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빛 글|남수현 그림ㅣ 책읽는곰 펴냄
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처럼 마음을 일렁이게 만드는 책
우리 어린이 문학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 윤슬빛 첫 장편동화
서지 정보
대상 : 어린이 | 페이지 : 224쪽 | 제본 : 무선| 가격: 15,000원
판형 : 152x210mm | ISBN :979-11-5836-480-9 (74810) | 발행일 : 2024년 8월 21일
분류 : 어린이(초등)>어린이문학>동화책>한국작가
주제어 : 태권체조, 선택, 용기, 우정
교과 연계 : 국어 4-1-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국어 4-1-10. 인물의 마음을 알아봐요|국어 4-2-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국어 5-1-2. 작품을 감상해요|국어 5-1-10. 주인공이 되어
국어 6-2-1. 작품 속 인물과 나|국어 6-2-8. 작품으로 경험하기
도서 소개
《갈림길》 윤슬빛 작가의 첫 장편 동화. 2022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5학년 이나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 사범인 고모와 살며 늘 태권도와 함께해 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시들해지는 것을 느낀다.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이라는 태권도 정신은 여전히 좋아한다. 하지만 메달과 일등만을 강요하는 관장님 때문에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싶을 때가 많아졌다.
우연히 ‘태권 체조’ 대회 포스터를 본 이나는 단짝 서하와 대회 영상을 찾아보면서 모처럼 가슴이 뛰는 걸 느낀다. 관장님 아들 세찬이가 옆에서 자꾸 비아냥거리자, 이나는 조금 충동적으로 겨루기가 아닌 태권 체조 대회에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나와 서하, 수줍음 많은 름이, 느긋한 진아 언니, 종잡을 수 없는 후후 쌍둥이까지 한 팀이 된다. ‘끽해야 2, 3분’을 위해 서로 호흡과 박자를 맞춰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또 얼마나 즐겁고 가슴 벅찬 일인지 이나와 아이들은 조금씩 깨닫는다.
한편, 늘 이나와 비교당하며 대회에 압박을 느끼던 세찬이는 무리하게 연습하다 허리를 다친다. 사실을 안 관장님은 걱정하기는커녕 도리어 세찬이를 혼내고 윽박지른다. 자존심이 상한 세찬이는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고, 관장님이 개입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오합지졸 태권 체조 팀과 자꾸만 엇나가는 세찬. 아이들은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우리 어린이 문학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 윤슬빛 첫 장편동화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 수상작 《갈림길》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윤슬빛 작가의 첫 장편 동화 《우리는 여름》이 출간되었다. “문장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다듬어 썼음이 느껴”진다고 평가받은 작가의 필력은 호흡이 긴 서사에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글은, 빛과 색으로 행간까지 담아낸 남수현 작가의 그림과 한 몸처럼 어우러지며 독자의 마음에 다가와 맺힌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해 온 열두 살 이나는 우연히 태권 체조를 접한 뒤로 친구들과 함께 팀을 꾸려 대회를 준비하면서 몸과 마음을 맞추어 간다. 고민하고 결단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앞을 가리는 불안에 함께 맞서는 아이들은 작가의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햇발이 눈부시다가도 언제 천둥이 치고 소낙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여름날, 그래도 아이들은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달려 나간다. 책을 읽고 나면, 청춘 만화 한 컷을 옮긴 듯 청량한 표지 속 얼굴들이 뭉근한 여운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오합지졸 태권 체조 팀의 눈부시도록 뜨거운 여름
제 선택을 믿고 꿋꿋이 걸어가는 어린이의 뒷모습에 응원을 보내는 책
이나는 태권도 사범인 고모와 함께 살면서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이라는 태권도 정신을 자장가처럼 듣고 자랐다. 지금도 태권도 없는 생활은 떠올리기조차 어렵지만, 관장님이 결과만 중시하며 압박하는 바람에 애정이 사그라들고 있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좋아하던 것이 ‘일’이 되면 재미없어지는 것은 똑같으니까.
