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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최가네,
어릴적 우리 동네에서 술마시고 목소리 높여 싸웠다 하면 그집 남자 대빵 최가요.
힘도 별 쎄지 않으면서 맨날 저그 마누라한테 얻어 터지면서도 밖에 나가믄 객기부리며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게 그집 남자요,
부창부수라! 굵은 여자 목소리로 동네가 시끄럽다 하면 그집 여자요! 패거리로 싸웠다 하면
그집 식구들 몰려들어 한놈 반은 죽여 놓는 그야 말로 무적의 가족이였다.
첫째아들놈은 입에 거품 질질 물면서 반또라이처럼 해 댕기다가 마루에서 마당으로 넘어져
죽었다는데 소문에는 정상아가 아니라서 그 독한 여자가 죽였다고 동네 사람들 수근 댔지만
서슬퍼런 그 여자 기에눌려 아무도 끽소리 못하고 모두가 쉬쉬 하며 내 일 아니란듯이 그냥
넘어 갔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 일은 아무도 알 수 없고, 내보다 두살많은 둘째놈은 어릴적부
터 손버릇이 나빠 맨날 경찰들과 저그 엄니 싸움하게 만들더니 어데 잠시 다녀 왔단다.
세째는 나랑 동갑인 여자아이인데 야는 힘이 남자 빰친다.
울 아부지 항상 하시는 말씀 "몬난놈 한테는 싸움을 져주어라!"
이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겨서 사는 착한 아들이라 잘 싸우는 편이 아니지만 하물며 여자에야...
근데, 놀아도 꼭 남자아이들과 어울려놀고 싶어해서 나랑 가끔 싸우는 편이지만 내가 거의
피하다 싶이 하니 이년이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알더라! 우짜다가 한번 싸웠다하면 팔을 물고
놓아주질 않아 고생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나중에 한참 커서 들은 이야기지만 결국엔 여자랑 한이불 속에서 산단다.
내보다 두살 적은 막네아들 이놈은 요즘 가끔 TV에도 얼굴이 보인다. 뽕짝 가수란다.
가끔 전국노래자랑에 초대가수로 얼굴도 비추지만 한곡 거창하게 뜨더니만 그다음부턴
그냥 그노래로 묵고사는 모양이다.
이놈이 가끔 나의 샌드백이 되곤 했지만 이놈도 만만찮아서 나도 전력투구를 다 해야
겨우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곤 그 뒤엔 항상 푸르딩딩한 여팬네 우리집에와서 고래감으로 욕지거리를 하곤
돌아가는데 한바탕 치루고 나믄 나는 또 울 엄니의 매를 피할 수 없었지만...
하여튼 그 집과는 될 수 있으면 상종을 않고 사는게 상책이였고, 길에서 마주치더라고
꼬박 인사 잘 드리고 지나갈 때 까지 길섶으로 비켜서 주곤 했었다.
언제였는가? 오늘처럼 가을 하늘은 뭉개구름 둥실둥실 많이 떠 있었던가? 하여튼,
그런 가을날 이였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 엄니와 함께 둘이서 쌀 덤성덤성 섞인 보리밥에 삶은호박잎
된장국에 쌈싸먹고 배 두들기며 엄니의 공부하란 잔소리 대충 흘러 듣고는 맹숭맹숭
마루에 앉아 있는 날보시더니 엄니잠깐 다녀 올터이니 집좀 잘 보라 당부하고 나가신다.
"응 걱정마라!" 하고 대답해 놓고 나니 이몸이 공부에 취미가 있는것도 아니고 심심 하기
짝이없다.
뭐 집구석에 풍성한 쌀가마니가 있는것도 아니요, 요즘처럼 텔레비젼이나 오디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끽 해봐야 직직 거리는 트랜지스트 라디오 달랑 한대 뿐인걸 훔쳐 갈것도 없는
집구석 지킬것이 무에 있다고 걱정이고 하며 아무생각없이 덜렁덜렁 동이놈 집에 놀러갔다.
동이놈도 심심하였는가 내꼴을 하고는 반갑게 맞는다.
가만가만 이런 횡재수가 있나! 대청마루에 달달하면서 끊임없이 손질 가게 만드는 감껍질이
잘 말려져 있다. 우리 둘이서 아주 맛있게 먹으며 놀고 있을때 였다.
