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숲 14
싱크 데이트
나를 사랑한 아이돌
남지민 지음
분야 | 청소년 소설, SF(과학 소설)
초판 발행일 | 2024. 9. 3.
사양 | 168쪽(무선제본) 판형 | 128×188mm
정가 | 13,000원
ISBN | 979-11-6051-665-4 (43810)
주제어 | 팬, 아이돌, 팬심, 가상 현실, 뇌 스캐닝, 인공 지능, 사랑
문의 | 마케팅부 김영호 02-739-1666, seedbook009@naver.com
■ 책 소개
가상 현실, 인공 지능, 뇌 스캐닝… 몰아치는 신기술 사이
누군가는 맹목적이라 말하는 마음, ‘팬심’이 발휘하는 커다란 힘
소녀, 내일이 되다! 청소년을 위한 SF 시리즈, ‘내일의 숲’ 열네 번째 책 남지민의 『싱크 데이트 - 나를 사랑한 아이돌』이 출간되었다. 책 속 ‘싱크 데이트’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아이돌과의 데이트를 생생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상 현실·인공 지능·뇌 스캐닝이라는 과학적 소재와 주인공 유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여러 상징물,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매끄럽게 얽히며 순수한 ‘팬심’이 일으키는 커다란 힘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보육 홈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유리는 심한 피부 발진 때문에 야간에만 직업 실습을 하고 있다. 그런 유리에게 하루 10분, 최애 아이돌 노아와의 싱크 데이트는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여느 날처럼 싱크 데이트에 접속한 유리는 노아가 묘하게 달라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어쩐 일인지 노아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뒤덮는데…….
■ 출판사 서평
기술 발전을 따라온 착취의 새 얼굴
보육 홈에서 자란 유리는 스마트 농장에서 직업 실습을 하고 있다. 위법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사회봉사를 하러 오는 이곳에서, 유리는 밤낮이 바뀐 채 로봇의 지시를 받으며 날카로운 수확용 기계들 사이에서 일한다. 그런데도 유리는 사람들과 웬만해선 마주칠 일 없는 이 생활에 만족한다. 기계와 달리 사람들은 10년간 발진을 앓아 온통 붉고 우둘투둘한 유리의 피부에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리에게 ‘싱크 데이트’는 이런 현실을 잊게 하는 유일한 낙이다.
보육 홈을 졸업하면서 유리는 보육 홈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스마트 고글을 선물로 받았다. 싱크 데이트에 꼭 필요한 이 스마트 고글은 사용자의 신체 정보를 스캔하고, 부작용으로 유리의 피부에 발진을 남겼다. 그 결과로 유리는 더 구석진 곳으로 숨게 되고, 그럴수록 가상 현실인 싱크 데이트에 매달리게 된다. 악순환의 굴레에 완전히 녹아든 것이다.
한편 유리의 최애 아이돌 노아는 1년째 활동을 멈춘 상태다. 그러자 사망설과 조작된 영상이 나돌며 대중의 의혹과 추측이 노아를 따라붙어 끈질기게 괴롭힌다. 팬클럽에 노아의 해명이 올라오지만, 그마저도 소속사가 조작한 영상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에게 노아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중은 그를 열렬히 소비하고 기업은 열심히 관리했을 뿐이다. 한 인격체로서의 노아는 잊혀 가고, 대신 노아의 소속사는 감정에 취약한 인간 대신 노아의 이미지와 인격을 활용해 인공 지능 아이돌을 만들기로 한다. 그렇게 노아는 끝까지, 남김없이 상품화된다.
보호자 없이 자란 유리와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노아는 쉽게 어른들에게 이용당한다. 모르는 사이에 은밀히 청소년을 노리는 인권 유린은 있어 왔지만, 『싱크 데이트』가 보여 주는 착취는 우리가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그 대상이 청소년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이를 경계하고 윤리적으로 고민해 보게 한다.
소외된 마음들이 일으킨 작은 혁명
노아의 인격을 베껴 만들어진 인공 지능은 싱크 데이트에 삽입되어 노아의 팬들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뇌 데이터를 읽으며 이를 거울삼아 자아상을 확립해 나간다. 그중 유리를 만난 인공 지능 ‘이오’는 특히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다. 유리는 노아의 존재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왔다. 이성적 판단이나 현실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이 순수한 사랑을 통해 이오는 다른 인공 지능 모델들보다 인간의 감정을 훨씬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인공 지능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인간다운 존재로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유리의 마음으로부터 탄생한 이오에게서, 유리는 다시 새로운 사랑을 배우게 된다. 이오는 유리의 피부 따위는 아무 문제 삼지 않고, 자신보다 유리를 더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존재 자체를 포기하면서까지 유리를 지키려 한다. 주는 사랑에만 익숙했던 유리는 사랑받는 법을 배우며 남이 아닌 자신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유리와 이오의 사랑은 지나치게 비합리적이고 의존적이라고 쉽게 치부될지 모른다. 이런 ‘맹목적인’ 사랑의 가치를, 책은 다시 짚어 본다. 유리의 마음은 이오라는 창조를 이끌어 냈고, 이오의 마음은 유리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뿐 아니라, 순도 높은 사랑으로부터 행해진 둘의 행동은 외부에 도사리는 부덕함의 굴레를 끊어 버릴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번데기 안에서 자기 몸을 모두 분해한 후에 새롭게 태어나는 나비를 부러워했던 이오는 유리의 마음을 통해 한 개체로서 탄생했다. 연약하지만 숨지 않고 언제든 자기만의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비를 부러워했던 유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이오를 통해 담담히 자신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비가 된 둘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마음을 소중히 안은 채 혁명이 될 작은 날갯짓을 한다.