그런데 태권 체조를 만나면서 이나는 예전처럼 가슴이 뛰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세찬이가 비아냥거리니까 욱해서 질러 본 것일 수도 있다. 단짝 서하나 얼결에 모인 다른 아이들도 어쩌면 해 본 적 없고 늘 하던 것과 달라서 태권 체조에 끌린 것뿐인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건 실력도 천차만별, 성격도 가지각색인 여섯 아이는 맨땅에 헤딩하듯 연습을 시작한다. 태권 체조는 태권도와 달리 한 명이 특출하게 잘해서 되는 경기가 아니기에, 늘 순위권이던 이나에게도 팀을 이끄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거듭거듭 실수하고 툭하면 다투고, 불안해하고 실망하면서 아이들은 진짜 한 팀이 되어 간다. 충동적인 일탈이면 어떻고, 잠깐의 도피면 또 어떤가. 억지로 등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아이들은 온 힘과 마음을 다해 부딪친다.
작가가 전작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선택’이라는 문제는 《우리는 여름》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하고 고모와 지방 소도시에 살게 된 이나는 송곳처럼 마음을 후벼파는 어른들의 관심(또는 호기심)을 피해 늘 구석에 움츠려 있었다. 그런 이나가 그늘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 것이 바로 고모와 태권도다. 고모는 이나에게 남의 선택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내 선택’은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해 준다. “즐거움, 행복, 기분 좋은 많은 일들.” 바로 고모가 말해 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나는 어린 시절 자신을 지탱해 준 태권도 대신 이번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태권 체조’를 선택했다.
이나와 여러 가지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태권도 관장 아들인 세찬이다. 이나 곁에는 “불쌍해서”가 아니라 “가족이라” “소중해서 잘해 주는” 고모가 있지만, 세찬이에게는 좋은 조력자가 될 만한 어른이 없다. 강압적이고 독선적인 관장은 마음 둘 곳 없는 세찬이를 점점 더 엇나가게 할 뿐이다. 이나는 관장을 쏙 뺀 세찬이가 밉고 못마땅하지만, 세찬이한테서 어릴 적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심장이 조여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나는 고모에게 받은 마음을 어떻게든 세찬이와 나누려 한다. 그렇게 이나의 ‘선택’은 작품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세찬이의 ‘선택’으로 확장된다.
“내 선택이란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네 인생이잖아.”
단호한 이나의 말에 세찬이가 울 듯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세찬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세게 한 번 깨물었다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선언하듯 말했다.
“나, 시합 하나도 안 좋아해. 순위 매기는 거 지긋지긋해. 그리고 아빠가 소리 지르면, 그냥, 그대로 사라지고 싶어.” (본문 202쪽)
이나와 세찬이가 서로 퍼붓듯 속엣말을 꺼내면서 두 사람의 서사가 엮이는 장면에서는 독자도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세찬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책으로 만나 보길 바란다.
《우리는 여름》은 ‘태권 체조’라는 동적인 스포츠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의 문장은 한없이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물의 감정과 심리가 촘촘하게 묘사되어 오히려 긴장감과 몰입감이 배가된다. 작가가 핍진한 문장으로 그려 낸 인물들은 작품 안에서 계산대로 움직이는 캐릭터 1, 2, 3, 4가 아니라, 활자 바깥에서 함께 살아가는 5학년 이나, 6학년 진아 언니, 태권도장 관장님과 아들 세찬이로 다가온다. 주역이든 조역이든 모두가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끌어간다. 심지어 진아 언니의 입을 빌려서만 등장하는 ‘양 여사님’까지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한다. 등장하는 비중은 달라도 하나하나 인물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불행을 전시하듯 늘어놓는 피상적이고 안일한 묘사에서 벗어나, 지금 이곳의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다양한 상황과 환경을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 《우리는 여름》의 또 다른 탁월한 지점이다. 시혜적이거나 연민 어린 태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작가의 시선은 시종 따뜻하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상황과 환경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자극적인 소재와 이른바 ‘검증된’ 클리셰 없이도 온전히 감정을 쏟아부으며 읽게 되는 귀한 작품이다. 책은 많지만 읽을 만하고 권할 만한 책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여름》을 꼭 건네고 싶다.
