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응봉동입니다.
모질던 가을 태풍도 지나가고 청량한 하늘 위로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이 붑니다.
오홋! 오늘은 즐거운 오카 수업이 있는 날이네요. 서둘러야혀!
불려두었던 황태살을 달달 볶아 달걀물 풀어 북엇국을 끓입니다.
어젯밤 회식에다 스크린까지 찍고 들어온 미운 신랑에게 한 사발 떠주고는 중저음으로 한마디 합니다.
"요즘 좀 심한 거 아닌가! 지켜보고 있다아 (니 죄를 니가 알렸다 톤으로)"
뜨끔한 얼굴로 국만 흡입하던 울신랑. 역효과 내는 한마디 하고야 마네요.
"아~ 어제 이몸이 기어이 무림을 평정했다. 해버렸다~! 짜식들이 어찌나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지..."
옴~ 마니반메훔~ 화를 억누르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만 웃으며 말합니다.
"그름 스크린에스 알바라도 하시등가요옥..몸 축나그 잠못즈그 느그한테 와스 븍억극 타령이냐고.. 지키브그 있다그 했다!"
이 아저씨 해맑은 얼굴로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 푹 자야쥐~" 룰루랄라 출근합니다.
아놔! 저걸그냥! (흑! 아무래도 전 바가지에 영 소질이 없나 봅니다. 도무지 겁을 안 내요.)
담번엔 해장으로 돈까스를 튀겨주마 (술먹은 빈속에 좋겠죠?? 꺅꺅꺅! 소심한 복수를 다짐합니다.)
수영장 셔틀에서 내려 실과실로 들어가니 구슬픈듯 청아한 소리, 아련한 그리움을 부르는 듯한 선율...
아~하. 광화문연가네요... 우리 오카 선생님 연습 중이십니다. 아니 광화문에 남자 3호에 사연 있으신거 아녀? 완전 감정 충만하십니다. 너무..좋다... 이따 쉬는 시간에 들려주실 거구나...
손에 손에 응봉초 비공식 지정 꺄페 꿈나무 커피를 들고 회원들이 속속 들어옵니다. 누군지 잠시 볼까요?
악보 담당 막내 인수, 응봉초 오카의 젊은 피 영란 선희 주현 은숙, 오카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경숙 진아 명순씨 (이 분들은 '수줍음'을 담당하고 있던가요? 곧 다른 모습도 보여주시리라 믿어요^^)
40대의 나이를 30대의 외모로 위장하고 다니는 은실씨 (이 분은 우리 동아리에서 '동안'을 담당하고 계시죠)
꽃꽂이하랴 강의하랴 바쁜 와중에도 수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시간 엄수하는 윤희씨 (이 분은 '눈밑의 애교살'을 담당함!)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그야말로 잘생긴 선아씨 (이 분은 '씩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발랄하고 똑같이 예쁜 쌍둥이 자매 재영씨와 혜정씨 (이 분들은 '헷갈림'을 담당하고 있죠. 암만 봐도 누가 누군지 몰라)
톰과 제리, 수현과 정인 (얘네들은 '티격' 과 '태격'을 담당하고 있구요.) 을 데리고 지희씨 (이 분은 '그만해'를 담당!) 가 입장하고 있네요. 와~ 오늘의 응봉초 여신 담당은 경화씨네요! 포니테일로 묶고 다녔던 머리를 업스타일로 올렸는데 야! 그야말로 우아우아한 여신일세. (엥! 뭐라구? 머리를 못 감아서 올리고 왔다고. 어쩐지 가까이 갔더니 으음~ 스멜~ 기름스멜~~ 그래도 이뿌기만 한 걸.) 글고 가끔씩 오셔서 '청강생'을 담당하고 있는 교감쌤과 '박수와 막간홍보'를 담당하고 계시는 교장쌤, 그리고 범생녀 저 응봉동 주민이어요.
자! 시작합시다! (금보경 선생님이십니다.)
오늘은 '하늘나라동화'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할 거예요. 먼저 손가락 연습. 호흡을 조절하며 도에서 높은 파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두 번씩!
모두 집중하는 군요. (우리 쌤 정말 잘 가르치십니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 용장과 덕장을 합한 현장이라고나 할까?)
첫 소리를 퉁! 하고 쳐주면서 '하늘나라동화' 시작! 모두 일사불란하게 악보를 펼치고 자세를 잡습니다.
이 동요 옛날에 참 좋아했던 노랜데... 재영씨가 추억에 잠겨 속삭입니다. 파# 몇개만 신경 쓰니 정말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네요. 그 다음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런데 이 곡은 불다가 불다가 여기저기서 픽픽 쓰러지는 갸날픈 낭자들을 양산해냅니다. 아~ 어찌 이리 높은 음으로만 질러대는 곡이 있단 말인가! 선생니므상~머리가 다 휭휭 울리고 어질어질하무니다~
선생님 왈 "이런이런 ㅉㅉ.. 어지러운 자는 자신의 저질 체력을 탓하시오. 요거 불고 어지러우면 어쩐단 말이오. 다시 첫 소절 간주 전까지!"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10월의 어느 과로한 날' 속으로 들어갑니다. 마지막 리타르단도 부분에서 아이고 숨 맥혀~ 핵핵핵핵.하늘이 샛뇌레 지네요. 아이고 두야. 갓 쓴 조상님이 손짓하는게 보이무니다..세번째는 '홀로 아리랑'. 아~니~? 홀로 아리랑이 이렇게 술술 잘 불어질수가? 공비 훈련하듯 '10월의...'을 연습했던 덕 일까요? 그 어렵던 홀로 아리랑이 술술 잘 나옵니다. 우리의 기쁜 기색을 벌써 탐지하신 선생님 왈. " 아주 쉽죠? 아까 곡 연습하면서 폐 활량이 많이 늘어난 거예요. 거봐요, 연습 열심히 하니까 좋죠?" "네! 네! 네네네! 정말 그래요! (와글와글 시끌벅적!)"
