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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공부방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로 발전시킨 후 지난해 6월 선거 전까지 센터장을 맡으며 박 군을 키우다시피 한 여수시의회 박성미(왼쪽) 의원과 박두선(오른쪽) 군. |
여수고등학교 박두선(18) 군이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학업은 물론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며 2015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농업생명과학대학 바이오시스템 소재학부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서울대생이 된다는 것에 설레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학비와 생활비를 혼자 감당하며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이런 차에 GS칼텍스와 모교 총동문회에서 박 군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자식 사랑이 남다른 부모님과 주변에서 도와준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박 군을 만났다.
박 군의 원래 꿈은 정치인이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생활과학교실과 학교 탐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꿈이 바뀌었습니다. 1학년 때 학교 동아리에서 솔방울 관련 탐구를 했는데 주제가 생체 모방이었어요. 이때부터 생체 모방 기술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됐죠.”
생체 모방 기술은 생물체가 가진 다양한 기능을 인위적으로 모방해 이용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옷이나 가방 등에서 지퍼 대신 사용하는 벨크로(일명 ‘찍찍이’)는 옷에 달라붙는 국화과의 도꼬마리 열매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또한, 상어 피부의 미세 돌기 구조가 물의 저항을 줄여준다는 것을 수영복에 응용해 선수들의 기록 경신에 도움을 주고 있다. 벌집의 육각형 구조는 비행기 날개, 인공위성 외벽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조개나 전복 껍데기의 단단함과 거미줄 성질을 활용해 방탄복을 개발하고 있다.
박 군은 학교 내 과학탐구 및 봉사 동아리인 ‘러브사이언스’에서 활동했다. 이 동아리는 여수지역 고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꽤 실력 있는 동아리로 알려져 있다.
박 군은 남들보다 공부를 월등하게 잘해서 서울대를 간 것은 아니라고 겸손해 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잘 이겨내고 봉사활동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서울대가 인정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 할 줄 몰랐는데(웃음) 공부 비법은 따로 없어요. 학교 교과서와 익힘책을 반복해서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졸업해서도 여수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혼자 힘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늘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받은 사랑’을 다시 지역 후배들에게 꼭 돌려주겠습니다.”
지역사회에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든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지역의 미래라고 하잖아요. 우리 지역에서만큼은 이런 아이들이 없도록 어른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제가 부족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서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박 군은 기초생활수급자 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학생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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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공부방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로 발전시킨 후 지난해 6월 선거 전까지 센터장을 맡으며 박 군을 키우다시피 한 여수시의회 박성미(왼쪽) 의원과 박두선(오른쪽) 군. |
“지역아동센터는 어려울 때 울타리가 되어 줬어요”
박 군에게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이용한 지역아동센터였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의 보호교육,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아동복지시설로 아이들에게는 집이고 학교이고 학원이다. 센터는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센터에서는 과학뿐만 아니라 교과학습, 문화예술 프로그램, 독서, 현장체험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국적으로 11만여명의 아이들이 이용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 어린 마음에도 학원에 보내달라는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이곳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키운 것 같아요. 특히 책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 공부에 크나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흔들릴 때마다 저를 다잡아주신 지역아동센터의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센터가 울타리가 되어 줬어요.”
박 군은 교육봉사활동도 꾸준히 했다. 학교에서 배운 과학·수학을 센터의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센터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형이고 오빠였으며,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솔선수범하는 아이였다.
박 군이 다닌 돌산지역아동센터는 매주 토요일 생활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박 군이 과학에 흥미를 가진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계열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수시모집에 합격한 임홍헌 군도 지역아동센터(여수한려지역아동센터)의 생활과학교실을 통해 과학의 꿈을 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5년 공부방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로 발전시킨 후 지난해 6월 선거 전까지 센터장을 맡으며 박 군을 키우다시피 한 여수시의회 박성미(46·여) 의원은 “아이들이 언제라도 올 수 있게 365일 문을 열어뒀다. 포근한 집 같은 분위기와 음악, 미술, 과학, 현장체험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서적인 안정과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두선이는 틈틈이 센터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두선이는 롤모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가서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학비를 벌면 된다며 자신이 받은 장학금을 더 어려운 아이들에게 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대견해 했다.
박 의원은 어려운 형편에도 두선이 부모님의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고 전했다. 박 군의 부모님은 지역아동센터에 들러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돈과 쌀을 건네기도 하고, 매년 스승의 날에는 센터에 감사 케익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수년간 박 군을 곁에서 지켜봐온 돌산지역아동센터 김옥희(55·여) 교사는 “두선이는 공부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솔선수범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아이다. 고3인데도 주말에는 꼭 센터에 들러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 너무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출처: 여수인터넷 뉴스
기사원문: http://www.dbltv.com/news/articleView.html?idxno=9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