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광양역
광양 옛 역 가는 길 버스타고 갔네요. 진주까지의 구간은 올해 완공이 되는데 비해 진주이서의 구간은 당분간 개통계획이
없습니다만... 몇번 말씀드렸듯이, 광양에서 순천까지의 구간만은 화물수요가 많은 관계로 이미 복선전철이 완공되어 있어요. 그
구간의 수많은 간이역들은 여전히 꼬불꼬불한 철길을 따라가며 일일이 다 서지만, 이 구간만은 롸끈한 복선전철이라능~
잘 보이실지 모르겠는데... 빨간선의 시작점이 골약역의 위치이고 빨간선의 끝이 지금 보시게 될 옛 광양역의 위치입니다. 글구
중간에 갈라져서 나가는 보라색선이 현재 운행하는 경전선의 구간이고 그 끝이 현재 영업하는 새 광양역의 위치에요. 노란박스로 표시한
곳이 갈라지는 구간인데... 이 또한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 든 생각이지만, 어차피 저 노란박스부터 광양역까지의 빨간선은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구간인데, 걸어서 가 볼걸 그랬다,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폐철길을 따라 터덜터덜 걷는 것도 궁상맞은 매력이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지도로 잘 전달이 될 지 모르겠는데... 새 광양역은 시가지인 광양읍내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완죤 논밭 한 가운데 지어져
있어요. 따라서, 골약에서 그 곳으로 가는 버스는 없는... 버스를 탈 때 기사양반이 광양역 간다니까, 광양역 갈라면 쪼까 거시기
헌디... 라고 했던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었네요. 저야 몰랐지만... 이러이러하게 가라, 라고 알려주는데 타관사람초행길에 그런거
잘 알아들어집니까... 네네, 하고 '뭔소리여' 하고넘겼죠. 그냥 내가 들이받아볼 일이다, 하구...
다만 오히려
무식하게 구는 바람에 운이 좋았던 것이, 바로 이 옛 광양역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옛 광양역을 찾아가 볼 생각은
커녕 그런게 아직 있는줄도 몰랐거든요. 광양읍내에서 버스를 내려, 새 광양역까지 가는 중간에서 뙇! 하고 마주친게 이 옛
광양역이었으니... 덕분에 막판에 또 하나 보람찬 장면을 맞을 수 있었어요~
광양으로 가는 시내버스. 여태까지의, 진상 옥곡 골약도 모두 광양이지만, 이 곳들이 완연히 시골스러운데 비해, 2번국도를 달려
들어가는 이 곳은 도시티가 확 나는 곳이에요. 광양의 경우 중심지가 두 곳인데, 지금 가는 광양읍은 광양의 예전부터의 중심지이고,
광양제철이 생기면서 형성된 신도심이자 현재의 시청등이 있는 현 도심은 중마동이라는 곳으로 지금 가는 곳과는 반대방향입니다. 두
곳의 인구는 어슷비슷하게 5만정도씩?
버스는 아무래도 넓은 곳을 이곳저곳 거쳐가다보니 뱅뱅 돌더라구요. 위 지도상에 경로가 꼬불꼬불한 이유도 그거고... 가면서 이 어르신한테 광양역에 대해 물었더니, 농협앞에서 내려서 2번버스로 갈아타라 그랬던가... 그랬을 겁니다.
여행막바지까지 힘이 되어준 낮게 깔린 구름. 돌아보면 이 날씨야말로 이 힘든 여행길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큰
우군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같은 무더위는 아니지만 이 때도 25~28도는 되었으니까... 해가 내리쬐었다면 훨씬 힘들었을
거에요.
테라스라고 할까, 낭하라고 할까... 하여튼 저런 난간이 있는 집 참 좋네요.
농협앞에 내려서, 애초에는 기사양반 말대로 버스를 탈 생각이었어요. 저 때는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다, 할 정도로 지쳐있었던
터라... 근데, 정거장에서 배차시간표를 보아하니, 버스 올 시간이면 걸어가고도 남겠더라구요. 지방의 배차간격은... 그래서,
그냥 걸어가기로 하고 역이 있는 방향이려니 싶은 쪽으로 무작정 걸었습니다. 농협앞에서는 로터리를 하나 건너면 광양버스터미널이
있는데... 그 방향으로 걷다보니 이런 간판이 보이네요? 역전문구라면 당연히 기차역 앞에 있는 것일텐디... 역은 여기서 한참
가야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근처에는 다른 역이 있다는 말이렷다?