초등생 자모들답게 초등생처럼 일희일비하네요.
오늘 쉬는 시간엔 우리 응봉초 오카리나 팀 이름을 결정했는데요. 애플리나 다섯 개가 걸린 만큼 기대만빵! 행쁨맘스. 응봉의 품격, 울랄라 맘스. 장수탕 선녀들, 크로체 (약속이라는 뜻), 제너시스 등등. 엄마들이 20개 이상의 이름들을 칠판에 적고 바를 정자로 표시해가며 국민학교 시절처럼 떠들썩하게 투표를 합니다. 아하! 울랄라 맘스와 크로체가 한 표차로 막상막하! 마지막 한 표는 뉘귀? 울랄라 맘스!!! 여러분 이제 우리 팀 이름은 '울랄라 맘스'입니다! 이거 승미씨가 낸 거 맞죠? 축하축하!
아~ 투표 코스프레도 즐겁고 우리 회원들과 함께 웃다가 불다가 웃다가 수요일 오전이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운영위원장님, 녹색회장님, 명예회장님, 총무님! 결석은 지각보다 벌금 쎕니다!
영선씨! 아플수록 오카리나를 붑시다. 몸 좋아지게. 글고 만나서 우리 잠시라도 웃어요!
담주엔 얼굴 보자구요.
추신) 여러분들은 팀에서 무얼 담당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제 묘사에 이의있으신 분들, 다시 올려주세요.
지금까지 서울 성동구 응봉동에서 응봉동주민이었습니다.
첫댓글 이른 아침에 또 즐거움과 감동울 주시네요. 잘 읽고 배웠습니다.
아~~~ '울랄라 맘스'!!! 멋진 앙상블이 될듯 합니다. . 제 개인적으로는 '울랄라 걸즈' 내지는 '울랄라 시스터즈'가 더 어울릴듯 하네요...
저두 읽을때 마다 감동을 기쁨을 배우고 감니다..ㅎㅎ 멋지세요..
너무 즐거운 분위기의 생생한 르뽀 잘읽었습니다 재미로움과 즐거움이 넘치는 배움의 시간 덩달아 즐거워 지네요 멋진 이름의 그룹이 곧 작명식을 하겠네요 더불어 응봉동주민님의 재치넘치는 필력 멋지십니다^^ 이미 친밀함이느껴져요~
칠판에 바를 정자 써가며 투표 해본적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데요... 응봉동주민님의 재미난 글로 인해 상큼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스쳐 가네요.
떠들썩 했던 투표장..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아름다운 팀 명칭이 탄생 되었으니 많은 활동이 기대됩니다.
우~~왕 필력신!!!! 넘 재미있어요.. 저도 남푠에게 가끔 상 차림으로 소심한 복수를하지요.ㅋ 여자들 마음은 비슷한가봐요.
어쩜 그리 모두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하신지.. 그리고 뒷동네 회원들도 등장을 시켜주세요. 너무 야~~~~암전하신 무용과 분도..
저~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읽는 내내 조마 조마 했습니다 .(예를 들면 샤이니, 동방신기, 장동건, 남푠등등 아시죵?감사합니다.ㅎㅎ) 주민님,지가 앞으로 자~알 지도 해 드립지요.충성!!
늘 재미와 생기 넘치는 '울랄라 맘스'.... 제가 능력에 비해 사람 복은 있습니다!!. 열심히, 여~얼심이 함께 해주어 고맙습니다.
말 한마디 할 때 마다 심오한 눈빛으로 지켜보시더니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네요.~ 어찌그리 소상히 묘사하셨는지.... 담엔 뇌물을 좀 쓸까봐요. ㅠㅠ
`울랄라 맘스` 정말 이렇게 뽑힐 줄울 몰랐습니다.
이영광을 `울랄라 맘스 `회원들과 우리를 최선을 다해 잡는.. 아 아니아니...가르쳐 주시는 보경쌤과 아낌없는 후원(?)으로 격려해주시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저는 유독 가을이라는 계절을 많이탄답니다. 가을을 즐기다가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시간들이지만.. 올 가을은 오카리나를 통한 만남과 소소한 재미들이 계절을 잊게 해주는데 좋은 약이 됩니다.
오카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울랄라 맘스" ....멋진 이름이네요...축하드려요
이름 지은김에 연주 동영상하나 올려주면 감사해요 ㅎㅎㅎㅎ
울 불암초도 빨리 이름을 지어야는뎅...ㅋㅋㅋ
다들 오카와 함께 항상 행복하시공.....잘 안될때는 짜증내지 마시고 그냥 즐기시랍니다. ....울쌤이 ㅋㅋ
맛갈스러운 좋은 그림 재미있게 잘 감상하고
울랄라 맘스 한오르아세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