으로 검고 뚜렷하게 눈앞으로 다가온다

도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초저녁 별빛이 총총이 보이는 듯 하더니

회원들이 한둘 모이기 시작하는 늦은 시각에는
구름이 몰려와 하나 둘 별빛이 가려지며
어느새 구름은 두껍게 장막을 치고 모든 것을 감추게 하였다

일기예보에선 토요일 날씨가 괜찮타고 했는데...

불안한 마음을 간직한채 새벽녁에야 잠을 청하고
맞은 다음날 아침은

과음으로 속쓰린 내속처럼
하늘은 낮은 구름을 두껍게 커튼처럼 드리우고
잔뜩 찌프린 채 날이 밝았다


조별로 식사를 끝내고
도착지점인 갈터에 모든 차량을 두고
3대의 차량으로 아침가리골 출발지점으로 떠났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
급한 오르막을 오르다 왼쪽으로 휘돌아

다시 한번 오른쪽으로 크게 휘돌면 본격적으로 오르기전
다소 도로 폭도 넓어지고 제법 평평한 곳이 나오는데
이곳이 방동약수 입구이다

300백년전 어느 심마니가
지난밤 현몽을 한 후 계시에 의해 산삼을 캐고
바로 그 자리에서 솟아 오른 것이 방동약수라는데

여느 광천수처럼 방동약수는
마시려면 사이다 처럼 톡톡 쏘며
녹내가 나는 듯하고 마치 오염된 물을 마시는 듯 하여
나는 별로 마시기에 내키지 않는다

몸에 좋은 약은 쓰려니 생각하고
몇 번 참고 들이킨 적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마시기에 부담스러워
이제는 소 닭쳐다 보듯이 하고 지나친다

사랑님의 1톤 화물차가 고도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며
엔진의 박동소리가 숨차하며 비명을 높이 질러댄다

길가에 뻗은 나무가지가 화물칸에 앉은 우리들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며 위협한다

드디어 산마루에 올라섰다
바로 눈앞에 백두대간길이 손에 잡힐듯 보이고 풍광이 터진 곳이다

그런데 능선으로 연결된 주변 나무등걸에
등산객들의 오색의 표지기 수없이 나부낀다

이 표지기는 때로 산 속에서
길 잃은 이는 너무 반갑고 고맙지만 등산객이 빈번하게
스쳐가는 곳은 적당히 붙였으면 한다

표지기를 들여다 보면
대부분이 자신들이 소속된 산악회 이름이 인쇄 되어있고
그것으로 소속된 산악회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족적을
남겨 과시하려는 경향이 짙다

일정한 형태도 없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마치 무당이 푸닥거리 한 것 같고 자연스러움에 거슬려
저절로 눈쌀이 찌프려진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이다

눈을 들어
가야할 폐교된 분교 방향을 내려다 본다

찌프린 날씨는 바람도 불지않고 무덥고
하늘을 쳐다보니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눈 앞에 이리저리 이어지는 능선과 골짜기는
짙푸른 초록으로 손에 잡힐 듯 하고
손으로 꼭 쥐었다 놓으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푸르디 푸른 진초록의 산세이다

내리막길이 비로 인해 고랑이 생겨 조금 험해졌다
화물칸에서 이리저리 형편없이 부딪치며
첫번째 다리에 도착하니
번듯한 시멘트 다리가 뽐내고 있다

이 다리는 불과 2년 전에는 없었던 다리였다
언젠가 포크레인이 맑은 물속에 더러운 발을 담그고
작업을 하며 뿌연 흙탕물을 만들더니
얼마 후 이런 흉물스런 다리가 생긴 것이다

