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536) –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너, 거기 피어 있었구나
가만히 들여다보니
봄바람은
네 작은 꽃 속에서 불고,
가난해도 꽃을 피우는 마음
너 아니면
누가 또 보여주겠느냐
이 세상천지
어느 마음이
―― 김형영, 「변산바람꽃」
▶ 산행일시 : 2026년 3월 5일(목), 흐림
▶ 산행코스 : 금토동 금토마을,두레이골,국사봉,청계사 갈림길,청계산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5.3km
▶ 산행시간 : 3시간 45분(11 : 00 ~ 14 : 45)
▶ 갈 때 : 세곡사거리에서 357번 시내버스 타고, 판교제2테크노밸리 버스승강장에서 내려 국사봉 들머리인
금토마을까지 걸어감
▶ 올 때 : 청계산주차장에서 10번 시내버스 타고 인덕원역에 가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11 : 00 – 금토마을, 산행시작
11 : 25 – 청계산유격장 교장
11 : 36 – 변산바람꽃 탐화( ~ 12 : 48)
13 : 32 - 국사봉(國思峰, 542.0m)
14 : 39 – 청계사 갈림길, 국사봉 1,714m, 청계사 850m
14 : 45 – 청계산주차장, 산행종료
15 : 15 - 인덕원역
올해 청계산에 변산바람꽃이 피었는지 AI도 모른다. 수일 전부터 인터넷을 뒤졌다. 3월 1일에 변산바람꽃이 이제
막 올라왔다. 그리던 임을 보는 듯 설렜다. 매년 가곤 하던 국사봉 동쪽 골짜기 두레이골이다. 청계산 국사봉 아래
여기 말고 다른 데서 발견되었다는 업계보고는 아직 없다. 오늘이 길일이다. 엊그제는 종일 비가 왔다. 오늘 낮 동안
은 흐리다가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고 한다.
변산바람꽃(흔히 ‘변산아씨’라고도 한다)이 외출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느지막이 배낭 메고 만나러 간다.
다른 사람들은 대개 인덕원에서 국사봉을 넘어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들렀다가 다시 뒤돌아가곤 하는데, 나는 성남
시 수정동 금토동 금토마을에서 그곳을 간다. 세곡사거리에서 231번 시내버스를 타고 금토마을이 가장 가까운 판교
제2테크노밸리 단지 서문 버스승강장에서 내려 걸어가곤 했다.
오늘은 231번 시내버스를 20분 넘게 기다려야 하고, 357번 시내버스가 바로 온다. 357번 버스는 판교제2테크노밸
리 단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대로에서 그 입구의 버스승강장을 경유한다. 357번 버스를 탄다. 판교제2테크노
밸리 입구에서 내려 단지 안으로는 잘 갔다. 네이버지도에 도착지 찍고 연신 들여다보며 갔다. 25분 정도 걸렸다.
여기서부터 금토마을 가는 길이 여간 사납지 않다. 대단지 아파트 신축공사 중이다. 공사장 빙 둘러 울타리를 높이
쳐서 금토마을 가는 길이 막혔다. 울타리 약간 벗긴 틈새로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다. 공사장은 온통 진창이다. 금토
천 쪽으로 돌아가서 도로 따라간다. 도로에는 인도가 없고 대형트럭들만 들락날락한다. 공사장을 벗어나자 이곳
주민들의 아우성이 보인다. 곳곳에 살벌한 문구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토지 수용 죽기로 결사반대한다. 내 땅을
죽기로 사수한다.
금토마을이 고적하다. 마을 표지석 옆의 커다란 청계산등산종합안내도와 산불감시초소 앞 이정표가 국사봉을 안내
한다. 두레이골을 직진하는 도로와 그 주변은 군사보안시설이라고 가시철조망을 두르고 막았다. 왼쪽으로 크게 돌
아가야 한다. 잘난 지정등로 따라 0.1km 정도 오르면 오른쪽 사면에 군사보안시설이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
이 눈에 띈다. 실은 출입안내판이다. 그 경고판을 따라가면 된다. 십 수 미터마다 경고판이 안내한다.
인적은 낙엽에 묻혔다. 지능선을 두 차례 횡단하여 생사면을 길게 가로 질러 골짜기 계류 건너고 오래된 임도(군부
대 군사도로)에 올라선다. 임도는 골짜기 가까이 이어진다. 청계유격장 지나고 유격장 교장을 지나서 갈대숲을 헤치
고 가면 교장 끄트머리 화장실과 철조망을 만난다. 전에는 계류 건너 철조망을 돌아 넘었는데 오늘은 여러 발길에
납작해진 철조망을 밟고 넘는다.
