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초록봉과 묵호항 동문산
태백산맥이 남쪽을 향해 달려 오다가, 백봉령에서 한 갈래가 동해바다로 향한다.
그것이 옥녀봉을 이루고, 동해를 감싸 안고 있는 초록봉이 되고, 망상해수욕장에서 넘는 작은 고개 사문재를 지나면 묵호항을 지키고 있는 동문산이 된다.
초록봉은 동해시 신시가지 천곡동을 내려다 본다.
동문산은 묵호항을 안고 있다.
초록봉의 야경은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마치 활짝 핀 꽃밭 같았다.
온갖 꽃들이 경쟁 하듯, 밤 바다는 불야성이었다.
꽃들은 제 각각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오징어 배는 마치 모란꽃처럼 사랑스러웠다.
그 탐스러움이란!
초록봉의 화려함은 나를 못 견디게 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게 했다.
동문산 때문이었다.
백봉령으로부터 동해바다로 삐쳐 나온 곁가지 하나가 드디어 바다와 만났다.
초록봉은 천곡동 동해시를 안고 있지만, 동문산은 오로지 묵호항만 지니고 있다.
오래전, 일본놈들이 묵호항에서 석탄 도둑질 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동문산은 전국에서 돈이 없어 모여든 사람들의 진실을 알고 있다.
오징어가 만국기처럼 펄럭이던 아름다운 풍경도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초록봉 보다 동문산이 좋다.
오늘도 나는 동문산 아래 묵호 시내를 걷는다.
비록 작년 산불에 불타서 대머리가 되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