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자 바닷가에서 싫지만은 않은 비릿한 바다냄새 차 안 가득히 싣구서
멋쩍은 듯 비에 젖은 도로를 달리며 '오늘 모임에 가면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마 조금은 들떠있었던 것도 같다...
8시에 계획되었던 공연은 내리는 비로 취소되었고,
모임에 늦게라도 가리란 내 계획은 예상보다 몇 시간이나 더 빨라져 버렸다.
늦은 아침으로 점심까지 먹은 거라고 여긴 터라 같이 뭘 좀 먹을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무작정 주차장처럼 꽉 막힌 북부순환도로의 끝자락에서 휴대폰으로 카페에 들어와
'다마'의 전화번호를 찾아 몇 번이고 혼자말로 되내인다.
"여보세요...? 제가 좀 일찍 도착 할 것 같아서... 혹시 저녁 같이 하실래요?"
얼굴 한번 본적도 없고 통화도 처음인 사람한테 무작정 같이 밥을 먹자니...!
'다마'라는 사람이 나를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진 않을까...?
막상 말을 던지고 보니 참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에 입가에 겸연쩍은 미소가 지어졌다.
"네... 저도 지금 가고는 있는데 차가 너무 많이 밀려서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네요..."
밥을 먹자는 내 말에 조금은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충전기에 꽂혀 조금은 뜨거워진 휴대폰의 작은 스피커로 들려왔다.
"저는 거의 다 왔는데... 그럼 일단 도착하시면 전화 부탁드립니다."
......
지나다니기만 하던 낯익은 도로 뒤편은 빽빽한 주택가였다.
주차할 곳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결국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구선 연습실 길 건너편 도로에다 차를 던져놓고 연습실 건물 앞에 섰다.
설레인다...
분명 귀에 익고 눈에 익은 그리고 지난 내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많은 것들에 설레인다...
컴컴한 계단을 딛고 내려가니 휴대폰 전등에 비친 연습실 철문이 닫혀있다.
'열려있으려나...?' 손잡이를 잡고 돌리지만 열리지 않는다.
'전화를 한 번 더 할까...? 노크를 할까...?' 소심하게도 잠시 서 있다가 열리는 문 앞에
목소리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다마'가 서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참 어색한 그리고 숫기 없는 남자 둘의 인사는 우습기까지 하다.
열린 문을 통해 눅눅한 연습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잠시 예전 합주실을 생각하느라 '다마'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냥 웃음지어도 이해해 줄 것 같은 호남이란 생각에 그냥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작고 성냥개비마냥 마른 나를 앞에 두고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 그의 모습에
‘이 사람 참 순수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니, 또 무어라고 내게 말을 한 모양이다.
듣지 못했다...
웃으며 ‘다마’가 건넨 파란색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았다.
“기타를 좀... 치셨나 봐요” 내가 들고 간 기타 케이스를 흘깃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네... 그냥 좀...” 말을 흐렸다.
솔직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투명한 안경 속에 그의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다들 늦나보네요...” “아! 네...”
길지 않은 그리고 서먹한 대화를 뚫고 누군가가 뒷문을 힘 있게 열고 들어온다.
‘왜 이 사람은 뒷문으로 들어올까?’
씩씩한 그는 그가 서른일곱이며 기타를 시작한지 1년 남짓 되었다고 했다.
누군가가 내게 최근에 연애를 시작했다고 귀뜸을 해준다.
그러고 보니 그의 눈에서 설레임이 느껴질 것도 같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카페 사진 속에서 보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다들 뒷문으로 들어와 모이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내려오는 계단에 불이 켜지지 않았던거구나...’ 내가 생각한 앞문이 결국 뒷문인었던 셈이다.
특히, 최근 클럽에 갔었다는 잘생긴 외모의 남자는 생각과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해서 전혀 클럽에서 찍었던 영상에서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가만히 앉아서 기타를 치던 조그만 체구의 여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혼자서 자기 키만한 건반을 혼자 씩씩하게 들고 나온다... 꽤 무거워 보이는 건반을 번쩍들어 품에 안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 누구도 도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보통은 남자들에게 도와달라고 할텐데... 그녀는 묵묵히 건반을 번쩍 들어올려
건반 스탠드에 그 큰 건반을 사뿐히 눕히고 건반을 친다.
