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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강
제럴드 에델만의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1992)
: 마음은 어떻게 뇌에서 생겨나는가?
조광제// 마음은 어떻게 뇌에서 생겨나는가?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앞의 강의 자료에서 에델만이 "다윈의 프로그램", "선택 원칙을 좇는 뇌 기능설".그리고 "뉴런집단 선택설 등 자신 나름의 이론적인 장치들을 제시한 것을 보았습니다. 하나같이 정확하게 이해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것들입니다. 이것들을 간단하게 요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1) "다윈의 프로그램"은 한 유기체의 각종 형태가 행동의 기초가 된다는 것. 그러한 유기체의 형태가 진화에 의해 선택되어 유전되면서도 동시에 그 형태에 기초한 유기체의 행동이 자연선택에 의거한 유전의 내용을 변경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다윈의 프로그램을 안출한 것은 두뇌의 형태가 행동을 다르게 하는 중요한 하나의 변수가 된다는 것, 행동에 따라 두뇌의 형태를 규정하는 유전적인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 유전적인 자연 선택에 의해 두뇌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이른바 '두뇌형태의 변경 - 행동의 변경-유전적 선택의 변경 - 두뇌 형태의 변 경......'로 이어지는 순환적인 작용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겠습니다.
(2) "선택 원칙을 좇는 뇌 기능설"은 두뇌가 정보의 처리에 따른 지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특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연결방식의 목록들이 있어 주어진 상황에 따라 그 목록들 중 어떤 것들을 선택해서 작동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두뇌가 중앙처리장치에서 주어지는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컴퓨터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또 두뇌 속에 소형인간과 같은 존재가 있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것이 아님을 말하기 위한 것입니다.
(3) "뉴런집단 선택설"은 에델만이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기 나름의 뇌 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뉴런 하나하나가 독자성을 띠고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집단을 형성해서 그런 집단 단위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각이나 촉각, 청각이나 후각 또는 미각을 담당하는 뉴런집단들이 있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 뉴런집단들 간에 직접적으로나 우회적으로 상호 재입력이 일어남으로써 예를 들어 어느 하나의 사물이 노랗기도 하고 단단하기도 하고 두드리면 높은 음을 내고 쾌쾌한 냄새를 풍긴다는 식으로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때 이 뉴런집단들의 출력들을 끌어 모아 통일시키는 상위의 감독 내지는 통제를 하는 중앙 뉴런집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동에 필요한 여러 세부적인 내용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연결되는 뉴런집단들의 상호 재입력의 관계들에 의해 지각되고 인지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호 재입력의 관계들에 의해 지각적으로건 개념적으로건 범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의식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 뉴런집단 선택설은 에델만이 두뇌와 마음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핵심 이론이라 하겠습니다.
뉴런집단 선택설에 의해 가장 먼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범주화"입니다.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지각 범주화" 인데, 에델만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각 범주화란 적응성 있는 목적을 위해 많은 사물이나 사건들 중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을 선택적으로 구별해 내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지각 범주화는 (・・・) 속성들을 [예를 들어], 색과 모양이라든가, 소리와 맛이라든가 등 선언적으로 표본 추출함으로써 이뤄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135쪽)
우리는 한 순간도 거르지 않고 지각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지각은 행동을 하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각을 하기 위해서는 사물들이나 사건들 중 어느 것에 일정하게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또 더 나아가 그렇게 초점을 맞추게 된 그 사물에게서 색, 모양, 소리, 맛 중에 특정한 어느 속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물론 그 초점 맞추기는 순식간에 다른 것으로 바뀔 수도 있고 되돌아올 수도 있고 또 서로 연결될 수도 있고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그때 초점 맞추기는 기본적으로 선택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각 범주화란....... 선택적으로 구별해 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각 범주화가...... 표본 추출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범주화'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표본'에 의거한 것임을 어쩌면 쉽게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예를 들어, 색과 모양의 구별은 서로 다른 표본에 의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사물과 운동의 구별은 서로 다른 표본에 의한 것이고, 운동에서 방향과 속도의 구별 역시 서로 다른 표본에 의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어진 어떤 내용을 서로 다른 표본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각하지 않고서는 지각을 할 수가 없고, 그렇게 표본에 따라 지각하는 것을 지각 범주화라 일컫는 것이겠습니다.