하늘엔 구름이 하늘을 가리는가...
점점더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장대같은 가을 소낙비가 내려붓는다.
친구놈 갑자기 미친듯이 일어나 마당 옆 장독대로 달려가더니 내리는 비에 홀라당 젖어가며
요샛말로 비 설겆이를 분주이 한다.
햇빛보라고 열어논 장독 뚜껑들 덮고, 널린 고추 걷어오고, 마당 가운데 빨래줄에 널어논
옷가지 까지 숨을 헥헥 몰아 쉬면서 걷어온다.속으로 이놈 잘 하는구나 하곤 달달한 감껍질
맛에 아무생각이 없는지라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손에는 한웅큼 감껍질 들고는 우물우물
때아닌 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숫물 자욱을 내려다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한시간쯤 비가 내렸는가?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 지더니 하늘에 구멍내어 햇살이 쬐끔 비친다.
이상하다??? 알 수 없는 이 불안감은...
아뿔싸! 언듯 머리에 스치는 우리집 장독대 풍경에 경악을 하곤 집으로 뛰어오는 중간에
도랑물이 넘처 콸콸 소리를 내어 흐르고 있다.
삽작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큰일났다 싶어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빗물이 빠지지 않았는가 마당이 한강이 되어있고, 그 물위로 며칠전에 부화한 병아리 새끼들
물위에 동동 떠있다. 마당 중간 지게작대기로 받쳐논 빨래줄에 물을 먹어 축 늘어진 빨래들이
빗물에 떨어진 능금나무 잎 몇잎 묻어서 한가운데로 몰려있고, 뛰어간 장독대엔 그 많은 비를
몽땅 먹어 범벅이된 간장독, 묵은 된장독하며 미싯가루 만들끼라고 늘어논 광주리의 밥덩어리
까지 물을먹어 개밥이 되어있고, 마당중간 갑돌이 새끼 물에 젖어 벌벌 떨며 궁상떨고 있는데...
이 일을 어찌 혼자 감당하랴 싶어 에라, 모르겠다! 도망이나 갈까?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엄니의 부지깽이를 든 화난얼굴 보다 엉망이된 간장 된장생각에 잘도 참았다.
가만 정신을 차려보니 빗물이 옆집으로 해서 내려 가는구만 옆집 최가네로 통하는 구멍을
보니 누군가 돌과 수건으로 꽁꽁 막아놓았다. 그래서 그 빗물이 마당에 한강을 이루어 놓은
거렸다!
이넘의 푸르댕댕 여자가 또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옆집에 살면서 우리랑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지만 하늘이 내리는 빗줄기를 가로 막는단
말이냐! 하면서 긴 작대기로 쿡쿡 쑤셔 뚫어놓으니 금새 마당에 있는 물이 빠져버린다.
이때, 입술 두껍고 얼굴이 푸르딩딩하며 눈알이 부리부리한 옆집 여자 식식 거리며 오더니만
욕지거리와 함께 이 귀한 박가집 자손 귀싸대기를 올려 붙인다.
한대 두대 세대 네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한마디 대꾸도 몬하고 볼태기가 팅팅 붓도록 얻어터지 보니 그 여팬네
정신이 들었는가? 아님, 속이 다 풀렸는지는 몰라도 다시금 욕지거리와 함께 저그집으로
가버린다.
이런 억울할때가 있나! 이런씨펄! 이런이런, 울 엄니한테도 열나게 맞아야 하는구만 미리
맞는 연습까지 하고 보니 내가 내속을 몬이기겠다.
수돗가에서 입술에 핏기를 씻으며 씩씩 거리고 있을때 엄니 들어오신다.
집안꼴이야 빨랫줄 하나만 보면 다 알 수 있는것을 더 말할것도 없지만서도 옆 장독대를
보는 순간 엄니의 눈에도 그 생전에 볼 수 없었던 섬광이 비친다!
엄니의 전용무기 부지깽이를 찾아들고 입에는 그 고운(?) 목소리로 잔소리를 음악처럼 흘리며
내게 다가 오시던 엄니...
입가엔 핏멍이 들었고, 퉁퉁부은 얼굴에 눈은 물기를 한껏 머금고, 불쌍하고 애처러운 모습으로
발발 떨며 눈엔 작은 작은 경련까지 일으키며 연기를 하고 있는 이 아들놈에게 매질할 울
엄니가 아니시지...