두리번거린 끝에 눈에 띈 건물은... 광양 5일 임시시장, 의 간판을 붙이고 있지만, 철덕이라면 저것이 기차역이라는 것을
몰라볼 수가 없는 형태의 건물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저 건물을 본 순간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네요. 아, 이렇게 우연히 옛 역을
찾아내다니! 하는 기쁨이 커서 말이죠~ 다만, 이 역이 광양역인지 아닌지는 좀 긴가민가 하긴 했네요. 위치로 보아 광양역일
가능성이 높은데, 아닐지도 모른다, 라는 정도로 생각을...
옛 역전의 상가들의 모습. 저기 남해화학비료간판이 보이네요. 저 회사 사주일가가 진짜 알부자라 그러더만요...
대한통운 사업장이 보임에 이르러서 이 곳은 옛 역터임이 다시한번 확인이 되었습니다.
광양역(으로 추정하고 있던) 유적의 앞에 서서 전모를 담아봅니다. 함안이나 반성, 하동보다 확실히 큰 동네(여태까지의 답사경로에서
진주역을 제외하고는 제일 큰 역이지요)의 역이지만, 이전을 염두에두고 오랫동안 건물을 새로이 짓지 않았는지, 상당히 낡은 양식의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저 엄청난 무더기는 전부 철로에 깔려있던 침목들입니다. 회색은 공구리 침목, 갈색은 나무침목... 철길은 어김없이 철거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걸 보니 더더욱이나 저 길을 걷지 못해본게 아쉬운... 벌써 한달도 넘은 모습이니 지금은 더 많이 철거되었을거
같은디...
아아...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라고 하고도 싶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살아남아줘서 다행이야... 라고도 하고 싶고... 하여튼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광 양
두 글자가 박혀 있었어야 하는 그 자리...
출입문에는 선명하게 코레일 세글자, 아니 여섯알파벳이 박혀 있습니다.
대합실의 옛 터는 굳게 잠겨있고...
유리창너머로 들여다보니 찣겨나갔지만 승차권을 팔던 곳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던 흔적이 또렷합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안내판...
언제적 요금판인지... 노랗게 바랜 요금표에는 개양역으로 가는 요금마저도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무궁화호 기본요금이
2600원인데 저기에는 최저요금이 2500원으로 되어 있네요. 마지막 요금인상이 2010년인가, 그랬으니 2년은 된
요금판이군요.
과거가 어쨌건 지금은 5일장 시장입니다. 승강장으로 나가는 출입구였던 문 밖으로는 장터의 좌판들이, 그나마도 다 문을 닫은채로 덩그러니 놓여져 있습니다.
승강장의 대기시설이었던 곳은 상인들이 비와 햇볕을 피해 좌판을 벌이는 좋은 터가 되었네요.
뒤를 돌아보니...
오오... 그래 이게 붙어 있어야지...
광양역이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비로소 확인을 합니다.
페인트는 까지고, 빛은 바래고 깃대도 주인을 잃은채 흉물스런 모습입니다. 단지 장터로 들어오는 입구일 뿐이니 어쩔 수 없지만서두...
사진엔 없지만 상인들이 몇몇 분이 있어서 약간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광양역터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철길들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언제부터 장사했는지, 지금 광양역은 어디쯤인지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요.
철길들은 아직도 꽤 남아 있어요. 광양제철로 들어가고 나오던 철로들이 많이 있었으니 철거하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겠지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역이었다면 광양읍맞은편의 탁 트인 평야를 좍 뻗어 달리는 철길들이 찍혔을 것이지만...
에, 선생은 철거되었어요, 죽 뻗은 철길은 없어요!
저거 몇 줄 집어다가 엿 바꿔 먹으면 엿을 얼만큼 줄까요.
런 모습들을 보면 광양역이 한창이던 때의 모습은 꽤나 위풍당당 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순천으로, 하동으로 가는 길이던 때의 자취들은 이 곳 저 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구멍으로 나가면 새 광양역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옛 광양역을 돌아보고 떠납니다. 낮은 구름은 선선한 날씨로 저의 여행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안 그래도 쓸쓸한
경전선의 모습들에 음울한 분위기를 얹는데도 일조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 때문에 더더욱 우울했을지, 아니면 때문에 그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유로파에서 유로파로 퍼오다니 어디서 온 글인고?
아론파크요
안동역도 언젠가 저런 신세가 되겠죠. 2018년쯤이면 지금의 터미널 옆으로 이전한다니...
아, 그렇군요... 이번 여행으로 철도따라 꼴아박기의 재미를 느낀지라 안동역도 가 보게 될텐데... 2018년이면 서두를것까진 없겠지만, 너무 늦지 않도록 가 보긴 해야게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