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와서 낮에 워낙 강행군을 하며 많이 걸어서 그런가 한번 잠들었다하면 깨지도 않고 푹 잔다.
아침에 보통 5시 30분에 일어나서 내가 먼저 샤워하고 딸아이 예슬이를 깨운다.
머리 말리고 대충 준비하고 6시 30분쯤 밥 먹으러 갔다 와서 양치하고 치장 좀하고 7시 30분에 그날의 여행일정에 나서는 것이 일상이다.
아침마다 발걸음도 가볍게, 밥할 걱정 없이, 만사 다 잊고, 뭘 볼까만 고민하면서 놀러나가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순간엔 남편생각도 아들 걱정도 모든 것 다 잊는다.
오늘은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날이다.
7시에 로비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했으므로 딴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준비한다.
그래도 문제없다. 30분 일찍 일어나면 되니까.
처음 왔을 때보다는 좀 더 익숙해진 파리 거리를 아쉬워하며 둘러보면서 지하철로 이동하여 리옹역으로 갔다.
지하철 지린내에는 좀 무뎌진듯 냄새를 덜 느끼게 되었다. 그게 참 이상한 일이긴 하다.
그래서 파리사람들은 그렇게 어떻게 해볼 생각들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다.
리옹역에서 유레일패스를 개시해서 9시 9분에 출발하는 테제베를 탔다.
오늘의 목적지인 인터라켄까지 가기위해선 제네바에서 한번 갈아타야 했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을 거라 해서 어제 저녁 동네에서 음료수와 다른 먹을거리를 사려고 수퍼에 들렀는데 문을 닫았다.
분명 가게 안에 불이 켜져 있고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보니 어제는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엔 어김없이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다. 그래서 열려진 상점을 찾다가 빵과 과일을 좀 샀다.
눈이 왕방울만한 아랍인 빵집아저씨는 우리가 고르는 빵들을 집을 때 집게대신 자신의 두 손가락으로 집어 준다.
뭐라고 하려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인 것 같아서 그냥 참는다. 위생관념이 참 없다.
발발거리는 파리 몇 마리도 날아다니다 이 빵 저 빵으로 내려앉는 걸 본 뒤이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예약된 자리에 앉고 보니 우리 네 명은 마주보고 앉는 자리이고 옆 좌석 네 명도 우리 일행이었다.
아들과 아버지 두 사람, 대학교 일학년 남학생과 39살 총각 두 사람이었다.
거기다 우리 자리는 특실처럼 독립된 공간으로 앞뒤로 문이 있어서 본 열차 칸과 분리되어있었다.
그래서 눈치 보지 않고 마구 떠들고 웃고 했다.
그 39살 노총각이 은근히 유머감각이 있어서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웃음보가 터졌다.
우리보곤 그 친하기 어렵다는 "딸친엄"이네요 한다. 엄마 친구 딸이 아니라 딸 친구 엄마란다.
어색한 사이 아니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친한 사이라고 도리질한다.
또 그 아들과 아버지 팀의 아버지는 60살로 공직에서 은퇴하고 대학생 아들과 여행을 오신 거라고 한다.
은근히 박식하셔서 여러모로 여행정보를 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장년층 네 명이 마구 떠들고 상대적으로 한명씩 딸린 젊은 축인 이십대의 얘들은 가만히 들으며 웃기만 한다. 하긴 끼어들기도 뭐했으리라. 지금 생각하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옛날 우리 젊은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달리는 기차 속에서 떠들면서 여행하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나는 만면에 웃음 지으며 마구 떠들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떨다가 배가 고파서 점심을 챙겨먹고 보니 벌써 제네바에 도착했다.
제네바에서 한 삼십분 기다리다 인터라켄행 기차를 갈아탔다.
이 기차는 예약을 한 것이 아니라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짐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앞자리에 한국인 남녀 두 사람이 앉아 있다.
중국인일까 일본인일까 한국인일까 잠시 고민해보지만 한국인은 표시가 나는 것 같다.
그들 앞에 놓인 유럽여행이란 책자를 보니 한국인이 틀림없다.
영국,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주로 대학생들이 많지만 우리또래 중년들도 많이 보였다.
한국에서 왔어요? 로 물어본다. 그들은 어제 결혼하고 지금 막 신혼여행 왔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4일 지내고 프랑스로 갈 거라고 한다.
신혼여행을 배낭여행으로 오는걸 보니 엄청 좋아 보인다고 하니 모두 오빠가 준비했다고 하며 신부가 배시시 웃는다.
참 예뻐 보인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신혼부부다. 젊음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딸과의 여행도 좋아 보인다고 서로 얘기한다.
프랑스에 대해 묻길래 프랑스에 대한 내 느낌을 얘기하고 이런저런 이야길 주고받았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서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묵묵히 앉아있을 뿐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없었을 것 같은데 외국에 나오니 그게 가능한 것이 신기하다.
베른까지 가는 그들과 헤어지며 서로의 여행의 안녕을 기원해주며 바이바이 했다.
스위스는 도착하는 순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정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다.
인트라켄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길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동네 같다.
집집마다 창문가엔 예쁜 꽃이 가득 핀 화분들로 장식되어있다.
역시나 꽃으로 둘러싸인 예쁜 외관을 가진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더니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잠시 쉬다가 인터라켄 시내 구경에 나섰다. 작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은 앙증맞게 물건들을 진열해 놓았다.
상품들은 좋고 고급스러웠지만 정말 비싼 물가를 실감하며 아이쇼핑만으로 만족해야했다.
오랜만에 동네 공원 벤치에 앉아 한참을 하염없이 쉬었다. 패러글라이딩하는 무리들이 바로 앞 잔디밭에 착륙하는걸 보러갔더니 아이쿠 백발의 할아버지가 내리시네.
대단하네 하며 걷다가 자전거대여소를 만나 랜트비가 얼만가 물어보니 25프랑이라네. 삼 만원.
한강고수부지에선 삼 천원인데 하며 한국과 비교하니 못타고 그냥 다시 동네 구경에 나선다.
명품샵들이 즐비한 구 시가지를 돌다가 아까 그 신혼부부들을 다시 만났다.
화사한 원피스를 곱게 입은 모습에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는데 아! 하며 엄청 반갑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베른에 짐을 풀고 시내구경 나왔다고 하네. 좋을 때다. 잘살아. 축원해준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배가 고파져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세트를 먹었는데 만 오천이다. 우아 비싸.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빵만 먹었다.
인터라켄 상점에서 산 걱정인형. 모 CF에 나오는 것... 베개밑에 두고자면 인형이 걱정을 가져가준다는...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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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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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 정말 멋져요~! ^^ 프랑스에도 스위스와 비슷한 예쁜 풍경의 지방 소도시들이 참 많고, 각기 다른 지방색을 느낄 수도 있는데, 파리에만 머물다 가셨다니 제가 오히려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프랑스 전국을 돌아보시는 여행을 해보시면 분명 애니맘님 마음에 꼭 드시리라 생각돼요. ^^
저도 아쉬웠어요.~~유럽여행이 처음이라 유명한 대도시 위주일 수밖에 없었고요. 담에 가게된다면 곳곳에 숨어있는 좋은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고싶네요. 프랑스는 막상 떠날무렵 정이 들어서 더 아쉬웠어요~~~
아, 걱정인형,,,저런인형도 있었군요,
네. 진짜 작은인형~~ 앙증맞은 모습으로 걱정까지 가져간다니 그보다 더 고마운일은 없을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