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포츠서울]에서 "떡볶이 한입, 국물 한모금, 길거리 먹거리"라는 기사를 보았다. 말 그대로 겨울철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에 관한 내용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꼬치오뎅, 뜨끈뜨끈 노릇노릇 구워지는 군밤, 한 입 배어물면 달콤한 흑설탕맛이 나는 호떡, 그 외에 길거리 포장마차에는 시뻘건 떡볶이, 매콤한 양념과 깻잎을 넣어 버무린 순대, 당면을 속으로 넣은 바삭바삭한 튀김만두, 삼색의 야채튀김, 김말이튀김, 오징어튀김 등등 행인들의 심심한 입을 달래줄 수 있는 먹을 거리들이 너무나도 많다. 조금 아쉬운 건 분홍색 소세지에 튀김옷을 입혀 두번 튀긴 핫도그 대신 속칭 프랑크소세지라는 누드핫도그가 보인다는 것. 그런데 이건 정말 처음 보는 것인데 "병아리김밥"이 대체 무어지? 병아리김밥이라고 해서 혹시나 병아리고기(?)를 넣은 김밥인 줄 상상했었는데 알고보니 계란지단을 겉에 입힌 김밥이란다. 마리당(?) 500원, 10년 전에 꼬마김밥 하나에 100원 정도밖에 안 한 걸로 기억하는데 물가가 많이 오르긴 올랐나보다. 오방떡을 밀어낸 계란빵(이것도 처음 보는 녀석)도 하나에 500원이라고 그러니 나 같은 대식가는 길거리 간식 먹다가 하루용돈 다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 근데 이건 또 뭐지? 달탱이? 몸탱이? 오징어 다리를 버터에 구운 게 달탱이고 먹기 좋게 잘려나오는 오징어 몸통부분이 몸탱이란다. 이것도 혹시 인터넷 언어문화에 기반한 신조어 아녀? 하여튼 한국 사람들은 갖다 붙이는 데 대단한 재주가 있는 듯 하다. 7년 전에 한국에 갔다가 맥반석 오징어를 먹어본 경험이 있는데 달탱이와 몸탱이는 또 어떤 맛일까. 아 드디어 이곳에서도 잘 팔리는 닭꼬치가 보인다. 한국의 닭꼬치와 브라질의 닭꼬치를 비교한다면 한국은 매콤한 양념을 발라 먹고 브라질은 일체의 양념없이 소금간만 하고 기호에 따라 만지오까(mandioca: 고구마와 비슷함. 빠라구아이에서는 독일의 감자처럼 주식으로 애용됨.)가루를 묻혀 먹는다. 그리고 한국은 어묵을 꼬치에 끼워 먹기도 하고 홍합과 새우(이것도 길거리 음식에선 처음 보는 녀석) 등의 해물도 재료로 사용하지만 브라질에서는 닭꼬치와 쇠고기꼬치, 께조(치즈)꼬치만 있을 뿐이다. 일본인의 이민역사가 100년이 넘다보니 야끼도리(닭구이)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일본인 커뮤니티는 브라질의 언어, 사회, 문화 등에 막강하지는 않지만 이민사회로선 보기 드물게 암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꼬치가격은 닭꼬치, 쇠고기꼬치는 1헤알(Real: 브라질의 화폐단위, 요근래 환율은 1달러=3.6헤알)이고 치즈꼬치가 2헤아이스(Reais). 1달러가 1200원 정도 하니까 1헤알이면 400원이 약간 안 되려나. 아~ 근데 먹다가 왠 삼천포로 빠졌지. 다시 먹을 거리 얘기로 넘어가서 세상에... 2000원짜리 길거리피자라니. 가격은 참 싼데 솔직히 겉보기에는 디게 맛없게 보인다. 피자는 치즈맛이 생명인데 과연 저 피자에는 어떤 치즈가 들어갔을까. 질을 떠나서 양도 얼마 안 될 듯... 참고로 정통 피자에는 모짜렐라치즈(이탈리아어로 모짜렐라, 스페인어로 묵싸렐라)가 들어간다. 브라질 피자 맛은 어떠냐고? 으~ 최악이다. 피자는 아르헨띠나 피자 맛이 브라질 것의 100배 맛있다. 미국피자도 아르헨띠나 피자맛의 반의 반도 안 되고. 한국 피자헛? 미국피자와 비스무리한 맛, 토핑올린 게 똑같거든. 불고기피자나 김치피자는 많이 다르겠지만. 피자파는 포장마차를 지나면 1000원짜리 햄버거를 찾을 수 있다. 맥도날드, 버거킹, 잭 인 더 박스, 인 앤 아웃, 칼스 쥬니어 등의 미국 프랜차이징 햄버거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포장마차표 햄버거! 