지각 범주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인 범주화도 있을 것이고 또 개념적인 범주화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에델만은 이러한 범주화가 가능한 것을 두뇌의 기능에 비추어 이렇게 말합니다.
범주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소위 '분류쌍classification couple'이라 불렀던 뇌기능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분류쌍은, 뉴런 집단으로 구성되고 재입력으로 연결된 기능적으로 서로 다른 두 지도로 이루어진 최소 단위다. (136쪽)
"분류쌍"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뉴런 집단이 어느 특정한 하나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뉴런집단들이 하는 그 기능들 중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쌍을 이루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때 그 쌍을 이루는 각각의 기능을 하는
두 뉴런집단의 짝을 "분류쌍"이라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뉴런집단들 간의 "재입력"을 설명하는 다음 그림을 보면 상당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9-4 재입력. 뉴런 집단들의 두 지도는 각기 다른 독립된 입력을 받는다(입력1과 입력2). 각 지도는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다.(예컨대 시각과 촉각으로 시각 내에서는 모양과 운동으로, 등등) 두 지도는 그들 사이에 재입력 신호를 나르는 신경섬유에 의해 연결된다. 이 섬유들은 수효가 많고 조밀하며, 지도 상호간에 '지도들에 대한 상위의 지도를 그리는 데' 종사한다. () 재입력 신호의 결과, 그리고 시냅스 변화에 의해서 지도 1의 반응양식들이 지도 2의 반응 양식과 '분류쌍으로 연합한다. (136쪽)
이 그림에서 맨 위 "특징"과 "연관된 특징" 은 평소 우리가 서로 비교적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여기는 사물이나 사건의 특징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도 1"과 "지도"는 두 뉴런집단, 또는 두 뉴런집단들의 더 큰 더 뉴런집단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도"는 하나의 뉴런집단을 이루는 뉴런들의 배치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각각의 지도를 이루는 하나의 뉴런집단 내에 있는 뉴런들 간에 [다른 지도와 분리되어 일정하게 폐쇄된 상호 작용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도"을 이루는 뉴런들과 "지도"를 이루는 뉴런들 간에 상호 재입력의 작용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상호 재입력에 의거해서 각 뉴런집단이 반응
할 때 그 반응양식들이 "분류쌍으로서 연합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각과 촉각이 연결되기도 하고, 모양과 운동이 연결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류쌍" 관계를 바탕으로 “지도들에 대한 상위의 지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색에 대한 지도와 모양에 대한 지도는 서로 분류쌍이 되어 상호 재입력의 관계로 작동하면서 시각이라는 상위의 지도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지도들 간의 위상학적인 연결은 한 쌍의 분류쌍의 지도나 한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즉 복합적 지도들의 상호 작용은 같은 방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 / 지도 내에서 일어나는 뉴런 집단 선택은 새로운 종류의 신호 생산으로 이어지는데, 새로 생산된 신호들은 외부 세계로부터 온 신호들과 함께 초기 지도를 내부로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재입력이라는 이 속성으로 인해 내가 회귀적 종합recursive synthesis이 라고 부르던 것이 가능해진다. 활동들은 통제 인자 없이도 여러 다른 지도에 걸쳐 위상학적으로 상호 연결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선택적 특성들이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재입력을 통해 지도들에 때맞춰 나타난다.(137쪽)
여기에서는 "복합적 지도"라고 말하는데, 이는 바로 앞에서 말한 "상위 지도"와 '하위 지도들'의 복잡한 관계를 감안해서 하는 것이겠습니다. 가장 하위에서는 분류쌍의 두 지도가 작동할 것입니다. 그와 같이 상위의 지도들 간에도 더욱 복잡하겠지만 상호 재입력의 관계들이 작동할 것입니다. 그 "복합적 지도"에 속한 지도들 즉 뉴런집단들 간에 어떤 것들이 분류쌍으로서 선택되는가에 따라 “새로운 종류의 신호"가 생산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새로운 뉴런 집단들 간의 재입력에 의거해서 산출된 신호들이 이들 각 뉴런 집단들에 맨 처음 외부로부터 입력된 신호들과 함께 각 뉴런 집단들에 다시 들어가 결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외부의 신호들과 내부에서 분류쌍의 재입력 관계에 의해 재생산된 신호들이 결합해서 또 다시 분류쌍을 통해 재입력되는 일종의 복합 뫼비우스와 같은 방식으로 입출력이 순환하면서 재가공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이를 일컬어 에델만은 "회귀적 종합"이라고 합니다.
