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616)... 새해 계획 1순위 ‘다이어트’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다이어트(Diet)와 운동
새해가 되면 금연(禁煙), 금주(禁酒) 또는 절주(節酒), 운동, 다이어트 등을 실천하겠다고 자신과 약속을 한다. 대개 ‘다이어트’는 새해 계획 중 최상위권에 오른다. 그러나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체중 조절은 감량부터 유지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 않다.
다이어트 방법으로 음식의 양이나 종류를 제한하여 섭취하는 것이 대표적이며, 식사 행동을 바꾸는 행동 수정 프로그램, 신체활동을 늘려 신진대사를 증가시키는 운동 등이 있다. 균형 절식의 식이요법(食餌療法)으로 체중감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줄인 체중을 6개월 이상 유지해야 성공한 ‘다이어트’로 간주한다.
미국의 예술가 엘리노어 앤틴(Eleanor Antin)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37일 동안 체중 5kg을 줄였다. 앤틴 교수는 매일 카메라로 앞모습과 뒷모습, 그리고 오른쪽과 왼쪽의 전신사진을 찍어 몸의 변화를 기록했다. 날이 갈수록 조금씩 날씬해지는 사진 148장을 모아 ‘깎아내기: 전통적 조각’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식과 운동부족으로 배불뚝이 남성이 40%(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넘어 성인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여성인 비만율(BMI 25 이상)은 34.8%로 2015년 33.2%보다 1.6%포인트 늘었다. 특히 성인 남성 비만율은 2015년 39.7%보다 2.6%포인트 상승한 42.3%를 기록하여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성인의 비만증 진단에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비만지수,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허리-엉덩이둘레 비(Waist-Hip Ratio, WHR), 피하지방(皮下脂肪) 두께 등이 있다. 체질량지수(體質量指數)는 체중(kg)을 신장(㎡)으로 나누어 100을 곱한 수치이다. 대한비만학회에서 제시한 비만의 진단기준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하고, 허리둘레 기준으로 남자 90cm 이상, 여자 85cm 이상을 복부(腹部)비만으로 진단한다.
우리는 “비만은 질병이다”라는 말을 흔히 듣지만 체중 관리는 소홀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高齡化)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과 같이 비만율(肥滿率)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른 나라에 속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뚱보’가 빨리 증가하게 된 주된 이유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고지방ㆍ고열량 음식 섭취량은 늘어난 반면 운동량은 점점 줄어들어 후천적으로 살이 찐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흔히 비만으로 고생한 역사적 인물로 조선의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世宗大王)을 꼽는다. 세종대왕은 어릴 적부터 밥상에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육류(肉類)를 좋아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독서에 열중하여 밤새 글을 읽었으나 운동은 멀리했다. 이러한 생활습관으로 세종은 뚱보가 되었다.
세종대왕은 비만에 당뇨병(糖尿病), 피부병, 눈병 등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 이에 너무 많은 병을 달고 살아 42세(세종 21년) 때에는 “한 가지 병이 겨우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겨 나의 쇠로함이 심하다”고 한탄했다고 세종실록(世宗實錄)에 실려 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도 조선의 제3대 왕 태종(太宗, 1367-1422, 재위 1400-1418)이 아들인 세종에 대해 안타깝게 여긴 점은 스물한 살밖에 되지 않은 세종이 너무 뚱뚱하다는 것이었다. 태종이 세종(世宗, 1397-1450, 재위 1418-1450)과 함께 사냥을 가면서 “주상(主上)은 사냥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몸이 비중(肥重)하시니 마땅히 때때로 나와 노니셔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비만을 연령별로 구분하여 관찰하면, 젊은이들은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살이 찐다. 그러나 중장년층은 호르몬 변화로 인하여 ‘나잇살’이 찌는 경우가 많다. 즉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장(成長)호르몬이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돕는 데는 근육운동이 좋다.
‘다이어트’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법을 택하여 실천하여야 한다. 특정 식품을 골라 먹거나 완전히 끊은 식이요법은 피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매 끼니 닭가슴살만 먹거나, 밀가루 음식을 완전히 피하는 식습관은 무의미하다. 이러한 다이어트법은 두세 달 이상 지속되기 어려우며,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를 막을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찔 수도 있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이 분비되며, 이 호르몬은 살이 빠지는 것을 방해하고 내장지방을 축적시킨다. 따라서 코르티솔 호르몬에 장기간 노출되면 뱃살이 늘어날 수 있다.
