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 거품(?)에 대한 단상

[원더KIDDy]

 물론 아직 최준석/이대형 두 선수가 남았습니다만,  두 선수가 타구단과의 협상기간이 종료되도록 계약을 못하고 원 소속팀과 계약하는 경우가 아니면 둘 다 4년 20억 이상의 계약이 예상됩니다.

 4년 75억을 시작으로 4년 70억, 67억 등의 대박 계약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나이가 들긴 했지만 이병규의 3년 25억 5천이나 박한이의 4년 28억은 저렴하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11년이었나요?  이범호가 기아로 올 때 계약급 8억 연봉 4억에 사인했는데, 이를 소문대로 4년 계약이라 치면 4년 24억입니다. 당시에는 오버페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염가 계약이라는 느낌이네요

 이렇게 몸값이 상승한 것은 물론 많은 돈을 바라는 선수와 능력있는 선수가 필요한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인데, 몇몇 분들은 이 선수들의 욕심(혹은 탐욕)이 과다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하십니다.

 저도 몇몇 선수들의 요구는 과다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한편으로는 선수들의 이러한 '과다한' 요구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선 제 생각에, FA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의 입장에서 FA계약은 '해당 선수의 과거 업적을 바탕으로 미래의 업적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즉, 과거의 기록을 '참고'하여 이 선수가 앞으로 어떤 기록을 낼 것인가를 예측한 후 적정선의 금액을 지불하고 그 선수의 재능을 사는거지요. 당연히 나이가 많은 선수나 부상전력(특히 최근)이 있는 선수는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KBO 선수들에게 FA는 '과거의 공헌에 대한 보상'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전에 수술한 이용규나 80년생 이종욱도 4년에 50억 이상을 요구한 거지요.

 하지만 FA제도의 원조인 MLB에서는 선수나 구단이나 FA를 '과거 업적을 바탕으로 미래의 업적에 투자'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2005년 FA시장에 나온 거포 프랭크 토마스는 오클랜드와 1년 50만 달러짜리 저가계약을 맺었지요. 이미 노쇠화가 시작된 시점이었거든요.

 그럼 KBO선수들은 MLB선수들에 비해 어리석거나 혹은 너무 영악해서, 아니면 돈을 너무 밝혀서 잘못된 평가기준으로 과다한 요구를 하는걸까요? 

 제 생각엔 아닙니다. KBO선수들의 '과다한' 요구는 KBO의 규정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MLB의 경우, FA 취득 자격은 6년입니다. 반면 KBO는 8년 혹은 9년이고, 여기에 군 복무기간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MLB는 부상자명단(DL)에 오른 기간도 등록일수로 쳐줍니다.

 이것만 해도 기간 차이가 꽤 나는데, MLB에는 FA 이전에 '중박'을 칠 찬스가 있습니다.

 풀타임 3년차 시즌이 끝나면 연봉조정신청 대상자가 되어 연봉이 크게 오릅니다.(물론, 성적에 따라 차등은 있겠지요) 또한 MLB는 장기계약을 인정하므로, 예를 들어 5년차 시즌 종료 후 구단과 5년 계약을 맺으면 10년차 시즌이 끝나야 FA자격을 얻습니다. 그 이전에는 타구단이 접촉할 수 없지요.

 선수에게 불리해 보이지만, 이 케이스는 구단 측이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는 선수를 FA계약보다 약간 싼 금액으로 (하지만 충분히 후한 금액으로) 잡아두는 것입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장기계약을 거절하고 계속 1년 계약을 맺다가 6년차 시즌이 끝나고 대박을 노릴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정도 대박은 아니지만 충분한 대우를 받고 애정있는 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위 표는 MLB의 대표적인 발전이 없는 타자 알버트 푸홀스의 연봉내역입니다. 보시다시피 3년차 시즌 종료 후 연봉이 8배 가까이 뛰었고, 3-6년차 시즌에도 충분히 FA 대박 선수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FA까지 계속 1년계약만 맺은 건지, 중간에 장기계약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간단히 말해 MLB 선수들은 서비스타임(구단에 종속된, 말 그대로 '봉사기간')이 KBO에 비해 짧고, 자신의 능력이 충분하면 서비스타임 이전에도 충분히 중박이상을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O 선수들은 명목상의 서비스타임도 긴데다가, 실질적인 서비스 타임은 10년이 넘는 경우가 보통이고, (현진이는 예외중에 예외죠) 부상이라도 당하면 서비스 타임은 하염없이 늘어나며, 연봉조정 신청은 허울뿐인 권리입니다. 즉, 10여년의 '반 강제 독점계약' 봉사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 거지요.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이지만 (앞으로 왠만한 주전급 선수는 4년 50억에서 출발하겠죠) 이 '거품'을 빼려면 선수들의 '봉사에 대한 대가'를 미리 지불하는 방법이 구단 측에서도 나을 겁니다. 20대 선수에게 미리 조금 더 투자하고, 대신 30대 선수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되는거거든요. 리스크도 당연히 더 적겠죠.

