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동기, 후배님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어떻게 시작을 할까 하다가 이렇게 식상한 인사로 시작했습니다.. 하하^^
극장 식구들과 송별회를 하고 미국으로 떠난게 엊그제.. 같아야 할텐데 저는 왠지 까마득한 옛날 같습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것들이 왠지 멀리 달아나 있는 것 같은.. 그런 시간적 거리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저는 많이 변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 변했고,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졌고, 갖고 싶은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약간 나이를 먹은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 보시면 겨우 스물 다섯이 별 소릴 다 한다고 호통을 치실 것 같지만,
그때의 선배님들이 25살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별로 무섭지가 않아요.. 하하^^
그리고 스무살 후배들을 생각하면 마냥 부럽습니다.
나도 저때로 돌아간다면 많은 것을 다시 해 볼 수 있을텐데.. 싶고요.
영문과 3학년을 다니던 중 복수학위를 통해 미국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정치학과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곧 연극학과로 전과하여 올해 5월에 졸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는 과정 중에서 격려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현실적이지 못한 판단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극을 좋아하고 더 배우고 싶었던 저의 열정이, 단지 철없는 행동이라고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 하고싶은 공부를 선택했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 저 자신을 위해서 옳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연극을 잘 아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부를 졸업하고 자신의 전공분야를 자신있게 마스터한다는 것에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저는 연극의 각 부분을 고루 배워본 것 만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문득문득 건대극장에 감사하는 순간이 수 없이 많았습니다.
분장 워크샵으로 동기들과 웃으며 분장도구를 손에 잡아 보고
조명기 속에 각종 렌즈가 들어있고 각 규칙에 의해 설치된다는 것, 또 딤머, 콘솔 등의 용어를 들어보고
워크샵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돈주고도 배우기 힘든 배우 훈련을 수없이 받고
느끼는 연기와 보여지는 연기,
무대에서의 모습과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는 모습 등이 각각 다름을 배웠던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건대극장에서 훈련받은 것을 바탕으로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재미있고 또 깊게, 이해하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한국에 돌아와서 극장 식구들과 대학로 공연을 함께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연이 끝나고 함께 맥주를 마시며 우리 극장에 관해 이런저런 토론을 했는데
"너는 극장의 기술적인 부분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극장이 인간관계와 연극적인 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곳이기에 그렇겠지요.
그러나 저도 극장의 인간관계를 중시합니다.
제가 처음 들어왔을때 저를 극장에 깊이 심어(?) 준 것 역시, 연극에 대한 열정보다는 사람들이 좋았던 것이 먼저니까요.
다만 저는 50년 가까운 전통을 갖는 우리 극장인 만큼 실력도 절대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쌓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면
제가 배운 모든 것을 극장에서 다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나, 학교에서 배운 연기방식들, 또 여러가지 제도 등을 선배, 후배, 동기들과 함께 나누고 적용시켜보고 싶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극을 평생 계속 하고 싶은 제 욕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아오자마자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제 마음속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그런데 이제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혼자서 고민하고 망설이도록 저를 막고 있었던 것도 걱정 많고 소심한 제 성격 탓인 것 같아서요..
그동안 카페에 읽지 않은 글이 없을 정도로 매일 드나들었는데
점점 모르는 이름이 많아지고, 익게의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추리를 못하는게 늘어가면서
극장과의 거리감에 약간 슬퍼졌습니다.
다만 제가 미국에 가기 전까지 많이 가르쳐 주시고 사랑(?) 주신 선배님들께 전화로 인사를 드렸는데
그것이 극장에서 완전히 떠나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조명디자이너 선생님을 도와 어시스턴트로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서툴지만 열심히 해서 많이 배워 가려고 합니다.
그 바람에 아직은 이렇다 할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열심히 배우고 나면 꼭 극장에 환원하겠습니다
극장의 발전을 위해 제가 받은만큼 베푸는 극장인이 될게요^^
그때까지는 지금의 회장단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또록 지켜보는 자리에 있어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당장 뛰어들라 말하는 선배님들도 계시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그간 극장의 대소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괘씸해 하셨을 선배님들,
제 마음속에 항상 극장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고백으로 마음이 좀 풀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한번 사랑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몸이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마음은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극장 가족 여러분, 힘을 주세요♡
40기 진선민 올립니다.
첫댓글 이쁘당!
힘!!!! 받아라~ㅋ
ㅋㅋ 난 왜 이 글을 읽으면서 재미있지?ㅋ왠지 감동 받아야 할 것 같은데ㅋㅋ
누나~ 반가워요. ^^ 시간나시면 자주 놀러오세요 ㅋㅋㅋ
선민아 인생 머 있냐.. 나중에 함 연락해.. 학교서 놀자..
응 멋지다 ^^*
멋있다.. 후.. 만나면 사인받을거임
얼 ㅋㅋ 생각많은거 보면 신기해ㅋㅋ
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