그런 아픈 상처가 아물었는지
맑디맑은 물은 교각 밑으로 예전처럼 유유히 흐른다

드디어
이곳에서 7Km 거리 "갈터" 까지 아침가리골의 진수가 시작되는 곳이다

문헌을 살펴보면
아침가리는 가난했던 농민들이 학정과 수탈을
피하고 지식인들은 난을 피해 은둔해서 살은 곳이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는 여러 가지 판본과 이본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강원도 동부지방에 전해지는 이본을 보면
오지인 3둔(월둔, 살둔, 달둔) 5가리(젖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둔”은 펑퍼짐한 산기슭, “가리”는 사람이 살만한 계곡가를 뜻한다
정감록 이본은 삼둔 오가리를 난리를 피하여 숨을 만한
비장의 피난처로 꼽았다

그중 아침가리골은
구룡덕봉(1,388m)기슭에서 발원하여 20km 가까이 흐른 뒤
갈터에서 방태천과 만난다

어느 계절이나 아침가리골을 더듬으면 발걸음이 느려진다
이것 저것 보라고 시선을
잡아끄는 것 들이 많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과
마치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듯한 계곡의 모양과
그냥 떠 마셔도 괜찮을 듯 한 맑은 물이
그대로 스쳐 지날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가리골의 최고의 풍경은
이곳에서 갈터까지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제대로 트레킹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곳 아침가리골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어 살았던 오지였다

오지는 술수가 난무하는 복잡거리며 사는 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억압 받던 민중들이 찾아들던 피난처였고
이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는 마지막 안식처 이기도 했다

화전민이라 불렸던 이들은
산 속의 평지나 비탈진 곳에 불을 지른 뒤
한 계절이 지나거나 1년 정도 묵혀두어
불에 탄 풀이나 나무들이 거름이 되게하고

그 뒤 검불이나 나무뿌리, 굵은 풀뿌리를 제거하고
돌멩이를 고르며 씨를 뿌린다

이런
화전민들은 조선 후기 제25대“철종“이
친정을 시작한 후 정치에 어두워
정치의 실권이 외척인 안동김씨의 일파에 의해
좌지우지 하게 되며 극에 이른다

민생고는 더욱 힘들어져
진주, 전주, 함흥등지에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으며
동학, 천주교가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삼정(三政 : 田制, 軍政, 環穀)은 더욱 문란해지고
탐관오리가 횡횡하여 백성들의 생활이 토탄에 빠지게 되었다

특히 양역법(良役法)은
양인(良人.양반계급을 제외한 서민)이
국가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로서 “군포”에 시달려
궁핍한 산속으로 내몰려 숙명처럼 살아야했다

군포(軍布)란
병역의무제가 없던 조선시대에 16세에서 60세까지의 “양인”이
軍籍(군적)에 들었으나 군에 복무할 수 없는 처지일 때
그 대신 바치는 삼베나 무명인데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몇 년전 죽은 사람에게도 부과되기도 했으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이런 저런 것을 피하기 위해
마을 떠나 도망치게 되면 지방관속들은
일가가 도망치는 것을 방조 했다고 이웃 사람에게 "族徵“(족징)을 물리고

친척에게는
마치 북한의 5호 담당제처럼 감시를 소홀히하여
도망치게 했다고 "隣徵“(인징)을 물어야 했다

이런 행태로 인해 백성들은 더욱더
경제적으로 고통스럽게 부담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천시되어

백성들은 더욱 더 몰래 고향을 등지고
야반도주하여 섬이나 깊은 산속으로 피신하여
화전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산 속이라 해가 짧아
이른 아침부터 밭을 갈아야 했던 곳
아침 朝, 밭갈 耕
일제강점기때 일본넘들이 지적도상에 넣기 위해 만든 말이 “조경동“이다

혹은
마을에 밭이 적어 아침나절 정도면
다 갈 수 있었던 곳이라는 뜻을 지닌 아침가리는
산속생활의 궁벽했던 살림살이와
응어리진 모진 삶을 살아가야할 수 밖에 없는 화전민들은
숙명적인 처절한 인고의 길 이었다

