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어처럼 쓰이는 '그'는 편리하게 씁니다.
가까운 식탁에 있는 사과를 달라고 할 때도 ‘그’가 있어서 “그 사과 좀 줘”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식탁에 있는 사과 좀 줘”라고 하는 것보다 짧고 효율적이잖아요.
앞에서 말한 대상을 가리킬 때도 ‘그’는 아주 유용합니다.
“얼마 전 봐 둔 옷이 있어. 그 옷 사려고”라고 하면 되거든요.
‘그’는 또 다음처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알고 있는 대상을 가리킬 때 쓰입니다.
“아까 크게 웃던 그 사람이 대표야.”
이 문장에서 ‘그’는 ‘사람’을 더 선명하게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가 가리키는 대상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다음의 ‘그’는 대상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럴 때와 어떤 일을 명확하게 밝히고 싶지 않을 때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대상이 확실치 않으니 ‘그’라고 해야 했겠지요.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보이는 ‘그’는
분명하게 대상을 밝히고 싶지 않았서였겠지요.
이렇게 막연한 ‘그’는 말에서보다는 글에서 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학적 ‘막연함’은 상상력을 북돋우지만,
실용적이어야 하는 글에서는 ‘그’가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최종 점검하는 부서에서 그 이행 성과를 부풀렸다.”
“대통령 탄핵, 하야를 재촉하는 시위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장 구조가 다르다. 그 의미 또한 다르다.”
‘그 이행 성과’ ‘그 결과’ ‘그 의미’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그’가 필요했을까요?
제가 보기론 없는 게 간결하고 낫지 않나요?
‘그’를 넣어서 뒷말을 강조할 일도 아닙니다.
이렇게 습관처럼 ‘그’를 넣는 문장들이 꽤 있습니다.
“지방자치에서 그 주인은 주민이다”같은 문장에선 ‘그’가 더 불편해 보입니다.
좀더 확실한 표현으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문장을 써야 할 때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