8. 전면적 지도화
그런데 에델만에 따르면, 두뇌 속에 있는 모든 뉴런들이 서로 다른 뉴런 집단을 이루고 지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뉴런 집단에 의한 지도화는 기본적으로 감각지각과 운동(행동)에 관련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TNGS에서 생리학을 심리학에 연결시키려 할 때 가장 근본이 되는 기능으로 여겨지는 지각 범주화는 재입력으로써 설명될 수 있을까? 간단히 답하면 다음과 같다: 재입력의 방식으로 연결된 다양한 지도들의 출력들을 동물의 감각-운동 행위에 짝지음으
로써 가능하다. 이는 전면적 지도화라고 불리는 고차원적 구조를 통해 획득된다.전면적 지도하는 뇌에서 지도화되지 않은 부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입력 국소적 지도reentrant local maps(운동 지도, 감각 지도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역동적 구조다. 뇌의 비지도화된 부분들에는 해마, 기저핵, 소닉 등으로 알려진 특수한 구조들이 포함된다. (138쪽)
뉴런집단 선택설(TNGS)을 통해 궁극적으로 밝혀내야 할 것은 두뇌의 전기화학적인 물질 관계에서 어떻게 마음의 심리정신적인 의식 관계가 생겨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설명하기 위한 근본 매개적인 활동이 "지각 범주화"와 "재입력"입니다.
지각 범주화는 말하자면 마음의 심리정신적인 의식 관계에 해당하고, 재입력은 두뇌의 전기화학적인 물질 관계에 해당하는 것이겠습니다. 그래서 "지각 범주화가 재입력으로써 설명될 수 있을까" 하고서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방책을 간단하게 제시합니다. 그 방책이 기묘합니다. 그것은 두뇌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도들 간의 재입력에 의한 출력들을 동물의 (감각-운동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행위와 짝 지우는 것입니다.
행위 또는 행동은 물질적이라고도 할 수 없고 정신적이라고 할 수 없는 묘한 성격을 지닌 것입니다. 내부에서 그 자체로 보면 물질적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정신적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 반대로 내면적으로는 감각적인데, 외면적으로는 운동적입니다.
에델만이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 나름으로 이렇게 내부와 내면을 구분하고, 외부와 외면을 구분한 것은 어쩌면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뇌 속의 뉴런이나 뉴런집단도 그렇고 두뇌도 그러한데 내부로 들어가 그 자체로 보면 정신적인 활동을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냥 그 나름으로 전기화학적인 물질적인 작동을 하는 것일 뿐이지요. 그런데 그 출력들에 의해 몸이 전반적으로 운동하는 방식들을 볼라치면, 돌멩이가 비탈을 굴러 내려오거나 정교한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러한 몸의 운동 방식들을 외부에서 보아 정신적인 성격을 띤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한편으로 그렇게 정신적인 성격을 띤 것으로 여겨지는 몸의 운동은 외면적으로 즉 바깥에서 볼 때는 감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행동할 때 그 사람들이 가진다고 추정할 수 있는 감각적인 의식을 우리로서는 아예 지닐 수 없습니다. 그 다른 사람들의 운동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내 자신이 행동할 때 그 행동의 내면에서는 감각 즉 감각적인 내용을 담은 의식이 나타납니다. 말하자면 색도 보이고 소리도 들리고 맛도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에델만이 두뇌 속의 뉴런 집단들이 이루는 지도들 간의 재입력에 의한 출력을 동물의 행위와 짝 지움으로써 재입력으로서 심리정신적인 지각의 범주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여기는 데는 여전히 해명될 수 없는 모종의 생각을 전제한 것입니다.