차례
다시 가슴이 뛴다 … 6
태권 체조 팀 모집합니다 … 16
세 번째 멤버 … 30
드디어 한 팀 … 43
연습 또 연습 … 58
끽해야 2, 3분 … 71
말하지 못한 이야기 … 85
아버지가 아니라 관장님 … 96
같은 방향과 속도로 … 105
엉뚱한 분풀이 … 114
이게 벌이에요? … 124
소중하니까 잘해 주는 거야 … 133
완벽하게 못 하면 어때 … 149
따로, 그러나 함께 … 160
모닥불 앞에서 … 174
도 대회 … 182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 192
이겨도 져도 우리는 하나! … 204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 212
작가 소개
지은이 윤슬빛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린이와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동화 《오늘의 햇살》, 《갈림길》(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어린이·청소년책), 소설집 《플랜B의 은유》 들이 있습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잘해야만 한다는 마음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마음에도 무게가 있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면 몸도 덩달아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 어이!'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좀 움직여 볼까요?
나를 축 처지게 하는 게 뭔지, 지금 이 순간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게 뭔지 가만 들여다보다가 슬쩍 물어보세요. 이거 좋아해? 이거, 하고 싶어? 반짝이는 마음 한 조각을 발견했다면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줄게요. 아니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 줄게요.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윤슬빛)
그린이 남수현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초짜》, 《눈꺼풀》, 《열두 살의 모자이크》, 《외로움 반장》, 《박하네 분짜》, 《최악의 최애》, 《내가 너랑 놀아 줬잖아》 들에 그림을 그렸고, 애니메이션 《옷장 속 고양이》를 감독, 제작했습니다.
책 속에서
“팀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두고 봐. 나는 한다면 하거든?”
선언하듯 대꾸한 이나의 눈빛이 달라졌다. 욱해서 내뱉은 말이지만, 진짜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렸다. 온몸에서 힘이 샘솟는 것 같았다. (13~14쪽)
“우리 양 여사님이 나한테 가르친 게 딱 세 가지거든? 밥 굶지 마라. 남한테 함부로 굴지 마라. 마지막으로! 인생 짧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88쪽)
이나는 고개를 똑바로 쳐들었다. 느닷없이 급소를 맞았다고 그대로 넘어져 있으면 안 된다. 벌떡 일어나 다시 맞서야 한다. 그게 이나가 고모에게 배운 삶의 태도였다. 이나는 세찬이 바로 코앞까지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제 세찬이는 바닥이 아니라 이나를 보고 있었다.
“야, 우리 고모 불쌍해서 나한테 잘해 주는 거 아냐. 가족이라 그런 거야. 소중하니까 잘해 주는 거라고.” (144쪽)
“음…… 메달을 못 따도, 1등을 못 해도 나는 태권도를 좋아하거든. 근데 이겨야지, 이길 거야, 이겨야 해, 이런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태권도 동작을 하면서도 내가 뭘 하는지 자꾸 까먹게 되더라고.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은 거지.”
“아, 나도 그거 알아. 좋아해서 잘하고 싶은 거랑 잘해야만 하니깐 억지로 애쓰는 거랑 다른 것 같아.” (167쪽)
“……내가 선택이란 걸, 할 수 있긴 해?”
세찬이가 물었다. 짧은 물음 안에 전하지 못한 많은 말이 담겨 있었다. 이나는 관장님이 세찬이를 무섭게 윽박지르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마다 불안한 눈빛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한없이 쭈그러들던 세찬이 모습도. 세찬이가 어떤 마음인지 이나도 안다.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버려지고 싶지 않다. (196쪽)
“예의란 남을 존중할 줄 아는 거야. 염치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것.”
예의 없고 염치없는 애라고 한 소리 들은 것처럼 세찬이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이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인내와 극기는, 힘든 순간을 견디면 그 너머에 더 기쁜 일이 기다린다는 걸 믿고 포기하지 않는 거지. 백절불굴, 백번 꺾어도 내 안에 있는 용기는…… 누구도 없앨 수 없는 거야.”
이나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태권도 정신의 뜻을 읊조렸다. (199쪽)
태권도의 꽃은 발차기지만 태권도의 기본은 주먹쥐기다. 손끝에서부터 손바닥까지 그러모으듯 쥐어 엄지로 꽉 잠가 줄 것. 단단하게 쥔 주먹은 누구를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뭘 하든, 너는 그냥 너야.” (203쪽)
“이겨도 져도 우리는 하나! 아자 아자!”
아이들은 구호를 외치며 서로 눈을 맞추었다. 잘하자. 힘내. 틀려도 괜찮아. 말로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 봐도 전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차곡차곡 시간이 쌓인다는 건 그런 거였다. (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