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우리말을 훼손하지 않지만
'면발 당기는 계절'이라고 써놓고 보니 왠지 어감이 잘 다가오지 않네요.
우리말이 많이도 경음화되어 간다는 걸 느낍니다.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쓰면 오히려 어색할 정도이니까요.
제목을 면벽수도라고 정하고
황진이의 육탄공세에 10년 면벽수도 도로아미타불 된
지족선사 이야기를 하려다 너무 질펀하고 슬픈(?)이야기가 될까봐
저의 변함없는 면사랑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예전에 이 코너에 '국수예찬'이라는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저는 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면을 즐깁니다.
오죽하면 별명이 장국수, 장면박사로 불렸겠습니까?^^
날씨가 더워지니 국수가 더욱 당깁니다.
원래 하루에 한끼는 국수를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요즘은 상황이 묘하게 되어 아침을 국수로 때웁니다.
아무리 국수를 좋아한다지만 아침부터 국수라니
미친넘 아니냐고 하실 분 계시겠지만(물론 멀쩡한 놈이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만.^^)
뭐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옛날 군대가기 전 자취시절에는 사흘간 연 아홉끼를 국수만 먹어본 적도 있었으니까요.
아침부터 국수를 먹게 된 건 다른 이유는 아니고
점심과 저녁은 지정된 식당에서 주는대로 식사를 하다보니 국수 먹을 일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유일하게 먹는 한끼, 아침을 국수로 즐긴답니다.
요즘같이 날이 더워질 땐 냉콩국수가 참 좋습니다.
콩국수를 먹으면 단백질 풍부한 콩을 많이 섭취할 수도 있어
영양면에서도 결코 다른 음식에 뒤지지 않습니다.
대구에는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콩국수용 미싯가루를 흔하게 구할 수있습니다.
3000원 짜리 한봉지 사 놓으면 여러번 해 먹을 수 있지요.
요리법은 비빕밥 그릇같은 큰 그릇에다 냉수를 적당히 붓고
미숫가루 형태의 콩가루를 풀어(소금을 조금 넣고^^) 콩국을 만들고
중면을 삶아건져 콩국에 말면 콩국수가 됩니다. 아주 간단하죠.
콩국수는 풋고추를 쌈장에 푹 찍어 같이 먹어야 제맛입니다. 아~ 침 넘어간다.
돌아다니다 보면 콩국수를 대구만큼 즐기는 도시도 잘 없습니다.
날이 더워지면 대구의 모든 식당들은 출입문에는 '콩국수 개시'라고 써 붙이고
메뉴에 추가하는데 다른 지방에는 콩국수집을 찾아 다녀야할 지경입니다.
제가 천안에서 2년 반 정도 지낸 적이 있었지요.
물론 시내 구석구석을 뒤져보지는 않았지만 콩국수를 하는 식당을 못 봤습니다.
물론 중국집에서 콩국수를 하지만 면이 자장면용이어서 꾸들꾸들해 제맛이 안납니다.
콩국수가 너무 그리워 콩국수용 미싯가루를 사려고
식자재집을 다 뒤졌지만 그것마저도 못 구하겠더라고요.
얼마전엔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 곤지암엘 갔는데 두부마당이란
큰 식당에 콩국수란 메뉴가 보여 들어갔더니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 한다나요.
꿩대신 닭이라고 열무국수를 시켰는데 열무국수 그거 먹을 만 합디다.
참 별나지요? 곤지암까지 갔으면 거기서 유명한 소머리국밥이나 한 그릇 할 것이지.
국수라면 뭐니뭐니해도 엄마손 칼국수가 최고입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좋질 않아 몇년간 얻어 먹지 못했습니다만.
최근 건강이 좋아져 다시 홍두깨를 들었는데. 아~ 이건 예술입니다.
거의 방바닥을 다 덮을 정도로 크게 밀지만
똑 고른 두께, 얇지만 절대 찢어지지 않는 그 테크닉.
집을 새로 지어 불 때는 아궁이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마당에다
솥 걸어놓고 장작불로 끓여먹는 엄마손 칼국수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습니다.
내일 사슴뿔 자른다고 본가에 총출동입니다.(시골 본가에 엘크 몇마리 키웁니다)
지금 전화가 막 오네요. 국수 밀어 놨으니 빨리 내려오라고.
모든 인스턴트 식품이 그렇듯이 우선 입맛을 당기는 맛은 있으나 깊은 맛은 모자랍니다. 콩국수용 미숫가루에는 땅콩가루 참깨가루 등 여러가지가 들어있어 맛은 있어 맛은 있을 지 몰라도 콩국수 고유의 맛은 많이 떨어집니다. 약간 묽게 타고 면은 일반 중면보다는 치자를 첨가한 콩국수용이 좋습니다. 도야지님, 안뇽?^^
첫댓글 아이고 고맙습니데이...복 받을꺼여....
ㅎㅎ. 장풍님 끝말잇기의 창시자가 역시 책임을 느끼시는 군요. 감사합니다. 깨구리 아저씨 말씀처럼 복 받으실 겁니다.
콩국수용 미싯가루가 있는 줄 몰랐군요. 거 참 편리하겠어요. 콩국수 먹어보려면 참 일이 많은데...콩을 불려야죠. 살짝 삶아야죠.(오래 삶으면 고소한 맛 다 날아가요) 콩깍지 까야죠. 믹서에 갈아야죠...어휴, 나도 이마트 가서 콩미싯가루를 사와야 겠네요.^^ '별명이 어쩜 그리도 '딱'인가요,'장면'박사님, ㅎㅎ.
금이정님! 콩국수 먹고 싶당.!!!
장풍님 아침에 글썻다는것 장풍님이 알려줘서 알았습니다,, 아침 일찍 맑은 공기 마시며 한 글 읇는거 좋습니다. 저는 오늘 저녁에 회사에서 콩국수 먹고(누룽지랑) 퇴근합니다
모든 인스턴트 식품이 그렇듯이 우선 입맛을 당기는 맛은 있으나 깊은 맛은 모자랍니다. 콩국수용 미숫가루에는 땅콩가루 참깨가루 등 여러가지가 들어있어 맛은 있어 맛은 있을 지 몰라도 콩국수 고유의 맛은 많이 떨어집니다. 약간 묽게 타고 면은 일반 중면보다는 치자를 첨가한 콩국수용이 좋습니다. 도야지님, 안뇽?^^
ㅋㅋㅋ 장풍님이 글 썼다는 걸, 장풍님이 알려줘서 알았다고요? ㅋㅋ. 역시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끝말잇기가 다시 활성화 되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