그것은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행위)에 의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동(행위)를 설명할 수 있으면 곧 의식을 설명하는 것이 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에델만은 인용문에서 “전면적 지도화"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두뇌에는 지도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영역들이 있고 지도화가 잘 되어 있는 영역들이 있는데, 이 둘을 아울러서 일종의 지도화를 꾀하는 것이 두뇌라는 것이고, 이를 일컬어 "전면적 지도화"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전면적 지도화가 과연 의식의 발생에 어떤 기능을 한다고 말하려 하는 것 같은데, 과연 어떤지 에델만의 다음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 의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두 종류의 신경계 조직이 있다. (・・) 첫 번째 시스템은 뇌간 brain stem과 대뇌 변연계(쾌락계)다. (…) 변연-뇌간 시스템 회로들이 고리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응하며 상세
한 지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변연 - 뇌간 시스템의 회로들은 진화의 과정 동안 신체에 맞춰 선택된다. 이 시스템들은 신체 기능들을 돌보기 위해 일찍이 진화했다. 그것들은 내부의 시스템이다. 두 번째 중요한 신경계 조직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시상피질계 thalarmocortic system라 불린다. 시상피질계는 동시에 작용하는 시상과 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은 감각 수용판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고, 수의근에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진화했다. 이 시스템의 시냅스 연결은 매우 빠르다. 그 주요 구조인 대뇌피질은 한 조의 지도 내에 배열되어 있으며, 시상을 통해 외부 세계로부터 입력을 받아들인다. 변연 - 뇌간 시스템과는 달리, 대뇌피질은 대규모의 재입력 연결로 이어져 층을 이루고 있는 국소 구조들처럼 고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여러 장
소에서 이것들은 위상적으로 배열된다.(177쪽)
저 앞의 인용문에서 지도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영역으로 해마, 기저핵, 소뇌 등을 들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는 뇌간 변연-뇌간, 대뇌 변연계, 시상피질계. 시상. 피질계 등의 용어들이 나옵니다. 참고로 뇌의 복잡한 구조를 그린 그림들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복잡합니다. 구조를 분류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인 것 같고, 또 자르는 방식에 따라 영역을 구분하고 명칭을 붙이는 방식도 여러 가지인 것 같습니다. 에델만이 크게 두 가지 신경계를 구분하는데, 하나는 뇌간-대뇌변연계이고, 다른 하나는 시상피질계입니다. 전자는 오래 전부터 진화해 온 것으로서 본능적인 신체적 반응을 주로 관장하는 것이고, 후자는 비교적 늦게 진화해 온 것으로서 흔히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반응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전자는 대체로 정해진 고리들이 있어 거의 연결이 결정되어 있다시피 한 데 반해, 후자는 그러한 정해진 고리가 없이 시냅스적인 가소적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대규모의 재입력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이렇게 정돈해 놓고 다음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범주화라는 것은 한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특정 운동 출력을 내도록 만드는 감각 영역 내의 컴퓨터 같은 프로그램에 따라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전체 지도화에 걸친 감각-운동 활동이 적절한 출력이나 행동을 낳는 뉴런 집단을 선택함으로써 범주화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138쪽)
그림 9-5. 전면적 지도화. 이 구조는 복합적 지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도들은 [지도화되지 않은 해마와 소뇌와 같은 뇌 부위에 역시 연결된다. 외부 세계로부터의 신호가 이지도화에 들어오며 복합적 출력원들이 운동을 낳는다. 이번에 운동은 감각신호가 선택되는 방식을 바꾼다(운동에 의한 표본 추출의 변질). 전면적 지도화는 따라서 역동적 구조, 즉 시간과 행위와 더불어 바뀌는 구조다. 특징과 운동을 서로 연결시키는 그 재입력 국소 지도는 지각 범주화를 가늠케 한다. 여러 상이한 수준에서의 동요들은 한 전면적 지도화를 재배열시키고 붕괴시키거나, 혹은 다른 전면적 지도화에 의해 대체되게 만든다. (139쪽)
이제 감각-운동의 활동이 적절한 뉴런 집단을 선택함으로써 적절한 출력을 하도록하고 그리하여 행동을 유발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감각-운동의 활동"이 "전면적 지도화"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에 <그림 9-5>를 통해 전면적 지도화를 설명합니다. 이 그림의 아래 부분을 보면, 근육에 의한 운동이 감각의 표본을 추출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해서 추출된 감각 표본은 감각판(감각기관)과 근육+관절에 영향을 미쳐 “1차적 국소적 지도"를 이루고 있는 뉴런 집단을 선택하고 여기에서 조절되어 나온 출력이 대뇌피질들의 다른 뉴런 집단들과 재입력의 순환 작용을 하는 가운데 비지도화된 해마와 소뇌 등과 재입력을 주고받으면서 그리하여 변경된 출력을 결국 근육에 전달하여 운동하도록 합니다. 그 운동이 재차 감각 표본의 추출에 영향을 미쳐 또 다시 앞의 과정들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매 순간 순간의 감각과 운동이 복잡 미묘하게 겹치듯이 하여 마치 복합 뫼비우스와 같은 순환작용들을 거듭해 갑니다. 그래서 "전면적 지도화는 따라서 역동적 구조, 즉 시간과 행위와 더불어 바뀌는 구조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면적 지도화는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을 수 없고, 역동적으로 대체되거나 변경되거나 하는 식으로 재형성의 과정을 거칩니다.