끝까지 이실직고를 하지않고 친구랑 싸웠노라! 이렇게 둘러댔다. 아니면 옆집이랑 또 대판
전면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 여린 아들의 깊은 생각에...
작은형 들어오고, 아부지 들어오시고, 누나들까지 합세를 해서 욕이 배터지도록 얻어묵었다.
그 이후 햇장 담글때 까지 안동 외갓집에서 간장이랑 된장은 가져다 먹어야 했다.
그냥 그리 미친듯한 여자한테 가만히 맞고 있을 내가 아니지!
건드려도 한참을 잘못 건드렸구마! 두고 보거라 진짜로 후회하도록 맹글어 주마! 하며...
그날밤 은밀한 복수극을 준비했다. 밤이 이슥하도록 기다렸다가 울 식구 모두 잠든걸 확인하고
마당에 갑돌이 새끼 한방 먹여서 찍소리 못하게 벌벌기도록 해 놓고 곢갱이 들고는 그집
문앞 골목 돌아 나오는 길 한가운데 소리죽여 비로인해 물러진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아픈볼 문질러가며 복수의 칼날을 가슴에 팍팍 불어 넣으며 적당한 넓이로 해서 어른 무릎이
잠길 정도의 깊이까지 파곤 파낸 흙은 그집 담장넘어로 장독위로 솔솔 넘겨버리곤 마지막
우리집 푸세식 화장실의 인분, 그것을 코를 막으며 몇됫박 퍼다가 날랐다.
그 위에 짚푸라기 몇움큼 집어서 언져놓고 마른흙을 살살 부려 놓았다.
이놈의 집구석 그 무식한 대빵 최가가 매일 아침 읽찍 똥장군 짊어지고 뒷산 야산을 개간한
무 밭에다가 똥 거럼 주는걸 나는 알았다.
은밀한 작전을 다 펼쳐놓고 멀리 공동샘물까지 가서 온몸에 퍼져있는 인분냄새 씻어내고
내 방으로와 짜리한 감동에 몸을 떨면서 잠이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고래감 소리에 온식구들이 잠을 깬다. 그 소리가 환희의 찬가보다 더 환희의
소리로 들렸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온동내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술덜깬 대빵 최가의 목소리에 동내 사람들
우르르 몰려든 모양이다. 물론 그 주위엔 울 엄니와 작은형이 끼여 있음은...
방문창이 새벽을 열고 있음을 알고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쓰고는 꼼짝도 않고 있었다.
겁에 질렸으며, 이 큰일을 저지른 내게 대견해 하면서, 아무일 없이 내게 불똥이 떨어지지
않길 기도하면서...
그래도 들릴건 다 들렸다.
내용인 즉, 어떤놈이 이런 못된짖을 해놨노! 이런 육실헐노무새끼, 잡히기만하면 아가리를
어쩌고 저쩌고... 나는 점점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손발이 덜덜 떨리고
얼굴이 붉그락 해져온다.
나는 속으로 나를 얼마나 다독였는지 모른다.
이참에 나도 이불을 걷고 아주 침착하니 이불까지 착착 개어놓고 밖으로 나오니
그 꼴이라! ㅎㅎㅎ
똥장군 지고 똥통에 빠졌으니 다리에도 똥이요! 넘어지면서 똥장군 깨트렸으니 저그똥
한독 덮어쓰고 있는 그것도 똥이요! 깨어진 똥장군에 아직도 할말 못다한 똥들이 줄줄
흘러 내린다.
온동네 사람들 쩔룩이며 똥 범벅칠을한 대빵 최가를 빙 둘러서서 한소리씩 한다.
"누가 이런 못된짖을 해 놨을꼬? 아이고 몬됬다!" 하며 코를 막고는 실실 물러선다.
아마 속으론 아이고 그 똥구린네한번 고소하다...! 아마도 이렇게들 생각했을껄!
그 소리에 약이 더 오른 대빵 최가와 내게 폭력을 휘두른 그 여편네 고래고래 감을 지르며
빙 둘러선 동네 사람들한테 화 풀이를 한다.
"뭐가 구경났다고 모여서 이지랄인교 앙!"