인적이 흐릿하다. 두 눈 홉뜨고 인적 쫓는다. 인적이 산자락 절벽에 막히면 왼쪽 계류 건넌다. 인적은 계류를 건너갔
다 건너오기를 반복한다. 응달진 계류는 빙하다. 여기던가 저기던가, 변산바람꽃을 보았던 곳이 가물가물하다. 걸음
걸음 주변을 지배(地背)를 철하도록 살핀다. 엊그제 인터넷에서 3월 1일에 보았다던 건 혹시 작년 일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변산바람꽃이 등로 약간 비킨 노거수 둥지와 바위 밑에서 ‘나 여기 있다오’
하고 얼굴 내미는 게 아닌가. 반갑다. 세 개 개체다. 배낭 벗어놓고 납작 엎드려 오랫동안 눈맞춤 한다. 곱디고운
얼굴이다. 적막한 산중 카메라 셔터소리에 흠칫 놀라는 것 같다.
인적이 헤매면 나도 헤맨다. 울창한 덩굴 숲 뚫고 잡목 숲을 돌아간다. 한참 올라 계류 건너고 오른쪽 등로 옆에
변산바람꽃 군락지가 있다. 한때는 무더기로 피었는데 어느 해 폭우로 쓸려나가고 지금은 불과 몇 개 개채만이 그들
의 옛 터전을 지키고 있다. 이들과도 일일이 눈맞춤 한다.
다시 계류 건너고 너덜지대 오르면 왼쪽 골짜기와 만나는 약간 평평한 터가 나온다. 여기가 지금은 청계산에서 변산
바람꽃이 가장 많이 자생하는 곳이다. 여기서 이들과 1시간 넘게 보낸다. 이들의 절정기는 다음 주가 될 것 같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옮긴다. 엎드려 한 송이 눈맞춤 하고 나면 여기저기서 자기도 보아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이때는 시간도 멈춘다. 내가 보는 것은 꽃의 모양을 한 환희이다.
젊은 등산객 한 분이 내려온다. 꽃 옆에서는 생판 남인 사람이 없다. 금방 친해진다. 그 분은 휴대폰만 들이밀어
사진을 찍는다. 내가 꼰대여서 일까, 비례(非禮)로 보인다. 그 분은 얼른 둘러보고 자리를 뜬다. 조금 더 있으니 중년
의 등산객이 온다. 인덕원에서 국사봉을 넘어 왔다고 한다. 이 분에게서는 프로 냄새가 난다. 카메라 배낭을 메고
왔다. 카메라는 중형이다. 어제는 안양 수리산을 갔었다고 한다. 그곳의 변산바람꽃 개화 상태도 이곳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들과 헤어질 시간이다. 혹시라도 눈맞춤을 빠뜨린 아씨는 없을까, 차근하니 주변을 샅샅이 살핀다. 내년에 다시
오리다 하고 물러난다. 인덕원으로 갈 것이다. 국사봉을 돌아서 오르지 않고 곧장 오른다. 얕은 골짜기 너덜을 한 피
치 오르면 펑퍼짐한 사면이 나오고 지능선을 잡아 직등한다. 곧추선 오르막이다. 방금 전에 만난 젊은이가 이리로
갔다. 인적은 그 한사람 발자국이다.
몇 번이나 오르다말고 멈춰 서서 스틱에 기대어 가쁜 숨 돌리고서 국사봉 정상이다. 미세먼지인지 연무인지 사방이
흐릿하다. 청계산 노루귀를 찾아간다. 등로를 비튼다. 국사봉 정상에서 남서진하지 않고 북진하여 약간 내리다 왼쪽
지능선의 인적 쫓는다. 인적은 약간 내리다 왼쪽 사면을 돌아간다. 나는 인적 쫓기를 멈추고 그 가운데 골짜기로
내린다. 낙엽이 몰려 있다. 세상에! 허리까지 빠진다. 허우적거리다 비탈진 사면으로 물러나고 다시 골로 가기를
반복한다.
가파른 데는 낙엽사태에 묻어 내린다. 이게 재미난다. 낙엽 지대 벗어나고 엷은 지능선 바윗길에 든다. 작년에 노루
귀를 보았던 데를 지나간다. 낙엽이 수북하다. 낙엽이 쓸려간 바위 옆이나 노거수 그루터기 주변이 조용하다. 아직
겨울잠 자는가 보다. 빈 눈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허전하다. 국사봉을 돌아내리는 등로와 만나니, 이대로 가야 하
는가, 내가 너무 건성으로 훑어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살피자. 배낭 벗어놓고 뒤돌아 오른다. 반경을 좀 더 넓히고 천천히 살핀다. 확실히 없다. 미련 없이 등로로
내리고 부부 출사객과 만난다. 그들에게 이곳 노루귀의 소식을 물었더니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확인해 준다.
잰걸음 한다. 널찍한 등로는 산책로다. 청계사 갈림길 대로가 금방이다. 개천 옆 데크로드로 간다.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 여기는 겨울의 끝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