중요한 것은 범주화인데, 범주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감각-운동적인 활동이 제대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것이겠습니다. 그래서 범주화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범주화는 항상 가치value라는 내부적 기준과 관련해서 일어나며, 이 같은 관련이 [범주화의] 적절함을 정의해 준다는 사실을 TNGS는 제안하고 있다. 그러한 가치 기준은 특수한 범주화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수한 범주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규제해 준다.
TNGS에 의하면 특정 종의 동물들의 가치체계에 대한 기반들은 진화론적 선택에 의해 미리 설정된다. 그 기반들은, 심장 박동, 호흡, 군 반응. 먹이에 대한 반응, 호르몬의 작용, 자율 반응 등이 신체 기능에 대한 규제와 관계있는 뇌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범주화는,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그러한 삶을 유지시키는 생리 체계의 필수 요건들을 적절히 만족시키는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139-140쪽)
그다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동물들이 살아가는 데는 각 동물 종이 지닌 진화 과정에 따른 일반적인 표현형에 따라, 즉 각 신체 기관들과 부위의 형태들에 따라 동물 몸의 생명을 유지 강화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각 동물 종들은 그 필요한 것들을 중심으로 가치 체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고 또 그에 따라 지각과 운동에 있어서 범주화를 실행할 것입니다. 그러한 범주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당연히 자연선택에서 배제될 것이고요.
9. 의식의 발생
중요한 범주화가 인식활동의 기초라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범주화가 두뇌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데 과연 두뇌가 그런 범주화 자체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의식의 발생을 고찰하게 되는데, 그는 1차적 의식과 고차원적 의식을 구분합니다.
나는 1차적 의식 primary consciousness과 고차원적 의식 higher-order consciousness의 구분을 만들었다. 이 구분은 아주 근본적이다. 1차적 의식은 세계의 사물들을 정신적으로 자각하는 상태, 즉 지금 현재 심상을 갖는 상태다. (…) 이것은 비언어적이며 비의미론적인 동물들이 소유하고 있다. 반면, 고차원적 의식에는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사고하는 주체에 의한 재인 recognition 이 포함된다.(168쪽)
글쎄, 이 자체로는 그다지 특별한 발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외부 또는 내부에 관한 어떤 이미지를 지닌 상태에서 행동으로 나아가면 1차적 의식이고, 이를 언어적인 방식으로 되새김질함으로써 "재인"을 하면 고차원적 의식이라는 이야깁니다. 간단히 말하면, 반성이 가능한 의식은 고차원적 의식이고, 반성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의식은 1차적 의식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두 종류의 의식을 두뇌의 물질적인 작용으로 풀어내는 것이겠습니다. 에델만은 일단 1차적 의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도해하고 설명합니다.
