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장군이듯, 독도에
정도영
1. 가며
먼 이국을 떠돌다 돌아오는 고국이면
이처럼 두근두근 방망이질 가슴일까
샛바람 푸르게 이는 저동항 뱃머리에
물너울 굽이굽이 백의의 질긴 결기
실국失國 그 한을 넘어 기세등등 자유 만민
우리 땅 우리 동해를 거침없이 가는 날의
마도로스 오라비가 태평양을 누벼 돌 때
동쪽 끝 섬 회귀 좌표 뱃길 모두 밝았다던
그 구심 힘으로 서서 부릅떠지는 눈이여
남이야 이러저러 조바심치든 말든
대동맥 한 핏줄에 면면히 흐르는 피
파도도 희게 누우며 뱃전을 감싸누나
마침내 다가서는 만고 청청 우리 섬
소용돌이 한번 치듯 종주먹 올려 치듯
있구나, 그래 있구나, 긴 날숨에 두 눈 뜨고
2.
도열한 수비대의 준열한 기상 뒤로
버젓이 빛나는 이름 이사부 장군이여
첫발을 놓아 디디며 자랑스러운 후예입니다
눈에 익고 귀에 익은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낯설지 않은 풍경에 마음 더욱 달떠서
이 저리 동서남북을 쉼 없이 맴돕니다
공기 한결 물 한 방울 바위 하나 흙 한 톨
우리 아닌 낯섦은 어디 하나 없는지라
한국령 표지 우러러 가슴 벅차오릅니다
한 걸음이 천 리인 듯 둘레를 걸어보며
포말지는 물을 바라 강치를 생각느니
되살아 와글대어라 손을 모아 잡습니다
이사부길 표지판이 동구 밖 느티인 듯
안전 비는 어머니가 손 흔들고 서 계신 듯
5월 그 고향 내음에 가슴 뭉클 저밉니다
우리 와서 서 있으니 우리 말고 뉘 없으니
갈매기 나래 쉬고 물너울도 잦아드니
안도의 마음일까만 안용복을 그립니다
머문 시간 한식경 돌아 돌아 다시 보며
누가 뭐라 하든 말든 여기는 우리 땅
모둠발 공중을 뛰어 도장 찍 듯 쿵 굴립니다
3. 오며
정연한 수비대의 뜨거운 거수경례
최동단 지킴이란 자부심 그 얼만지
앙다문 입술 언저리 미소 가득 번집니다
뱃머리 어언 돌아 망망대해 한 가운데
육지 있고 바다 있고 섬도 하 많은 우리
드높은 만방의 강국 동쪽 멀리 응시합니다
이 바다 고래 등 타고 남북으로 하나여서
원산 함흥 그 바닷물 여기로 흐를 거니
무심결 바람에 맞서 옷깃을 여밉니다
이제는 안심이다 엄존하는 느꺼움
조바심 내려놓고 흔들림을 즐길 즘에
울릉도 우리 울릉도 저동항이 환합니다
발 디딘 선창에서 허기도 반가워서
산 오징어 한 접시에 다리를 내어 벋고
개선한 장군이듯이 어깨를 젖힙니다
독도여, 피 끓는 내 강토 독도여
몽돌 하나 손에 쥐고 만지작 힘을 넣어
침탈의 야욕쯤이야, 돌팔매를 던집니다
《오늘의시조》2023. 제17호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개선장군이듯, 독도에 / 정도영
임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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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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