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죽음 앞에선 누구나 엄숙해집니다.
죽은 사람이 누구든 죽음에 관해선 간접적으로 표현하려 듭니다.
종교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일상의 말들이 아니어서 조금은 어려워 보입니다.
불교계에선 승려가 죽었을 때 ‘입적(入寂)’이라 하지요. ‘고요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번뇌나 고뇌가 없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열반(涅槃)’이라고도 합니다.
개신교에선 ‘하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간다’는 뜻으로 ‘소천(召天)’이란 표현을 쓰지요.
가톨릭에선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이란 의미로 ‘선종(善終)’이라 하고요.
천도교에선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환원(還元)’이라 부른다네요.
모두가 종교들이 추구하는 바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언론 매체의 보도들에서 때때로 타인의 죽음을 접하게 됩니다.
언론 매체의 부음 기사에서는 ‘사망’ 외에 ‘별세(別世)’ ‘타계(他界)’ ‘서거(死去)’ 같은 말들이 보이는데요.
이 가운데 ‘사망’을 빼면 다 죽음을 높이는 말들이고 그 뜻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별세’의 사전적 의미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입니다.
‘타계’는 “인간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이지요.
‘서거’는 “죽어서 세상을 떠남”이란 말이지만, 대통령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씁니다.
언론 매체는 마음대로 이 말들에 서열을 정해 놓았으니
사망, 별세, 타계, 서거 순으로 높아집니다.
일상에서도 죽음은 높이거나 에둘러칩니다.
‘숨지다’ ‘돌아가시다’ ‘작고(作故)하다(고인이 되다)’ ‘영면(永眠)하다(영원히 잠든다)’라고 합니다.
‘운명(殞命)하다’도 ‘목숨이 끊어지다’라는 말이지요.
그러니 ‘운명을 달리하다’는 어색하게 들립니다.
‘달리하다’는 ‘유명(幽明)’과 어울리므로 “그는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로 쓰는 게 옳습니다.
‘유명’은 저승과 이승을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