그 뒷모습이 매력적이지만 혼자 들기에 버거울 것처럼 보이던 건반을 들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다들 23일에 있을 발표회 준비로 분주하게 연습들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파랑새’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내가 계속 신경이 쓰였던지
애써 내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며 또 이리 저리 불려 다니며 기타를 가르친다.
사려 깊은 사람이다. 그의 외모도 그리 보인다.
“후후...” ‘파랑새'가 마이크를 잡고 뭐라 말을 시작한다.
23일에 있을 발표회에 대한 얘기를 한다.
저녁 7시... 토요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혹시 그날 공연 일정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를 호명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개를 부탁한다고 한다.
‘에고... 앉으나 서나 그 키가 그 킨데... 뭐라 할 말도 딱히 없는데... ’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몇 마디 소개를 했다.
갑자기 그 무거운 건반을 번쩍 들던 그녀가 “노래한곡 하세요~~”하고 짓궂은 웃음을 짓는다. ..............
무대 위에 앉았다.
떨린다... 그렇게 많은 공연을 하면서도 떨리는 무대가 거의 없었는데...
떨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참 우스꽝스럽다.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고 또 서로 나누고 있는 그 무언가는 나를 충분히 설레이게 하고
또 기계처럼 움직이며 음악생활을 해왔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참 행복하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내가 와 있다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Vincent를 부르기 시작했다...
기타볼륨과 마이크 볼륨의 밸런스가 너무 안 맞다...
입을 최대한 마이크에 가까이 했지만 그래도 소리가 너무 작다...
기타볼륨을 다 내리고 마이크를 멀리 밀어내고 노래를 한다.
이제야 좀 편해진다. 비오는 날에 빈센트 반 고흐가 그렸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를
지하실에서 부른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노랫말을 3절과 4절을 바꿔서 불렀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는 눈치다.
노래가 엉망이다... 다시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노래는 거의 끝나간다...
누군가 앵콜을 청했고 난 잘할 때까지 다시 하고 싶었던 마음에 한 곡을 더 노래했다.
서른즈음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노랫말에 숨이 턱턱 막혔던 기억이 또 난다.
언제쯤이면 내가 이 노래를 불러도 그 기억이 나지 않을까...?
노래가 끝나고 무대에 앉아서 바라 본 그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짧은 노래 두 곡이었지만 조금은 그들에게 다가 선 기분이다.
저녁을 먹지 못해서 혹시 슬쩍 끼어서 같이 갈 수 있는 뒷풀이가 있나 기대를 했는데
다들 그냥 집으로 가고 남은 사람은 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라면하나 끓여먹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너무 좋은 모임이어서 마음이 푸근하다.
시간이 나면 자주 가리란 생각도 해본다.
좀 더 친해지고 익숙해지면... 하는 기대도 해본다...
..............................................................
첫댓글 우와. 기타 실력만큼이나 글 솜씨도 좋으시네요. 앞으로도 자주 뵙도록 해요.
노래실력은 별로던가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저는 포지션이 기타가 아니라서...
그리고 잘치는 기타가 아니라서 잘친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좀 어색하네요... ^^*
소문만 들었는데 얼른 뵙고 싶네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다던데요... 저도 많은 분들 만나뵙고 싶네요...
잘 부탁드려요 (^^)(__)(^^)
짧은소설읽은것같은기분이에요ㅎㅎ
그러셨어요? 요즘 잘 읽지 않던 소설을 좀 읽어서 그런가요...?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 느낌이 그 소설 아류네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자주뵈요~ㅋㅋ
저도 정말 반가웠습니다... 자주 뵙도록 노력할께요~~~
디테일 정말 깨알 같네요 ㅎㅎ
금욜날 못 갔지만 눈에 들어오네요
나나 키보드 누가 좀 들어줍시다 ㅡㅡ
ㅎㅎ 저도 앞으론 들어드릴께요...
꽤 무거워 보이던데... 은근히 걱정되네요 ^^*
ㅋㅋ 나나공주님 이세요 ㅋ
ㅋㅋㅋ 키보드 낑낑이 누구실까 했는데 나나언니였군요~ㅎㅎ
이제 누가 좀 들어줄까요?? ㅜ.ㅜ
내 이미지 어캐~~ 천하장사 만만세~~ 흉~~
.밥같이 못먹어서 죄송해요
담엔.하루종일 굶고 잇겟습니다 ㅋ
그때 같이 먹어요 형 ㅋ
ㅎㅎㅎ 언제 맛있는 밥 한번 살께요...
