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 전남 드래곤즈여 안녕, 그리고 새로운 시작
2008년 1월 1일 월요일,
대한민국 서울.
나는 허 훈.
올해로 33세를 맞은 축구 감독이다.
전남 드래곤즈와의 인연은 오늘로써 모두 끝났다.
4년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정이 들어버린,
아니 어쩌면 나의 유년시절부터 매경기 광양 전용구장에서 전남의 승리를 기원하였던,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 해왔던 그런 팀이지만
눈물을 머금고 난 광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04년 2월 3일.
안정된 보수의 한 회사에 입사하기로 되어 있었던 나는 무모한 결정을 내렸다.
전남 드래곤즈의 박성주 구단주에게 무작정 찾아가 감독직을 맡겨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당시 이장수 감독이 사퇴한 지 얼마 안 된 구단은 혼란 상태였고
팀의 전력도 언론에서 하위권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예상하는 그런 정도였다.
때문에 팀의 감독을 맡겠다고 의사를 밝혀오는 감독도 없었고,
그래서인지 박성주 구단주는 아무 경험도 없이 찾아온 나에게 선뜻 감독의 권한을 넘겨주었다.
어쩌면 그는 아무것도 없는 나를 프로축구계에 입문시켜 준 은사와 같은 존재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게 구단의 비리를 입막음하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이 세계에서 발을 빼기엔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결국 난 축구에 내 남은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고,
첼시와 같은 세계적인 명문 클럽의 지휘봉을 잡고 천하를 호령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적, 즉 업적이 필요했다.
나는 닥치는 대로 이론 서적을 독파하고 축구 경기를 분석하면서
방에 틀어박혀 나만의 전술을 조금씩 완성시켜 가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전남 드래곤즈는 내가 이끄는 4년동안
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1회,
리그 컵 우승 3회,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 3회,
세계 클럽 선수권 대회 우승 1회라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역사상 전무후무한 그런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이런 영광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지간이기도 한 김영광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여 활약하는 등
함께했던 선수들도 큰 영광을 더불어 누렸다.
그러나 나는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 감춰진 구단의 더러운 비리행각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매년 스타급 선수를 팔고 유망주를 사들여 오면서
10억 이상의 이적료를 남겨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돈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사라졌고
구단에선 내가 이룩한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매년 고작 25억정도의 이적 자금만을 지원해 왔던 것이다.
(맨유와의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얻은 각종 수입만 해도 70억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독한 짠물 투자다.)
세계 클럽 선수권 대회 우승 직후,
나는 구단주와 직접 담판을 지을 심산이었다.
지금까지의 더러운 비리행각을 청산하고,
이제 정말로 한국축구와 전남 드래곤즈의 발전을 위해
깨끗하게 세계적인 명문구단으로 다시 태어나자.
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구단의 모든 비리를 언론에 유포해 버리겠다는 생각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그러나 내 축구인생의 은사이기도 한 박성주 구단주는 치밀한 인간이었다.
그는 이미 내가 한국 축구계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되기 전에 싹을 잘라내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구단의 비리를 영원히 함구시키려는 도구 중의 하나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나는 검은 돈으로 철저히 엮어진 구단과 언론의 합작 플레이에 의해
한국 축구계에서 완전히 사장되기 직전에까지 이르렀고,
구단에서는 나와의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오늘로 전남 드래곤즈와의 인연은 영원히 끝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의 사임을 끝까지 반대하던 전남 드래곤즈의 서포터들이
구단과 언론과의 뒷거래를 완전히 파헤침으로써,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나의 입지는 다시금 힘을 되찾을 수 있었고,
박성주 구단주와 일부 언론사의 주요 인물들은 징역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대한 축구 협회에서는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함과 동시에 이런 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당시 공석으로 비어 있던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리를
2007년 12월 30일 나에게 제의했고,
나 또한 오래전부터 한번쯤 맡아보고 싶었던 자리기에 주저하지 않고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명문 구단을 이끌고 천하를 호령해 보겠다던 나의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2008년 새해가 밝았다.
내일부터는 다시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의 여러 구단들과 접촉해 보며
나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그런 구단을 찾아 나서야겠다.
실명과 얼굴이 한꺼번에 공개되니까 좀 쑥스럽긴 한데 -_-;
뭐 어쨌든 계속 써보겠습니다 ㅎㅎ
아아..쓰면서 이번 전남구단 비리사건이 자꾸 생각이 나서 참 가슴이 아팠어요.. ㅠㅠ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 시작이네요 ^^
다음편부터는 유머도 좀 집어 넣고 그래봐야 겠어요..
첫댓글 ㅋㅋ 기대되네요....ㅎ
ㅋㅋ
ㅋㅋㅋ 나이에 비해 감독이 너무 젊다~~ 기대 되네요 ㅋ
슬슬 대작이 될것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한번 읽어 봅시다`!
와아 재미있다~
재밋네요~ 기대되요~ㅋㅋㅋ
허훈이 님인가요???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