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64학번 동기들이 함께 한 모습. 왼쪽부터 신학철·임명택·황효창(36회)·민정숙·정찬경·정석진 작가.
황효창(36회) 동문 초대전 ‘감기시대’가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감 전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11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분노’, ‘슬픔’, ‘사랑’의 세 가지 주제 아래 작가의 70년대 작품부터 신작까지 두루 선보인다.
올해 맞이한 팔순을 기념해 전시작품도 꼭 80점이다. 최근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개인전 ‘아무데도 없는 나라(Neverland)’를 열어 고향에 대한 애정을 전했던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자신의 80년 삶과 작품 세계를 총정리한다. 독재정권에서 팬데믹, 팔순까지 50년의 화업이 한 눈에 들어온다.
타이틀 ‘감기시대’는 1985년 작품이다. 마스크를 쓴 인형의 모습을 한 이 그림은 각종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빼앗겼던 시대를 상징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타포다. 2020년대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마스크를 쓴 그의 화폭 속 인형은 다시 주목 받았다. 독재정권을 지나 민주화를 이뤘음에도 여전히 세상에 가득한 부조리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춘천 서면 오월리에 정착한 후에는 새가 날아가는 이상향, 구김살 없이 뛰어노는 아이와 연인들을 그렸다. 그리고 여전히 인형을 소재 삼아 평면에서 서사를 그려가고 있다. 때문에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한국적 색채는 동화적으로 보이는 동시에 시대비판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이 품어 온 색색의 슬픔과 사랑, 시대적 아픔을 함께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에게 인형은 서사적 상징이다. 민중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을 수 있는 매개체였다. 1974년 제1회 한국미술청년작가회전 출품작 ‘그림’부터 여자 인형이 오브제로 등장한다. 행위 예술이나 단색화, 추상화 등이 인기를 얻던 시기에도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이어나갔다. 인형을 통해 간접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절제이기도 했고 직관적 표현이기도 했다. 시대를 마주하는 창이자 방패로 보이는 이유다.
전시장에는 시기별 자화상도 걸렸다. 개막식에서는 최돈선 시인이 아티스트 토크를 가졌고, 홍익대 64학번 동기들도 함께 했다. 민중미술의 대표격인 신학철 작가와 춘천고 출신으로 64학번 동기회장을 맡고 있는 임명택 작가 등이다. 만난지 60주년을 맞이한 이들은 지난 5월에 동기전을 열며 작품을 통한 우애를 이어오고 있다.
황효창(36회) 작가는 춘천고와 홍익대 회화과·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에스프리(Esprit)와 방법전을 창립했다. 평창비엔날레 이사장, 강원민예총 회장 등을 지냈으며 춘천공연예술제 텐스푼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