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사도세자의
묘지글로 남은 영조의 슬픔
영·정조 탕평책은 요즘의 협치
협치 없으면 반지성·몰합리 판쳐
22대 총선으로 ‘심리적 내전’ 심화
증오 파는 선동 정치 자제하길
조선 왕조의 골육상잔(骨肉相殘) 중에서도
특히 비극적 사건은 사도세자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영조)가 아들(사도세자)을,
그것도 8일간 뒤주에 가두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권력의 무상함과
정치의 비정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도세자를 처참한 죽음으로 내몬 것은
정신병적 증상과 궁궐의 법도를 벗어난
비행 탓도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사도세자와 측근들이 권력을 찬탈하려는
역모를 꾸몄다는 쿠데타 음모에
영조가 격노했기 때문이었다.
쿠데타설은 사도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반대당인 소론이 집권할 것을
우려한 집권당(노론)의 공포가
만들어낸 정치공작이었다.
하지만 노론의 음모는, 생모가
나인 출신의 천한 신분이었고 배다른
형인 경종 독살설의 배후로 자신이
거론되는 걸 평생의 콤플렉스로 안고
살아온 영조의 권력 연장 욕구를
자극하고 아들과의 갈등을 증폭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영조의 등극은 노론이 판치는 세상을
열었다.
경종 때 집권당이던 소론은 야당이 됐다.
궁정 고위직은 노론이 독점하다시피 했고
사돈인 홍봉한 등 풍양 홍씨, 왕비의 부친
김한구 등 척신(戚臣)들도 노론과 결탁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자
어린 세손(정조)만이
“아비를 살려달라”
고 울부짖었을 뿐, 앞장서 탄원했어야 할
부인도, 할머니도, 장인도 세자의 비극을
외면했다는 사실은 당시 왕실과 궁정내
노론 기득권이 얼마나 강력했었는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사도세자 부인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閑中錄)』
이 정조 집권 이후 노론 명문가들이
몰락하는 걸 보면서 자신의 친정이
사도세자의 죽음과 무관함을 웅변하기
위해 씌어졌다는 점은 정치의 허망함을
넘어 인생 무상의 씁쓸함마저
느끼게 한다.
사도세자의 비극은 조선 후기 맹목적인
권력 쟁탈전으로 내달린 당파 정치의
집단주의가 빚은 반지성과 몰합리를
상징한다.
광포 정치의 한복판에 있던 영조·정조가
탕평(蕩平)주의를 주창하고 실현하려
노력한 건, 극심한 당쟁의 폭력성과
맹목성을 생생히 목격,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탕평을 요즘 말로 치환하면 ‘협치’다.
협치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공존의 미학에서 시작된다.
그 지향점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이다.
이 협치의 필요충분조건을 망각하는
순간, 그건 정치가 아니며 권력 쟁탈을
위한 정치 놀음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하게도 극단적
팬덤에 기댄 진영 정치의 블랙홀에 빠져
몇년째 허우적대고 있다.
급기야 같은 당 안에서조차 편이 갈리고,
맹목적 추종자들이 강성 팬덤을 이뤄
같은 편은 감싸고 반대편은 무조건
물어뜯고 공격하는 반지성과 몰합리가
판을 치고 있다.
극단적 팬덤 현상은 정치적 양극화를
가져왔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층이 각각 상대당에 대해
느끼는 비호감도는 90%에 육박한다.
지난 4월 총선으로 192대 108의 극심한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나라가
‘용산 대통령’ 따로
‘여의도 대통령’ 따로인 심리적 내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반대편을 토론과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악마화하는 풍토에서 증오를 증폭시켜
적대적 갈등을 동원하는 선동의 정치는
더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제 편의 강성 팬덤을 유지하기 위해
혐오와 증오 키우기를 ‘연료’로 삼는
현실은 서글프고 가련하다.
며칠 전 막을 내린 21대 국회의
끝자락은 팬덤 정치의 민낯을 보여줬다.
민주유공자법등 민주당은 무더기로
법안을 단독 처리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보란듯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모두 제 편의 지지층만 의식한
‘보여주기’였다.
여야가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엉뚱한
기세 대결을 벌이는 바람에 정작
시급한 인공지능 기본법이나
시민 생활과 직결된 고준위 방폐법,
민법 개정안등은 손도 못대고 폐기됐다.
