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뼈는 가시 내 뼈는 돌
조우연
가시가 물고기의 제 살을 찌르지 않듯이 돌은 나를 던지지 않는다
반구수면*하며 대양을 건너는 철새의 뼛속은 비었고
내 몸의 뼛속엔 동전이며 연필이며 종잇조각이며 슬픈 마음들이 빼곡하다
피리가 되었던 쇠오리뼈처럼은 될 수가 없다
퇴적암에 가까운 내 뼈들로는
붓으로 살살 털면 눈물 흐른 화석 여럿 발견된다
처음엔 큰 바윗덩어리던 뼈가 이백여섯 개의 조각으로 부서졌고, 그것은 마치 사막의 모래 같은 강변(强辯),
뜨거워질 때마다 와르르 쏟아진다 무한의 내가 유한의 나를 위로하듯이 와르르
물렁한 돌, 희디흰 돌, 바람이 들어 바람의 길이 된 돌, 고요 쪽으로 구르는 돌, 내력이 알려진 돌은 백 개도
채 안 된다
아이를 낳을 때 열렸다 닫혔던 돌
그때 뱉었던 돌의 말을 울산 반구대 고래 그림처럼 뼈에 새겼다
가끔 돌 하나 들어 바깥의 덤불 향해 대차게 던져볼까 하는 뼈 결심도
나무의 뼈는 가지
내 뼈는 허공
언제는 돌이기도
단단한 공백vide이기도
*반구수면 : 일부 철새들이 장거리 비행 중 짧은 시간 동안 한쪽 뇌만 사용하여 수면을 취한다.
―《엽서詩》, 2025년 2월 이른서른 번째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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