재료구성을 보면 햄버거빵에다가 양배추 썰어넣고 오이피클 올리고 마요네스와 케찹 범벅한 다음 주먹만한 크기의 고기를 넣으면 햄버거가 비로소 완성된다. 맛이 참 궁금한데 지나가는 여학생들 왈. "나이스네요" 그래서 햄버거 이름이 "즉석나이스버거" 햄버거가 외국음식이다보니 이름도 외국어인가 보다. 그외에 미성년자출입불가 포장마차를 보면 냉장고 유리너머로 안주거리들이 보인다. 껍질 벗겨 놓으면 뱀고기랑 구분 안 가는 꼼장어(이거 구우면 기름이 잘잘잘 흐르는데 보통 사람들은 많이 먹으면 무지 느끼하다고 그런다. 식으면 뱀고기와 거의 같음.), 깻잎과 야채를 넣어 매콤하게 버무리는 오도독뼈, 양념해서 석쇠에 구워먹는 물오징어(나는 오징어물회가 더 좋지만), 발톱 짧게 깎아 단정한(?) 닭발(닭발은 살을 기대하고 먹으면 먹을 거 별로 없다. 그런데 굵은 발뼈만 남기고 발가락을 남김없이 먹는 사람들이 애호가들이다.), 두부김치의 재료로 들어가는 손두부, 메추리인 거 뻔히 알지만 참새구이라고 속아주는 참새(?), 구워먹어도 좋고 전골로 먹어도 좋은 곱창, 그리고 포장마차보단 일식집에 어울리는 꽁치녀석들... 한켠에선 사우나중인 소라고동과 알조개(퍼릇퍼릇한 다슬기도 맛있는데 요즘도 있으려나)가 있고 순대와 오뎅도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들이다. 아차차! 가장 중요한 게 빠졌네. 그게 무어냐면 미성년자출입금지(?)를 증명해주는 소주!!! 특히나 겨울밤에 마시는 차가운 쏘주의 맛이란... 으~~~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다.
길거리에서 포장마차하는 사람도 아닌데 무슨 광고가 이리도거창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신문기사를 보고 문득 10년 전 겨울밤이 떠올랐다. 대입시험도 끝났겠다 노는 것보단 일하면서 돈버는 게 낫겠다 싶어 시작했던 아르바이트. 일이 끝나는 시각이 밤11시 정도였었는데 퇴근길에 다른 가게에서 일하던 친구와 두 달내내 우리는 한 잔~을 외치곤 했었다. 물론 퇴근 전에도 일터(술도 파는 커피숍. 이게 커피숍이냐?)에서 사장누나(그 당시 37세였던 것으로 기억됨. 이대 장식미술과 나온 자칭 엘리트.)와 누나 아는 동생(은주누나), 전에 일하다가 노래방으로 일터를 옮긴 형(이름 기억 안 남), 군바리인데 같이 일하던 누나에게 찝적거리던 윤구형, 낮파트에 일하던 나영이누나(나는 저녁파트였는데 이 누나가 나중에 대전 엑스포 도우미로 팔려갔다는 소리가...), 그리고 같은 반 친구 두놈(한 놈이 위에 언급된 놈)과 그놈들 여자친구들 등등과 함께 쏘주든 맥주든 뽀작을 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도 그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꼭 며칠 전 일들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들도 나처럼 시시콜콜한 것들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세월이 가면 기억은 조금씩 지워진다는 말이 있지만 오히려 더 생생해지는 기억들이 있다.
10년 전 이맘 때 나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우리가족은 이민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제가 일하던 일터는 수원 남문, 팔달산을 마주보고 있는 곳에 있던 S'Dor(불어로 황금분할)였는데 나중에 가보니까 이미 없어지고 주인누나는 NBA라는 상호로 새 가게를 열었더군요. 지금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친구놈이 일하던 곳은 이름이 도시선언이었죠. 중앙극장 바로 앞에 있던. 박카스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