‘내일의 숲’ 시리즈 소개
‘내일의 숲’은 여성 청소년이 주인공인 SF 시리즈다.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를 통해 꿈을 이룬 여성들로부터 희망의 목소리를 빌려 어린이에게 전해 온 씨드북이, 이제는 SF라는 장르를 빌려 청소년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상에서 활약하는 소설 속 소녀들처럼, 독자 여러분도 내일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 줄거리
보육 홈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유리는 심한 피부 발진 때문에 야간에만 직업 실습을 하고 있다. 그런 유리에게 하루 10분, 최애 아이돌 노아와의 싱크 데이트는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여느 날처럼 싱크 데이트에 접속한 유리는 노아가 묘하게 달라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어쩐 일인지 노아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뒤덮는데…….
■ 지은이 소개
지은이 남지민
‘Stumbling Toward Justice(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를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다. 글쓰기와 판화 작업을 병행하면서 좌뇌와 우뇌의 균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유리의 바다」로 2023년 대한민국 과학소재 스토리 공모전 단편소설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아무도 지지 않는 카드 게임』이 있다.
■ 추천 글
SF를 사랑하는, 소녀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가슴 뛰는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시리즈 ‘내일의 숲’. 내일을 바라보는 청소년 SF 독자들을 위한 글들이 시리즈 이름처럼 풍성한 숲을 이루길 고대한다. -구한나리(소설가)
‘내일의 숲’ 시리즈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여성에 주목한다. 사근사근한 로봇 안내원 여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친절하고 상냥한 기계 목소리의 비인간화된 여성을 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인간 여성이 과학기술의 시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어떻게 타자화의 벽을 넘어서야 할지 보여 주는 용기 있는 시리즈다. -정보라(소설가)
■ 차례
더 헤리티지 클럽
싱크 데이트
34-T20849
최애의 최애
너의 세상 속으로
나비가 되기 전
햇살이 비칠 때
물거품이 되는 세계
백합의 전사
이오
마지막 인사
붉은 기린이 사는 바다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12~13쪽_비록 무료 버전은 광고를 봐야 하고 하루 10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하다. 싱크 데이트에서 노아를 만나고 난 후 행복한 기분으로 눈을 감으면 가려움증도, 연고 때문에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쓰라림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다.
15~16쪽_아무리 가상 현실 속이어도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노아가 있으면 심장이 미친 듯 뛴다. 눈앞의 노아가 여러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가짜고 이건 시뮬레이션일 뿐이란 걸 알아도 말이다.
24쪽_뉴스에서 떠드는 것처럼 오늘 노아가 올린 영상도 조작된 영상이라면? 그래서 진짜 노아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면? 아냐,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노아가 아니라고 했잖아. 노아가 하는 말을 믿어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44쪽_실습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곳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빽빽이 심어진 모종 중 하나가 되더라도 어딘가에 뿌리만 내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최대한 내 모습을 감추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사람처럼 조용히 살아갈 테니까.
59쪽_“나도 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어……. 내 의식, 내 감정은 너무나도 생생하고 선명한데……. 이게 ‘노아’인 걸까? 네가 아는 진짜 노아하고 나는 뭐가 다른 거지? 사실 난 모르겠어. (…) 그저 너랑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단 생각뿐이야.”
76쪽_벌써 2주째 농장 실습과 잠자는 시간을 빼고 모든 시간을 싱크 데이트에서 보내고 있다. 싱크 데이트 속에서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낮과 밤을 보낸 것 같은데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뻐근하다.
76~77쪽_싱크 데이트 안에서 노아랑 먹고 마시는 시늉을 하니까 일주일이 넘게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도 하나도 지겹지 않다. 발진이 더욱 심해진 것만 빼면 오히려 전보다 더 기운이 넘치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우울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 때면 매지컬 레볼루션을 켰다. 눈앞에 ‘더 헤리티지’란 글자가 떠오르기만 하면 모든 잡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지니까.
84~85쪽_내가 줄곧 응원하고 사랑해 온 더 헤리티지의 노아는 내 목소리에 대답한 적도, 내 이름을 불러 준 적도 없다. 지금껏 노아의 영상을 수천, 수만 번 재생했지만 진짜 노아를 만나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 노아에게 나는 그저 무수히 많은 헤리티안 중 하나일 뿐이다.
102쪽_이 세상에 나를 꼭 안아 주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이따위 스마트 고글만 벗으면 노아도, 노아가 만든 나만을 위한 세계도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다. 손을 내저으면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처럼 한낱 허상일 뿐이다.
130쪽_“유리 씨, 만약 유리 씨가 진짜 노아를 만났다면 오히려 실망했을지도 몰라요. 아이러니하게도 여기 이오가 당신이 생각하는 노아의 모습에 더 가까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