저녁 식사 후에 또 음식을 먹으면 살이 많이 찐다. 밤에는 당분을 분해하는 인슐린(insulin)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며, 이에 야식(夜食)을 먹으면 인슐린이 포도당을 빨리 분해하지 못해서 여분의 포도당이 지방으로 몸에 쌓이게 된다. 따라서 취침 3시간 전 야식은 금물이다.
새벽 3시가 넘어도 야식이 배달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음식 배달 앱(application)인 ‘배달의 민족’이 2017년 5-11월까지 집계된 음식 부문 8400만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밤 10시부터 오전 3시 사이 접수된 야식 주문이 전체 주문량의 20%에 달했다. 주말에는 이 비중이 25%로 올라갔다.
야식 인기 메뉴는 치킨(야식 전체 주문량의 46.7%), 한식과 분식류(10.2%), 곱창, 닭발(10.2%), 족발, 보쌈(9.1%) 등이며, 이들 음식은 하나같이 고열량과 고지방 먹을거리다. 편리한 배달 문화가 빈번한 야식 섭취로 이어지며, 비만 인구가 증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하루에 한 끼 이상을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族)이 보편화되고 있다. 혼밥족의 상당수는 외식을 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도시락 등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편의점 인기 도시락의 영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칼로리가 높고 지방과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먹을 경우 비만해지기 쉽다.
편의점 도시락은 대체로 달고 짠, 이른바 ‘단짠’ 메뉴로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설탕과 소금을 맛있게 느끼는 본성이 있으므로 도시락 제조업자들은 소비자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달고 짜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단짠’ 위주로 구성된 도시락은 당분과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이어져 우리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식품 당류(糖類) 섭취량이 하루 섭취 열량의 10%를 넘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39% 높아진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비만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성인 기준으로 하루 2000mg 미만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먹기 편한 ‘간편식’ 시장 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졌으며, 도시락 열풍을 몰고 온 편의점을 위시하여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또는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리기만 하면 한 끼가 완성되므로 사람들은 간편식을 찾는다. 그러나 우려되는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영양 불균형이다. 즉 탄수화물, 단백질은 많은 반면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은 부족하다. 이에 간편식을 먹을 때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다이어트에는 식이요법과 함께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해야한다. 운동을 위해 헬스장에 꼭 등록한 필요는 없다. 하루 30분 이상 약간 숨이 가쁠 정도의 신체활동을 하면 되며, 30분 연속으로 할 수 없다면 10분씩 나눠서 하도록 한다. 빨리 걷기, 계단 오르기 등으로도 충분하다. 다이어트 중 운동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는 체중이 5% 정도가 빠지는 2-3개월 후다. 이때부터는 체중 정체기가 시작되므로 운동으로 활동량을 늘려 남는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
요즘 집 안 거실에 고정자전거, 아령 등 운동기기를 두는 가정이 많다. 운동기구를 TV를 시청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사용하면 지루하지 않게 운동을 실천할 수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첫 1-2개월은 식사 조절만으로 살을 빼고, 정체기가 시작되는 3-4개월부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도록 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체중 달력’을 만들어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체중을 측정하여 기록하도록 한다. 매일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하면 다이어트 목표가 더 분명해지고 경각심(警覺心)이 높아진다. 체중이 갑자기 늘어났다면 과거 줄였던 몸무게 기록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수면은 하루 6-8시간 충분히 자도록 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스트레스(stress)가 늘면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고 체내 지방을 축적한다. 음주(飮酒)를 하면 몸속 지방 분해를 방해하므로 술자리는 주 1회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중국의 전통 차 ‘보이차(普洱茶)’는 지방 흡수를 방해하고 지방 축적을 억제하므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체중 감량은 열량섭취를 줄이거나 열량소비를 늘리면 된다. 그리고 몸의 지방을 제거하려면 균형절식과 더불어 육체적인 활동을 늘려 신진대사를 증가시키는 운동이 중요하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의 73%는 1주일에 최소한 3일 운동을 했다. 이에 비만인 사람은 식사요법과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여 ‘100세 건강시대’를 준비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16). 2018.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