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공부(漢文工夫)의 입문서(入門書)
지난 회의 글에서 한문공부에 있어서 「천자문(千字文)」은 천하의 어려운 책으로 필독서(必讀書)도 아니고, 더욱이 어린 학생들의 교재(敎材 : 가르칠 교, 재료 재)로는 전혀 적절(適切 : 알맞을 적, 간절할 절)하지 않은 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한문공부를 하려는 사람을 잘 인도(引導 : 끌 인, 이끌 도)해 줄 입문서(入門書)로는 어떤 책이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이 세상(世上)에 필독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사고방식(思考方式)이 다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고, 관심분야(關心分野)가 다르고, 살아온 경험(經驗) 등등 여러 가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좋아하는 책이 다르고, 관심을 갖는 분야가 다르다.
각급학교에서 방학(放學) 때가 되면, 연례행사로 필독서 목록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신문에서는 필독서라 하여 목록을 게재(揭載)하는데, 학생들이 참고 정도만 하도록 해야지, 꼭 읽고 독후감(讀後感)을 써내라고 하는 것은 학생의 창의성(創意性) 개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독실(篤實)히 책을 읽다 보면, 그 다음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자연히 알게 되어 있다.
한문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서점(書店)에 나와 있는 한문입문서, 한문해석방법, 한문문법서(文法書) 등을 먼저 구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문은 문법이 없는 듯 하지만 엄연히 문법이 존재한다.
문법이란 한문문장 구성(構成)의 원리(原理)이다.
수학을 공부하려면 공식(公式)을 알아야 하듯이, 한문을 공부하려면 먼저 문법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러나 문법책은 너무 두꺼운 책은 좋지 않다.
너무 두꺼우면 문법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문법에 너무 얽매어서는 안된다.
「입법이탈법(入法而脫法)」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법에 맞추어야 하지만, 어느 단계가 지나면 법이 체질화되어 법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문의 문법 해석 등에 필요한 책을 본 뒤에, 각자 수준(水準)에 맞게 책을 선택하면 된다.
아주 기초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자소학(四字小學)」, 「추구(抽句)」, 「명심보감(明心寶鑑)」 등이 알맞을 것이고, 조금 실력이 붙으면, 「통감(通鑑)」, 「고문진보(古文眞寶)」, 「소학(小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 등등 단계를 높여 가면 된다.
자신의 수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근사록(近思錄)」, 「채근담(菜根譚)」, 한시(漢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각종 한시선집(漢詩選集)을,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나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문으로 된 「삼국지(三國志 : 정식 명칭은 삼국지연의)」, 한문 「춘향전(春香傳)」 등을 교재로 삼아 공부하면 좋을 것이다.
혼자 공부하려는 일반인들은,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서의 자습서(自習書)를 사서 보면, 비교적 쉽게 공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허권수(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첫댓글 네~ 고맙습니다~ 순서가 그러하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