개념적 범주화
그림 11-1. 1차적 의식의 모델. 과거의 신호들은 내부의 조절계에 의해 가치에 연결되며, 외부세계로부터 들어오는 범주화된 신호들은 서로 연관되어 개념 영역에서 기억에 이른다. 이 기억은 개념적 범주화가 가능한데, 재입력 경로에 의해 세계 신호에 대한 현재의 지각 범주화와 연결된다(두꺼운 선). 이것이 1차적 의식을 초래한다. 여러 가지 양상(시각,촉각 등등)을 통해 이런 일이 생길 때, 1차적 의식은 대상들과 사건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장면'에 대한 것이다. 그 대상들과 사건들 중 어떤 것들은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1차적 의식을 지닌 동물은 가치에 부하된 과거 경험에 의한 기억을 통해서 그 대상들과 사건들을 연결할 수 있다. (181쪽)
간단하게 말하면 기억과 지각이 결합되어 1차적 의식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기억은 몸 내부의 항상성과 관련하여 가치를 중심으로 개념적으로 범주화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호들은 지각적으로 범주화되는데. 여러 두뇌의 부위들 간의 재입력의 관계들을 거쳐 결국에는 범주화된 지각의 내용에 가치에 따라 개념적으로 범주화된 기억의 내용이 결합됨으로써 1차적 의식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됩니다.
1차적 의식은 개체의 현재 입력을 그 행동과 과거의 보상에 연결시켜 주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 1차적 의식에는 명백한 주장, 즉 개인적 자기라는 개념이 결여되어 있으며, 현재나 미래를 서로 연관된 어떤 장면의 한 부분으로 포함하는 모형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183쪽)
중요한 점은 1차적 의식에는 개별적인 자기라는 개념이 형성되지 않고 또 현재의 지각을 과거의 기억과 연결하지만 미래의 예상과 연결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미래는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데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지각
과 과거의 기억 사이의 간극과 차이에서 미래에 대한 예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차적 의식에서는 그러한 간극과 차이를 생성하지 못한다는 것이겠습니다. 그런데 에델만은 이 말을 덧붙입니다.
의식은 3억 년 가량의 역사를 가지게 될 것이다. (185쪽)
3억 년 전쯤에 이러한 1차적 의식을 가진 동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런 뒤 어떻게든 더 발달된 형태로 나아왔을 것이라는 이야기이겠습니다. 그럴 수 있기 위해 위 <그림 11-1>에 그려져 있는 각종 뇌의 부위(영역)들을 진화적으로 발달시켜 왔을 것이라는 이야기이겠습니다. 이제 문제는 고차원적 의식의 발생입니다. 우선 이렇게 말합니다.
어떻게 사람은 자신이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었을까? 이런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 기억 시스템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거나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진정한 자기(사회적 자기)의 개념적 표상에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과거의 모형뿐만 아니라 개성에 대한 개념적 모형이 반드시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즉각적 현재에 대해 각 개체가 맺는 관계를 수정시키는 많은 단계의 발생학적 학습이 필요하다. / 뇌의 레퍼토리들은 반응들을 늦출 수 있어야 한다(이런 유형의 레퍼토리들은 전두피질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레퍼토리들은 1차적 의식의 과정 자체를 범주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인 전이나 학습과정 중에 비교와 보상의 방법으로 주로 기호적 수단을 통해 획득된다. 의미론이 획득되는 과정 동안, 모체와의 상호 작용이나 짝짓는 상호 작용, 성적인 상호 작용 등에 의해 언어 기호를 감정적 욕구의 만족시킴으로써 보상이 생겨난다. (196쪽)
의식의 반성적인 구도가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럴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기"라는 개념적 표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수 있기 위해 기억 시스템이 이 “(사회적 자기"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즉각적 현재에 대해 개체가 맺는 관계를 수정시키는 단계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습니다.
이렇게 반응이 지연되는 가운데, 지각의 범주화와 기억의 가치 개념의 범주화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1차적 의식의 과정 자체를 범주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범주화는 반성의 수행이라 할 것인데. 이때 반성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보상 관계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보상관계는 주로 기호적인 언어를 수단으로 해서 획득된다는 것입니다. 언어가 사회적인
기호인 것은 물론이고요.
이렇게 예비적인 이야기 즉 일종의 논리적인 분석에 따른 이야기를 한 뒤, 고차원적 의식에 관한 두뇌의 구조적인 기능 관계를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려 설명합니다.
그림 12-4. 고차원적 의식에 대한 도식 (1차적 의식의 도식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의미론적 지력작용을 통한 새로운 기억의 획득은 개념적 폭발에 이른다. 그 결과, 지기, 과거,미래의 개념들이 1차적 의식에 연결될 수 있다. '의식에 대한 의식'이 가능하게 된다. (197쪽)
핵심은 검게 표시된 언어 중추로 알려져 있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의 생성과 개입입니다. 이 영역이 들어섬으로써 재입력의 과정이 상당히 복잡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미론적 자력작용"이 작동하고 더불어서 "고차원적 의식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용들이 1차적 의식과 재입력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의식에 대한 의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겠습니다.