역사적으로는 병자호란, 임오군란, 동학란등
난리를 겪을 때마다 난을 피하기 위해,
정감록을 믿고 평안도, 함경도 사람들까지 찾아들어
마을이 형성되었으나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등으로 피해가 속출되어
손에 돈 몇푼 받아쥐고 그나마 정붙이고 살던 곳을
쫓겨나 마을사람들은 더욱 적어지고

1998년에 전교생이 7명 이었던 아침가리 분교마저
"도시벽지 교육 진흥법"에 의해 마침내 폐교 되어
현재는 털보 손씨와 그 외 1세대만 살고 있다

아침가리골의 발원지인
구룡덕봉은 조경동 분교를 지나
월둔삼거리 방향으로 진행되는 오프로드 이지만


튜닝된 사륜구동만 갈 수 있으며
이길 좌측 능선은 백두대간길이다

조경동 분교에서 좌측으로 4번째 계곡을 만나
그 계곡을 따라 올라
가칠봉과 갈전곡봉 사이를 넘으면
삼봉약수가 있는 삼봉자연휴양림에도 이른다

이 대간길은 계속 북쪽으로 치달으며
진동리 입구의 새도 잠을 자야할 정도로 높다하여 "조침령"(鳥寢嶺)이다

이어 대간길은
북암령, 단목령, 점봉산, 한계령, 설악산으로 이어진다

계곡은 근래에 비가 오지 않았는지
여지껏 이곳을 트레킹 하며 본 것중 가장 적은 수량이다

이정도면 하류까지 허벅지 이상 깊이 물은 드물겠다
드디어 3km 지점
평평한 암반 밑으로 물줄기 쏟아져 내리며 검은 물빛의 소가 보인다

간간이 드러내는 햇빛아래
굽이마다 작은 자갈밭이나 모래톱이 형성하고
물도 맑아 두손으로 물을 떠마시며 내려간다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태고의 자연미가 숨을 쉬며 절경을 뽐낸다

바로 이곳이
수달, 열목어, 족제비, 하늘다람뒤 등의 희귀 동물도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계곡은 수십차례나 지그재그로 건너면서
실낫같은 길은 끈어질듯 이어진다

때때로
길이 없어지면 양가를 보면 숲속으로 길은 이어진다
숲속으로 이어진 길은 계곡을 옆에 끼고 붙어 간다

더울때는
옥빛같은 물속에서 헤엄 치며 내려오고
구명동의를 입은 회원들은 둥둥 떠서 내려온다

바닥까지 비치는 투명한 계류 속에
색과 무늬가 다양한 바위와 조약돌이 깔린 모래톱
굽이굽이 돌 때마다 펼쳐지는 절경을 심취하며
3시간 정도 내려왔다

다소 길이 넓어지며
물가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므로
목적지에 거의 왔음을 알린다

드디어
수중보를 만나고 수로를 따라 조금 내려오니
방태천가에는 많은 사람들과 형형색색의 텐트촌이 보인다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살았던 이들만이
살았던 오지중에 오지를 우리는 이렇게 내려왔다. (끝)

[오리(신인성)]

영철이가 쓴 글을 읽을때의 공통점은 읽어 내려오면서 도무지 침을 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너무 미진진해서.... 나만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카 안갖고 가셨나 하는 의문점이다. 어때 다른분들도 말해보셔

[정향숙]

영철이가 문학가가 됐어야하는것 아냐? 산행을하면서 이렇게 여유를 갖으수 있다는거 보통 사람은 아니것 같은데~~~ 재미있게 잘읽었다

[손진숙]

맞아~~ 난 오늘에야 처음 읽어 내려와 방태천에 섰네요..ㅎ 청산리 벽계수야~~! 딱! (박자 치는소리).. 쉬이감을~~~ 딱! ㅋㅋ 정말 재밌게 읽었어용~ 여하가네..물건들이 넘 많어..카페 11 에는..오색 각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