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927
반야심경028
동봉
정종분正宗分(04)
온공론蘊空論(4)
사리자여 색이공과 별다르지 아니하고
그와같이 공이색과 별다르지 아니하여
색그대로 공이듯이 공그대로 색이니라
수상행식 나머지도 또한다시 이와같네
舍利子色不異空空不異色色即是空空即是色受想行識亦復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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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想의 끄나풀蘊이다
'생각'과 관련된 한자가 꽤 있는 편인데
왜 오온五蘊에 '생각 상想' 자를 놓았을까
생각 상想 자는 마음 심心자가 부수部首다
담긴 뜻으로는 생각, 생각컨대, 생각하다
사색하다, 그리워하다, 상상하다
원하다, 바라다, 닮다, 비슷하다 따위다
작가 예술가 설계사들이 하는 구상構想과
대상對象을 두고 꼼꼼히 파고들어가는
명상瞑想meditation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참고로 '생각'과 관련된 한자를 우선 보자
念 : 생각 념/생각 염
思 : 생각사/수염이 많을 새/恖
想 : 생각 상
考 : 생각할 고/살필 고/攷
慮 : 생각할 려/여/사실할 록/녹/虑
憶 : 생각할 억/忆
惟 : 생각날 유
侖 : 생각할 륜/윤/둥글 륜/윤/仑
恁 : 생각할 임/너 임/님/㤛
惀 : 생각할 론/논 등 많이 쓰는 한자가 있고
恦 : 생각할 상
侤 : 생각할 고
怤 : 생각할 부
慒 : 생각할 종/이지러울 조
毣 : 생각할 목
忇 : 생각할 륵/늑/근심할 도
㤯 : 생각할 경
㥼 : 생각할 언/그칠 은
䛘 : 생각할 임
㜚 : 아무 생각이 없는 것 숙/축 자 등
평소 그다지 잘 쓰지 않는 한자들이 있다
소릿값을 나타내는 서로 상相 자와
마음 심心으로 상대를 그리워함이 만나
이른바 '생각'이라는 과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온 과정에 왜 '생각 상想' 자를 넣었을까
이 상온想蘊 바로 앞이 수온受蘊이다
물질온이 아닌 정신온으로 수온을 놓았으나
수受가 하는 일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사물의 빛깔과 형태를 받아들이고
소리가 지닌 파장과 냄새가 지닌 분자와
맛과 닿음이 지닌 세포를 받아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백합을 보고 하얗다
독사를 보고 무섭다
우레소리를 들으며 소리가 크다
아버지 음성에 노여움이 담겼다
향기롭다
구리다
맛있다
상했다
따스하다
차갑다 하고 느끼는 것은 상온想蘊이다
수온受蘊에서는 다만 꼴相을 받아들일 뿐
판단心하는 행위는 '생각想'의 몫이다
따라서 '따스하다' '차갑다'는 느낌의 체계는
상온想蘊의 몫이지 수온受蘊의 몫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수온受蘊이 하는 일은
바깥 대상相과 판단하는 생각心사이에서
대상을 받아들이는 일만을 담당한다
바로 이 수온을 통해 받아들인 여러 대상을
낱낱이 판단하는 일을 생각想이 맡고 있기에
다른 글자가 아닌 '생각 상想' 자를 놓은 것이다
아울러 '생각 상想' 자를 바라보면서
시나브로《금강경》말씀이 한 마디 떠오른다
아상我相과 인상人相과 중생상衆生相과
수자상壽者相이라는 매우 독특한 개념이다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석학들은
'나我'라는 생각相, '남人'이라는 생각相,
중생이란 생각相, 수자라는 생각相이라 한다
왜 꼴 상相 자를 '생각想'이라고 번역할까
차라리 처음부터 아상我想 인상人想
중생상衆生想 수자상壽者想으로 할 것이지
한역漢譯은 '꼴 상相' 자로 해놓고
우리말 풀이는 '생각想'으로 풀이를 한다는 게
아무리 되씹어보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에는 실제 재미난 상황이 숨겨져 있다
쉬앤짱 삼장법사나 쿠마라지바 삼장법사가
잘못 한역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부처님이나 대승보살에게 사상四相은 없다