“허공에 헛주먹질하는 정치”
(김진표 전 국회의장)에 또 국민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여야간 의석 차이가 더 벌어진
22대 국회는 벌써 조짐이 심상치 않다.
192석의 거대 야권이 이재명 대표
연루 의혹이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검찰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수사하는
‘대북 송금사건 조작 특검법’
과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내놓으면서 정치 지축을 흔들고 있다.
권력 쟁탈을 노린 강대강의 막장 대결로
정치권이 최소한의 구심력마저
잃는다면 엄청난 혼란과 격변이 초래될지
모른다.
이 과정에 포퓰리즘과 선동 정치가
결합할 경우 빚어질 재앙은 상상 초월이다.
260여년 전 사도세자가 당쟁의 희생양이
됐듯, 정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될 것이다.
새로 임기가 시작된 22대 국회의 역할과
임무가 어느 때보다 막중한 이유다.
다시 영조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2층 전시실에는
자식을 비명에 보낸 영조의 친필 글이
전시돼 있다.
“아, 이것이 누구의 잘못인가?
13일의 일이 어찌 내가 즐거이 한
일이겠느냐”
로 시작되는 묘지문엔 당쟁의 제물이 된
사도세자에 대한 심정이 절절히 녹아
있다.
나란히 걸린 ‘공적인 일에 힘쓰고
사사로움을 버려 탕평을 이루라’는
문구가 도드라져 보인다.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화두
같아서다.
격랑의 시기를 헤쳐갈 22대 의원들이 각별히
가슴에 새기고 틈틈이 성찰해보면
좋을 듯싶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여의도 국회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이정민 칼럼니스트
[출처 : 중앙일보]
[댓글]
hkyo****
이정민 칼럼리스트는 역사학자보다 영조 정조
시대상을 더 잘알고 있는 것 같다.
영조도 즉위 4년에 일어난 이인좌의난 때 정적을
엄청나게 죽였다.
특히 남명조식 제자가 많은 경남지역은 쑥대밭이
되었다.
아들 시도제자도 궁녀등 일반백성을 엄청난게
죽였다.
정권과 권력을 빼앗기면 죽는다는 샐각이 짓누른 것
같다.
문재인도, 이재명도 정권을 빼았겼다고 생각하고
죽기살기 탈환하려고 탄핵, 촛불시위를 구상하고
있다.
윤대통령도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위험하다.
일이 터지기전에 주동자는 과감하게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bool****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는 현세대의
우호적인 정치세력은 대게 전생이 소론, 남인,
북인 출신의 진보파이다.
반면에 사도세자의 죽음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대게 전생이 노론출신인 보수파이다.
나같은 중도주의자가 보기에 사도세자의 정치적
죽음은 안되었으나. 그가 광기에 걸려 죽인
일반백성들과 궁인들이 한둘이 아니었슴을 본다면,
냉정하게 그가 국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정조의 개혁정치가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보수파는 자가당착에 걸렸다.
정작 정조가 죽은 뒤에 보수파인 노론은 무엇을
했나?
일본이 급속도로 발전하는동안, 부패에 쪄든
기득권을 고수하다가 100년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결국은 이 보수파 노론의 주요 정치인들이
결국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한국역사에서 보수파는 박정희의 근대화개발시대를
제외하고는 역사적 정통성이 없다.
gapr****
정조보다 영조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두 왕을 거치면서 그 잘난 당파 싸움마져
사라져 노론 일색이 되고 세도정치로 넘어
가게되어 망국의 길로 접어 들게 되었다.
지금의 우리 정치는 민주주의 정당 정치가
아니라 당파싸움 수준이다.
정권을 빼앗기면 죽는 줄 알고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다.
kooj****
백명가까운 일반백성들을 칼로 무참히 살해한
자와그걸 보다 못한 사람들의 수없는 상소로
죽임을 당했는데 그런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고
상소를 올린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죽인 아들이나.
이러한 자들을 애틋하게 추모하는게 과연 상식에
맞나 싶다.
개똥 같은 부모 밑에서 힘들게 자라면 아무런 힘도
없는 주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칼로 살해하는게
이해받을 일인가?
난 잘 모르겠다.