 사실 '부상없는' 이용규나 '27세' 이종욱이면 이번 계약이 (그래도 좀 많긴 하지만) 그렇게 이해 못할 액수는 아니라 보거든요. 선수협은 (구단이나 KBO가 앞장서서 바꾸자고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입장에서도 목돈 빨리 만지는게 좋잖아요.

[ms♪]

최준석만 남았죠 ㅎ

[원더KIDDy]

다 쓰고 나니 이대형이 계약했네요 ^^

[kertesz]

잘 읽었습니다.

[라파누이]

지극히 동감합니다.. 이번 FA시장 거품낀거도 사실이지만 솔직히 그간의 팀에 대한 공헌도를 생각하면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구단 자기들이 던진 부메랑에 맞은꼴인거죠..

[yun0315]

FA몸값의 거품이 그간의 공로에 대한 보상이라면 타팀으로 이적시에 그만큼 몸값이 깍여야 정상이죠. 당장 용큐가 한화에 무슨 공로를 했기에 그만한 돈을 한화가 지불해야 할까요? 것도 원 소속팀에 보상금+선수까지 줘가면서요. 공로를 해도 기아에 했고, 피해를 입혀도 기아에 입혔는데 보상은 한화에서 받고 거기다 자기팀 선수 1명도 내주구요? FA에서 기존 선수에 대해 보상차원으로 어느정도의 연봉을 보전해준다거나 계약금을 지불해 주는 경우가 없는건 아닙니다만....지금의 거품은 그걸로 설명이 안된다 봅니다.

[yun0315]

FA들 몸값거품은 한국 인재풀이 그만큼 좁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죠. 당장 용큐만 해도 용큐정도의 실력과 실적을 보여준 선수가 현 프로야구에서 몇명이나 될까요? 이정도 레벨이면 매년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 선수가 FA시장에 나온다는 보장도 없죠. 원소속구단이랑 애기 잘되버림 100억이 있어도 영입 불가능이니까요. MLB에서야 팀도 많고 선수도 많고 포텐있는 대체자원들은 마이너리그나 타국선수들중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차선책이라도 있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선 용큐 영입못하면 그냥 끝입니다. 돈으로 뭘 어떻게 해볼수 있는게 아니라 시간들이고 땀흘려서 선수키우는 수밖에 없죠. 이 상황에서 야구인기는 좋아지고, 성적을 내야만

[yun0315]

하는데 돈은 있는 구단들이 있으니까 거품이 발생하고 있는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지금은 야구가 중흥기에 접어들면서 스타의 길로 돌아서 지금 시대에서 거의 프랜차이즈대접을 받고 있던 선수들이 세월이 fa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니까 그 파장이 그만큼 큰거구요.

[원더KIDDy]

물론 현재의 '거품'은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야구의 인기 등등이 복합된 결과죠. 야구 인기없고 IMF시대면 이승엽이나 이종범이 나와도 50억 주겠습니까? 다만 그러한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제도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는 거에요. 시장 상황이 최악이라 FA시장이 얼어붙는다 해도 선수들이 느끼는 보상심리는 올해나 그때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자격 연수를 줄이든 부상기간도 포함시키든 해서 선수들의 'FA 몸값에는 서비스 타임에 대한 보상이 포함된다'라는 논리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원더KIDDy]

그렇지 않으면, 예를 들자면 이용규 같은 선수도 어느때에는 4년 70억 받고, 어느 때에는 FA미아되서 떠돌다가 2년 10억받는 경우가 생기겠죠. 그리고 우리들은 전자에는 선수들이 미쳤다고 하고, 후자에는 구단들이 노예상이라고 비난하구요. 제 생각엔 제도개선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널뛰기를 막고 이른바 '적정가'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원더KIDDy]

그리고 맨 윗 댓글에서 언급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FA제도 하에서는 영입구단이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원소속구단보다 저가로 영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원소속구단에 대한 '봉사비'도 자신들이 부담해서 영입을 해야 하는 구조지요. 10년 넘는 '半 강제 독점계약'으로 인한 보상을 무시하기 보단, 그 독점계약 기간을 약간이나마 줄이고, 독점계약이 끝나기 전에 현실적인 대우를 해주며, 대신 독점계약 종료 후 새 계약에 낀 거품을 줄이는 것이 제 생각엔 더 합리적인것 같아서 이런 글 적었습니다

[드림이 보고싶다]

FA취득기간을 줄여야돼여 9년은 넘길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