그렇다고 굶지는 말아요~~~^^*
소리시인이란 노래 잘하는 후배가 있는데 같은 냄새가 나네요 ㅎㅎ 반갑습니다. 기회있을때 연습실에서 함 뵈어요 ^^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우아 수필이네요 멋져요 캬~~
^^*
기타실력만큼이나 글솜씨도 대단하십니다. 인물묘사 한것 하나하나 특히 다마를 표현한 부분ㅎㅎ잠깐 보고서도 모든걸 캐치하셨네요. 빈센트,서른즈음에 다 감동이었어요~또 듣고 싶네요^^ 연습실에서 자주 뵙길 바랍니다~매주 뒤풀이를 하는 편인데 그날은 못했네요ㅠㅋ라면 드시게 해서 죄송~
시간 날 때마다 가도록 하겠습니다... ^^*
너무 반가웠습니다~ 대학때 동아리 선배느낌이 물씬나서 더욱 그랬던거같아요.
혹시.. 최근에 클럽간 남자... 절 말하는 걸까요? ㅜㅜ 동영상의 파문이 크군요 ㅋ
하하하 맞는것 같은데요..~~
춤을 전혀 못추는 저로서는 부럽기만 하던걸요~~~ ^^*
아, 심슨 오빠 어쩔 거에요..ㅎㅎㅎ
와우 직접 후기까지..ㅎㅎ
노래 넘 잘 들었구요...훈훈한 목소리로 기억이 나네요...ㅎㅎ
좋은 노래/음악 많이 공유 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저도 음악에 대한 얘기로 많은 걸 나누길 바랍니다~~~ ^^*
우연찮게 클릭해서 읽기시작했는데, 정말 글을 잘쓰시네요~
그 상황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랑 행동을 생각하니ㅎㅎㅎ
기분좋은 글이었습니당~~
제가 글을 잘 쓰는게 아니라 이 공간이 저에게 많은걸 느끼게 하는것 같네요~~~ ^^*
결국 글 올리셨군요~~ *^^*
앞으로 통친에서 자주 뵈어요~
그리고 저 힘 쫌 센 듯~~ㅋㅋ
조금이 아니라 많이 센듯...하네요 ^^*
나나님께 잘 못 보이면 뼈도 못추린다는 소문이... ㅎㅎ
잘 부탁드립니다 (--)(__)(__)(__)(--)
정말 소설 읽는 기분이네요
새로운데요?? ^^
어쿠스틱 후기에도 적용함해봐얄듯 ㅋㅋㅋ
빈센트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랜데
참 많은걸 담고 있는 노래죠...
왠지 조심해야 될 것만 같은 이름... 악녀 100%,,,
^^*
그때 기타 애드립물어보던빨랩뉘다ㅋ 시간되시믄 수요모임두 오셔요ㅎㅎ
이제 애드립 되시나요...?
수요일 오전 모임 말씀이세요...?
아뇨ㅡ 오후모임 어쿠스틱소모임입뉘다 월 수 금 소모임있거든요ㅡ저녘타임ㅋ
ㅋㅋ 글도 잘 적으시네요 ㅎㅎ 소설 같다 ㅋㅋ 이 글이 이미지랑 잘 맞는거 같네요 ㅋㅋ 처음에는 너무 비슷해서 풋~! 하고 웃었지만 ㅋㅋㅋ 진지하게 읽었네요 ㅎㅎ 다음에는 저라는 인물도 조금 적어주시길 ㅋㅋㅋㅋㅋ 왠지 멋지게 나올거 같네요 ㅋㅋㅋㅋ
좋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실은 샤라님하고 다른 몇 분들 느낌도 적었었는데 너무 긴것 같아서...
노래 저는 몰랐는데요 ㅋㅋㅋㅋㅋ 아셨던 분 분명 있었을듯 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
아주 수줍어하시면서도 노래 다하시고 글도 잘적으시고~~ 통기타친구에 오신거 환영합니다
점차 통친의매력에 빠지실꺼에욤
글구 신승훈이즐겨불러서 좋아한 빈센트도 완전감미롭게 잘들엇어요
담에도 나오실꺼죠? ㅋㅋㅋ
통친의 매력에 빠져 익사 하기 일보 직전인데요~~ ^^*
글이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이네요^^
사정이 있어서 살짜쿵 못 나갔는데, 어떤 분인지 정말 호기심이 생기고 뵙고 싶습니다.
정성 어린 후기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