10. 남는 문제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의식의 발생을 설명하는 것은 한편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불구의 방식입니다. 두뇌를 형성하는 각종 물질의 작용에서 우리가 고차원적 의식을 통해 자각하는 이 모든 감각적인 의식의 이미지를 비롯한 개념적 도식들 등의 장면들 자체가 어떻게 생겨나는가를 전혀 설명한 것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전기화학적인 작용에서 어떻게 색, 소리, 맛, 촉감 등과 이것들에 대한 감각적인 의식이 생겨나는가를 설명한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11. 에델만의 강력한 이야기들
먼저 과학적 견해가 갖는 가설들을 진술해야 하겠다.
1. 실재 세계가 존재한다 - 그 세계는 물리학의 법칙들에 의해 기술되며, 그 법칙들은 어느 곳에서나 적용된다. (이것이 물리학의 가설이다.)
2. 우리는 그 세계 속에 묻혀 있고, 그 법칙을 따르며, 태고의 기원에서 진화해 왔다.
마음은 새로운 진화론적 형태에 기초해 생겨났다. (이것이 진화론적 가설이다.)
3. 마음을 자연 속에 되돌려 놓은 것이 가능하다. 생물학에 기반한 마음에 대한 과학이 가능하다. 순환논법과 교착 상태를 피하는 방법은 선택론의 원리들에 기반을 둔 뇌 이론을 구성하는 일이다. (이것이 이 책의 주요 논증이다.)
이런 가설들과 이 책 앞부분에 제시된 논증들을 받아들인다면, 즉각적으로 무덤으로 가게 될 학설들이 나선다. 이원론, 범신론, 부대현상론, 관념론, 표상주의, 경험론. 본질주의는 모두 생물학 자체와는 물론,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나온 증거와도 불일치하며, 위에 열거한 가설들과도 양립될 수 없다. (…) 사유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자들은 의식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식은 진화적으로 유효하다. 세계는 마음에서 독립해 존재하고 존속되며 마음이 나타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뇌는 선택계이며 튜링기계Turing machine이 아니다. 감각 자료는 마음의 토대가 아니다. 세계는 고전적 범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유형학은 생물학에 의해 붕괴된다. 지난 300년에 걸쳐 과학은 지구중심설, 생기론 그리고 단순한 기계론과 같은 편협한 사상들을 이미 붕괴시켜 왔다. (236-7쪽)
나는 이 책에서 마음이 진화적인 형태의 작용을 통해서 매우 정확한 방식으로 생겼다고 주장했다. 나는 의식이 최소한 우주의 이 작은 점에서, 특정한 역사적 시간에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시도했다. 의식이 뇌의 명확한 물질적 배열에서 창발한다는 것이 곧 그 둘이 동일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미 보았듯 이 의식은 환경과의 관계에 의존하고, 가장 고차원적인 의식의 경우 사회적인 기호들과 언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293쪽)
우리는 5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단지 하나의 뇌기능, 즉 논리를 흉내 내는 컴퓨터와 함께 먼 길을 달려왔다. 우리가 다가올 다음의 10년 안에 뇌의 다른 기능을 흉내 내지 못한다고 생각할 까닭이 전혀 없다. 신경계의 종합적인 신경 모형화에 대한 연구가 성공할 가망이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것을 범주화할 수 있는 열 개의 지각기계(즉 P)를 논리학을 할 수 있는 한 개의 튜링 기계(즉 T)에 연결할 때, 어떤
종류의 일이 수행되어질지 우리가 곧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기계가 잘 훈련되어 있고 인간 작동자가 기계를 잘 프로그램 했다고 한다면, 두 개가 조합된 PT기계는 새로운 것을 인지하는 일과 관련해서 볼 때 대략 사냥꾼과 개처럼 행동할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얼마나 빨리 실현될지에 대해 모른다.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그 일이 실현될 때에는, 과학에서 흔히 그러는 것처럼 우리가 다소 놀라게 되리라는 점이다. (29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