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확고한 자아, 완성된 자기를 소유하고 있는 진실을 좋아하는 여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아름다운 정신의 소유자일지도 몰랐다.
나 같은 사람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여자인 것같았다.
이렇게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마음이
너그러운 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은 것만도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나는 위선과 거짓에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인지는몰라도 진실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해있었다.
진실이 필요했다.
진실한 사람과 대화하기를 원했다.
진실을 호흡하고싶었다.
진실을 간절히 호흡하기를 갈망했다.
잔에 철철 넘치는 사랑의 술처럼
진실을 마시고싶었다.
위선과 거짓으로 점철된 사회가 싫어
위선과 거짓을 모르는 자연 속에서
생명을 진실을 호흡하기를 바랐다.
나는 진실과 생명 그리고 사랑을 가슴속에
깊이 들여마심으로써 사회와 사람에 대한
권태와 황폐 그리고 위선과 거짓이
눈이 녹듯 녹아내리길 갈망하는 바보였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한 여인이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60대로 보이는 70대 초반
머리칼은 갈색이고 눈빛은 살아있으면서
부드러웠고 몸가짐은 교양이 있어보이고
아주 침착했고, 다소 냉정해 보였다.
그녀의 큰 매력은 인자한 눈빛과 상냥하고
따뜻한 말투 그리고 낯선 사람을 대하는
친밀감이었다.
70이 된 여자가 나를 바라보는 눈속에서
빛나는 생명의 불꽃이 이상할 정도로
포근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그녀의 가슴속에 넘쳐흐르고 있는
인간미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때 그녀가 말했다.
나이들어 가면서 낙천적으로 그리고 덧붙여 말하면 가능한한 낭만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살날이 얼마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노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생명의
시간이 고갈되어 가고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고 하루 하루 한시간 한시간을 더욱더 열심히 그리고 의미있게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힘주워 말하면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노인들은 아침마다 오늘도 활기차고 즐겁게
살겠다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그것을
자기 최면을 걸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좋을 것같다고 그녀가 힘 주어 말했다.
이 아름다운 사회! 이 착한 사람들!
사회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며
가치있게 그리고 즐겁게 살고싶다고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이 깊고 의지가 강하며 아직도
꿈을 잃지 않은 훌륭한 여인인 것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뼈속 깊이 깨달았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기분좋은 하루였다.
그녀는 말 벗, 진실된 사람, 진정한 말 벗을
찾고있는 듯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우정의 늪에
빠지는 꿈을 꾸고있는 듯했다.
음험하고 무모한 우정을 이미 과거에
경험했던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 보다 더 생명의 불을 높이들고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답고
현명하며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내가 너무 부족해서
왠지 가까이 하기에는 조금은
어려운 여자라는생각이 들었다.
기분좋은 하루였다 .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