어릴적 뒤주에 갇혀 죽었고 그걸 애틋하게 여긴
아들 얘기만 듣다가 뒤주속에 갇힌 인물이 실은
백명가까운 아무런 죄없는 주변사람들을 칼로
무참히 살해한 이였다는거를 알고서는 개똥같은
아비탓으로만 여겨서 불쌍히 여기는 우스운
짓거리를 그만 두었다.
hora****
국회의원들이 인간이길 포기한 쓰레기들 천진데
뭘 더 기대할수 있겠는가!
개딸들의 세상이 된거다.
khj1****
머..말이야 공자님 말씀~!..ㅎㅎ 천억받아먹은
놈이나 10원 받은놈이나 똑같다는 논리..
ㅉㅉ 그래놓고 난 객관적이요 중립적으로 글쓰는
사람~정확하게 사람이든 조직이든 계량하여
정확한 진단을 하여야 할 자들이..
다 똑같이 받아쳐먹으니 똑같은 놈들이라는
그 논리를 가지고 사회를 진단하니..ㅉㅉㅉ
gapr****
그렇게 생각하면 조선 전체가 부정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나은 정치지도자를 찾다보니 그중 영조가
낫더라 이해하는게 좋겠다.
중국도 마찬가지고..
hsha****
우리는 영-정조 시대를 조선 문예중흥의 시대라고
미화하는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우선 영조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한탄하지만
자기 아닌 남 탓을 하고 있다.
그리고 탕평책을 썼다고 하지만 당쟁을 없앤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정조는 타고난 명민함이 자만심이 되었고 성리학
제일주의에 빠져 다른 학문과 사조를 모두
배척했다.
영-정조 시대는 서세동점이 시작된 시대로 서구
문물과 소식이 청나라와 하멜 등의 표착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한데 정조는 서구문물을 배척하며 나라를 닫아 걸고
자기 잘난 맛에 빠져 조선 개혁에 손놓고 있다가
병약하고 미련한 후손만 남겨 조선 패망의
길을 열었다.
조선과 달리 일본은 쇄국을 풀고 서구문물을
받아들여 발전의 길을 걸어 결국 조선 병탄의
기반을 닦았다.
영조나 정조는 그 기회를 걷어 찼다.
지금의 정치인들은 쓸모없는 공리공론으로
지새우며 당쟁만 일삼다가 나라를 들어먹은
조선시대 선비들과 하등 다를게 없다.
gapr****
사실 국힘에도 쓰레기 같은 국회의원들이 넘쳐
나고, 민주당에서 참신하고 괜찮아 보이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서로 적대시 하지 않으면 같은 배를 탈 수 있는 사이,
동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당이 너무나
극단 주의자들에 의해 매몰되고 있다.
건전한 정당정치가 사라지고 죽고 살기 식의
패거리 정치가 돼 버렸다.
그러다보니 더욱 극단적으로 달리고 있다.
zizi****
지라시도 아니고..
중앙일보는 화면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광고에 가려 기사 보기 불편하다.
onli****
권력이란 무엇인가 힘이다
야생에서 사자와 호랑이가 무서운 이유는
날카로운 잇빨과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힘 앞에는 모두가 무릎을 꿇는다
인간세상은 힘을 어떻게 슬기롭게 사용하고
분배하는가에 따라 독재권력이 되고 민주적인
권력이 되기도 한다
왕조 절대권력시대에는 권력주위가 비참하거나
특권층이 존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재벌들이 권력과 결탁하여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같은당 내에서도 편이 갈린다
이유는 대권을 향한 후보경쟁에서 비롯된다
후보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거나 패하거나
그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는 소인배적 인물이
대표가 되든 대통령이 되어 계속 소인배적 통치를
하여 결국 끝이 아름답지 못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들은 위기에 처하면 뭉친다
이땅의 좌파는 궁극에는 뭉치는 힘이 강하나
우파 보수는 그 앙금을 씻어내지 못하고 아직도
배신자 타령하며 사실상 보수가 와해되거나
이탈하는데 그들의 힘이 작용되고 있음을
그들은 모른다
세상만사 원인이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이 있어야
tkdd****
지금의 국회의원공천 제도를 손질하지 않고는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또한 찢어지고 적대적인 지역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 해야할 첫걸음이다,
국민을 찢어서 정치에 이용하는 작금의 상황은
나라망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