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뽑으며/靑石 전성훈
나이 칠십 넘어 사랑니 발치를 위해 치과대학 병원을 찾아가 예약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그렇다고 그동안 쌓였던 두려움이나 공포심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더는 뒤로 밀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감을 간직한 채 일을 벌여버린 모양새이다. 평소 동네 치과에서 스케일링한다. 그런데 항상 오른쪽 어금니 밑에 가로로 누워있는 사랑니가 문제다. 어금니와 사랑니 사이 틈새에 쌓인 치석을 제거할 때는 고통이 아주 극심하여 견딜 수 없다.
아마 10년도 넘은 오래전의 일이었다. 잘 아는 사이인 치과 의사가 이빨 사진을 찍은 후 설명하면서 사랑니를 빼라고 했다. 그래도 결심을 못 하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10년을 보냈다. 올해 7월 스케일링하면서 의사로부터 아직도 사랑니를 빼지 않았다고 한마디 듣고는 8월 초순에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찾아가 검사하고, 발치 날짜를 예약한 게 10월 초순이었다. 그러다가 담당 의사의 연수 사정으로 10월 말로 일정이 연기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0월 24일 아침 병원에 가니 담당 의사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다른 의사가 맡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생기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강의 중인 다른 의사의 일정에 맞춰서 2시간 정도 기다렸다.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더니 4호실에 대기하라더니 다시 7호실로 가라고 하였다. 7호실에 들어가 겉옷을 벗어 사물함에 걸어두고 의자에 앉았다. 그 사이 또다시 치료실이 바뀌어 접수처에서 내게 전화하였는데, 옷을 벗어 놓는 바람에 전화를 받지 못했다. 7호실에서 10분 정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치료실 밖으로 나오니까, 어떤 간호사가 나를 찾아서 허둥거리고 있었다. 한바탕 소동 아닌 소동을 겪고 새로운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40대 말에서 50대 초 정도로 보이는 남성으로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부분 마취를 해도 이를 뽑을 때 아플 수 있다면서 그럴 때는 왼손을 들어 보이라고 하며, 의사가 먼저 조금 아플 거라고 말해 주겠다고 했다. 부분 마취를 하고 그다지 심한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이를 뽑았다. 이를 뽑는 동안 마음속으로 성모마리아에게 주님께 빌어주시기를 기원하였다. 통상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내 느낌에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사랑니가 빠진 부위에 거즈를 해주어 이빨로 꽉 물고 집에 돌아와 두 시간 후에 거즈를 빼냈다. 병원에서 준 작은 얼음팩으로 부어오른 뺨 부위에 대었더니, 너무나 차가워서 뺨에 대었다가 떼기를 반복하였다. 주의 사항을 읽어보니, 검사 전까지는 짜고 매운 음식을 먹지 말고, 일주일간 금주와 금연에 사우나 이용을 금지하라고 하였다. 부기를 빼는 데 아이스크림이 도움이 되며, 이틀 동안 얼음팩 찜질을 하고, 침을 내뱉지 말고 입속으로 삼키라고 했다. 침을 삼키거나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을 느끼고 힘들어 자리에 누웠는데 침을 삼킬 때마다 통증으로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여 대화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 밤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입술과 오른쪽 뺨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서 휴우하고 안심하며 숨을 내뱉었다. 마취가 풀리면서 입술과 뺨 부위에 느끼던 마비증세가 없어져서 사랑니 밑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발치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침을 삼킬 때도 어제와는 다르게 통증이 많이 완화되어, 그제야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뽑은 날, 아내가 사 온 호박죽으로 점심과 저녁을 먹어 속이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다. 얼음 팩 찜질하면서 시간이 지나자 부기가 차츰차츰 빠졌다. 7일분 약 처방을 받았고, 일주일 후 실밥을 뽑고 이상 여부를 확인받았다. 약값을 포함하여 사랑니 뽑는 비용이 적지 않은 금액인 196,000원이나 들었다. 두려움을 느끼며 기다렸던 사랑니 뽑기는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나큰 고통 없이 지나갔다.
사랑니를 뽑은 지 20일 지났는데도, 아직도 입안 사랑니 빠진 부위가 허전하고 개운하지 않다. 이 나이에 사랑니를 뽑는 게 바람직한지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202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