사상은 번뇌로 들끓는 중생들에게만 있다
따라서 중생들이 마음에 사상을 지니고 있다면
밖으로 표출될 때 꼴相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我'라는 생각想이
표정相으로 언어相로 몸짓相으로 드러난다
'남人'이라는 생각想이 얼굴相로 말相로
행동相으로 하나하나 다 드러나게 끔 되어있다
쿠마라지바와 쉬앤짱 삼장법사 같은 분들은
생각想의 세계가 꼴相로 드러날 것을
이미 일찌감치 내다보고 상相으로 옮겼다
그런 뜻에서 쉬앤짱과 쿠마라지바는
후학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이럴 때 우리 모두 존경의 박수를 쳐야하리라
생각想의 끄나풀蘊은 이렇다
수온受蘊을 매개로 하여 받아들인 경계를
최초로 판단하는 관념의 과정이다
흑장미를 검은 장미로 받아들이고
블랙스완을 검은 백조로 받아들이는 것은
단지 받아들이는受 끄나풀蘊의 역할일 뿐이고
검은 장미와 검은 백조로서 판단하는 것은
생각想의 끄나풀蘊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생각의 끄나풀도 관념의 과정이다
최종 결론은 결국 인식識이 하기 때문이다
생각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언어言語 기호記號와도 늘 관련이 있다
이는 사람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동물들과
아주 작은 생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목 마른 사람에게 매실 이야기를 하면
'매실'이라는 말 한 마디에 입안에 침이 고인다
이는 이미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매실은 침이 괴게 하는 신맛을 지닌 까닭이다
또는 식사할 때 가령 똥 얘기를 하거나
똥 그림이나 똥 사진을 보여주었다면
입맛이 떨어지고 구토를 느낄 것이다
'똥'이라는 배설물과 '똥'이라는 이야기가
같은 생각을 갖게 기호화된 까닭이다
가령 같은 매실이라도 영어권에 있는 이에게
'매실'이란 우리말 용어는 의미가 없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씨이트shit나 엑스크레멘트excrement는
똥으로서의 어떤 혐오감도 주지 않는다
이는 '똥'을 표현하는 기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똥이란 말에서 '똥'을 떠올릴 수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언어가 생각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그 말에 스스로 갇힌다
동물이나 곤충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개가 어떻게 짖느냐에 따라서
주인인지 또는 낯선 사람인지를 구분하며
삼복더위와 함께 매미 소리가 기승을 부릴 때
어떤 곤충들은 매미 소리를 이용해
열심히 2세를 위한 짝짓기에 들어간다
얼핏 들으면 고양이 울음이 다 같은 것 같아도
구애의 소리가 다르고 굶주림의 소리가 다르다
사람은 못알아 듣더라도 저들끼리는 안다
오온五蘊에서 수온受蘊의 역할도 크지만
판단의 책임자 상온想蘊은 더 더욱 중요하다
색공론色空論을 수공론受空論으로 바꾼 뒤
수공론受空論의 변신은 앞서 살펴보았지만
만일 이를 상공론想空論으로 바꾼다면
나의 사언절 번역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루어 짐작하겠지만 노파심으로 실어본다
사리자여 상이공과 별다르지 아니하고
그와같이 공이상과 별다르지 아니하여
상그대로 공이듯이 공그대로 상이니라
색수행식 나머지도 또한다시 이와같네
사리자 상불이공 공불이상 상즉시공 공즉시상 색수행식 역부여시
舍利子想不異空空不異想想即是空空即是想色受行識亦復如是
https://youtu.be/Y39wA-Mi7Ts
[우리절 법당 인등과 천정 연등이 주는 느낌]
07/28/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