그람 이기 구경이지 뭐가 구경이고! 하며 속으로 째지는듯한 웃음을 참았다.
이 말한마디에 울엄니를 위시해서 동네사람들 모두들 집으로 발을 돌리고 그 순간 그
여팬네와나의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전율! 불안속에 그 쾌감! 살떨리는 그 두려움 속에서 우러 나오는 복수극의 찬란한 똥칠!
그때 한마디가 나를 얼어붙게 만든다.
"니가 그랬지?"
아... 드디어 들켜버렸는가! 기어이 들켜버렸는가!
"내가 미첬는교 똥칠하거러!"
이 순발력을 보라!
하고는 그집 여섯 식구들의 의심스러운 눈길을 마주하며 같이 째려보고 있는데 나의 영원한
원군, 울엄니 "멀쩡한 아 잡을 소리 하지 마소!"
하고는 내 어깨를 잡아 집으로 들어온다.
우짜겠노! 의심은 가는데 물증이 없으니... 인분 퍼다가 요즘같으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가믄 금방 알 수 있을껄...ㅋㅋㅋ
그러면서 그 이후 부터 나만 보믄 이유없는 욕을 육시럴육시럴 해 댄다.
욕이 배따고 들어오는것도 아니고, 항상 당당히 맞서곤 했다.
그날, 아침밥상을 아부지와 겸상 하여 묵고 있는데 빙 둘러서 큰 반상에 밥을 드시던 엄니
"니 어제 밤 늦게 나가서 뭐 했노?"
"가긴 어델가?"
"이놈아 곢갱이들고 나갔는거 다 안다."
억!
"니 볼태기 싸운거 아니지?"
"아니다 싸운기라 카이!"
"옆집 찬이 엄마가 그라더나?"
"어 참내 아이라 카이..."
대답은 이리 하고 있었지만 붉어오는 얼굴을 감출 순 없었다.
"이넘 자식아 담부턴 그라지 마라!"
" ... "
이 대화를 듣는 울 식구들 다들 조용한 침묵속에서 밥그릇 달가락 소리만 들린다.
아부지도 작은형도 누나들도...
그 동네서 그짖을 할 넘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공포의 침묵!
그후 대빵 최가님(?)은 얼마동안 절뚝거리며 술마시고 쌈질하고 다니더니
계단에서 넘어져서 팔까지 한쪽 칭칭감아 다녔다!
그 얼마후 멀리 이사간다꼬 우리집에 왔을때 우리집 모든 식구들 얼굴엔 조용한
미소가 피어났음을 나는 다 안다. 우리집 갑돌이 새끼까지...
* 알림 / 최씨와 나는 갠적으로 아무런 감정이나 사심이 없음을 밝혀 둡니다^^* 꼭이요!
그리고 영양 답사가 조용한것이 무척이나 안타깝구먼요... 너무나 멋진 곳인데...
개발되지않은 순수한 우리것들이 넉넉한 인심과 함께 산재해 있구만!
이참에 한번 더 날라뿌믄 뱃살한티 맞아 죽을꺼 같고...
아! 서석지... 그 가을날의 감동!!!
아직도 눈에 선 하구먼... 쩝!
첫댓글 하이고마 초시님예~~이거 실화잉교? 참말로 꼬시니더~
ㅎㅎㅎ 함정~~ 비오면 어릴때 삽들고 그짓 많이 했지요 ㅎㅎㅎ 근데 어디서 냄새가 풀풀 풍기네요.
ㅎㅎㅎ 못 말리는 최가와 박가의 한판...
영양답사 오셔야 될것 같은데...뱃살한테 쫓겨나문 책임질 사람 소개해줄께요...ㅎㅎㅎ
정말 실화인가요?? 재미있는 드라마한편 보는것 같네요.. 초시님 덕분에 아침이 너무 즐겁습니다..
영양에서 함 보입시더. 지수씨 한테야 어데 한 두번 당(?)하시는 것도 아이고 한데....
푸하하하 정말 실화예요?? 궁금....궁금....
어쩜 그렇게 소설같이 살으셨으까이..... 참말로 부럽구만요, 추억할 거리 좀 많아! 기억력이 모자란 건지 이고을저고을 옮겨다녀 그런건지 암것도 기억에 없는 은사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