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임종용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공통점
입력 : 2014.01.09 09:53
최근 관가에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화제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실세라 공무원들의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인물인데, 장남인 외아들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는데도 빡빡한 신년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公私)를 분명히 나누는 공직자의 모범을 보인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지만, “자식의 생사가 오락가락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힐까”하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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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기춘 비서실장 등과 미소짓고 있다.
김기춘 실장의 1남 2녀 중 장남인 김성원(48)씨는 작년말 서울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위중한 상태로 가족을 제외한 일반인의 면회는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원 씨는 현재 경기 용인시에 연세재활의학과병원이라는 개인병원을 운영중인데, 병원은 휴무 상태이다. 김씨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은 사고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사고경위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집안의 우환에도 김기춘 실장은 1일 박 대통령의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숨가쁘게 이어진 연초 청와대 일정을 그대로 소화해 주변의 관심과 걱정을 동시에 받고 있다. 2일 오전에는 각 수석부터 인턴까지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참석한 시무식을, 오후 5시에는 “대통령은 전혀 개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긴급 브리핑을 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4 신년 인사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맞이하는 등 자리를 지켰다.
선공후사 실천했던 고위관료들 누가 있나 고위 공직자가 이렇게 일을 앞세우고, 사적인 어려움을 숨긴 사례는 최근에도 종종 있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은 작년 10월 아들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장례식을 마친 바로 다음날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발표해 관가의 화제가 됐었다. 김 실장의 아들은 2년 넘게 백혈병과 싸우다가 작년 10월 7일 사망했는데, 대부분의 국무총리실 간부들, 심지어 그의 비서진도 그의 아들이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김 실장은 장남 사망 전인 9월에는 하루 휴가를 내고 골수이식을 해주고, 그 다음날 국무회의 등 정부 공식행사를 소화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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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작년 10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2013년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회의가 열리는 청와대로 이동하는 차안에서는 링거를 꽂은 상태였다고 한다. 게다가 장례식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가족들과 친한 지인들만 불러서 조용히 치뤘다. 물론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김 실장은 장례식과 원전대책을 발표한 후인 작년 10월 13일 국무조정실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스물여덟 해 함께 살아온 애를 이렇게 보낸다는 것이 지금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에 큰 구멍이 뻥 난 것 같기도 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나랏일에 전념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하던 2009년 11월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가 ‘병상에 계신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회의에 집중했는데, 1시간쯤 지난 뒤에 다시 ‘부친이 사망하셨다’는 쪽지를 받았다고 한다.
임 회장은 3남2녀중 장남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 했다고 한다. 임 회장은 이후 주위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오래 투병했는데 청와대 근무를 하면서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 문안도 드리지 못했다. 후회가 크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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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신임 농협 금융지주회장이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또다른 비효율”, “밑에 사람은 어쩌나” 반대의견도 가족의 생사(生死)보다 공직을 앞에 둔 이들의 선택에 대해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본받고 싶다”는 평가를 내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부처 차관은 “같이 일할 때 보면 그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내색을 하지 않더라”며 “한창 일하는 직원들을 배려하고, 국사를 우선하는 자세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시대가 변했고, 공무원이라고 개인사까지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급 직원은 “나라면 100% 휴가를 내겠다”며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 봐도 문제 아니냐.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해야지, 가족사도 못 지킨다면 나중에 무슨 보람이 있겠나”고 말했다. 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거나, 밑의 사람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경제부처 국장급 직원은 “자식이나 부모가 사망한 것 같은 상황에서는 그 사람의 판단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나라 일은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데 본인에게도 가혹한 일이고, 업무 전체로 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첫댓글 살아있는선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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