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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자신이 해보겠다며 그 작은 체구로 나설때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용기는 충분히 아이들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미 커버린 어른들은 완벽함을 추구할 뿐 그때의 용기를 내려 하지 못한다. 어쩌면 커다란 나무보다 한송이 작은 민들레 홀씨가 더욱 강하고 질길 수 있는, 그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4
어째서 이 곳에 찾아온 것일까, 남은 숨을 쏟아내며 달려온 이 곳, 아니, 처음부터 이 곳을 원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포화상태인 숨을 걷어내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 곳이 우연히 이 곳이 된 것이다. 아마, 그게 맞을 것이다.
혼자만 비를 맞은 것처럼, 땀에 흠뻑 젖은 그 모습이, 지금과 꼭 닮았다. 자신만 빼고 흘러가는 시간때문에, 홀로 남은 그 모습처럼.
짙은 눈썹의 순경이 이것저것 물을때도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알 수 없는 구토를 느끼며 속 안의 것들을 게워낼때 말하는 법까지 토해버린건지, 아니면 힘들어서인지 도움을 주겠다는 이의 말을 자꾸만 거절했다. 쪼그려앉아 감싸앉은 두 팔에 머리를 묻었다. 감기에 걸리 것도 아닌데 열이 나는 것만 같았다. 아프고, 또 힘들어서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저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붉게 부은 탓에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조금 치켜떠보다가, 이내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중년의 여성이 순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짧게 친 커트머리가 유난히도 낯이 익은 뒷 모습, 그렇게 쭈그려앉아 보일 듯, 말 듯 그녀와 순경을 살피고 있는데………
"승준아."
아직 깬 자신을 못 본건지, 앞으로 다가온 그녀에게서 낯익은 채취와 눈매를 느낄 수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은 온 몸, 머리가 이해하기전에 심장이 그녀의 존재를 먼저 깨달았다. 아! 분명 일으켜세우려고 흔드는 손이였지만, 어딘가 깊이 더 잠들 수 밖에 없는 포근한 손이였다. 아주, 아주 조금 더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엄마의 손이였고, 엄마의 눈매였다. 왜 눈물이 나는걸까. 아까 쉼없이 울었으면서 왜 또 다시 눈물이 고이는걸까.
"엄마……"
뜬금없는 그의 발언에 놀란 표정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것은 그것으로 끝이였다. 자신을 깊게 째리는 순경의 말도 무시한채 굽이 높은 신발을 절뚝이며 걷는 어머니의 옆으로 향했으니까, 그렇게 밖으로 나섰으니까.
발걸음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파출소의 파란 등이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무렵, 어머니가 발걸음을 멈춘다. 한발일때, 두발인 발걸음이 멈추자, 한발도 함께 멈춘다.
"학교에서는 왜 나왔어?" 엄마의 목소리, 이전보다는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였다.
"무서워서……" 겁을 지레 먹은 표정으로 승준이 대답하였다.
"……뭐가?" "……엄마," "……뭐가 무서웠니."
빙그르르, 돌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엄마를 보며, 그는 처음으로 믿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 사실……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몇살인지도 모르겠어. 엄마, 나는……"
세시간 반, 파출소에서 한시간을 넘게 있었으니, 처음으로 사실을 털어놓은 시간이였다. 엄마니까, 엄마니까 괜찮을꺼라고, 그녀는 무언가 자신에게 해줄 수 있을꺼라 믿었는데.
말이 끊긴 것은 그의 자의가 아니였다. 그저 묵묵히 걸음을 재촉하는 엄마때문이였다. 그리고 일렁이는 눈동자, 절대로 그가 눈물을 흘리는게 아닐꺼야, 절대로, 이건 하늘에서 내리는 비일테니까, "한번뿐이야.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선생님한테는 엄마가 말할께."
땅끝을 담은 갈빛 눈과 그보다 더 짙은 머리칼이 교차하며 흔들렸다. 눈물샘을 중앙으로 쉼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이 승준의 화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쉼없이 최면을 걸었다. 아- 이것은 상상이라고, 그리고 이 것은 단순이 꿈이라고. 그리고 차라리 그렇게 된다면, 이것은 어머니의 양수에서 헤엄쳐나온 그의 첫번째 꿈이길 바란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일렁이는 것은 그 혼자뿐이였다.
눈물은 두줄기가 끝이였다. 양쪽 볼을 간지럽힌 눈물이 끝나자 거짓말같이 더이상 슬프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저번주 모의고사는 어떻냐며 이것저것 물어오는 엄마의 답에도 아무렇지 않게 답할 수 있었다. 죽기 직전, 피터팬이 한 말이 사실이였을까? 어른의 행동을 주겠다고, 마음을 풀고 행동하자 그녀의 말이 어떤 것이고, 어떤 대답을 해야하는지 뻔히 보였다. 그리고 힘들었다. 모두에게 거짓으로 행동하는 거같았으니까…… 낯선 집에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방을 찾고, 그 방의 스위치를 아무렇지 않게 누르는 자신을 보면서 기막힐 뿐이였다.
가뭄이 끝난 네버랜드는 활기차기 보다는 오히려 더 죽어있었다. 과포화상태의 빗물은 나무를, 꽃을, 들판을 시들게 만들었으며, 땅을 질척이는 늪으로 바꿔버렸다. 오히려 더 많이 죽어버린 이 곳은 팅커벨을 집을 잃은 아이처럼 갈 곳 없게 만들었다. 젖어버린 나무의 잎을 매만지며 홀로 중얼거리는 소녀.
"너희도 외로운거지… 주인이 사라져버렸잖아."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 몸을 떠는 나무였지만 이내 그 소리가 멈췄다. 뿌리를 내린 나무는 땅에서 흐르는 아주 작은 떨림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발걸음이 누구의 것인가를. 나무의 다른 떨림을 느낀 소녀가 뒤를 돌았을땐 어느새 한손에 가득 주머니를 쥔 소년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눈동자에는 거무스름한 기운이 느껴졌다.
"안 올 줄 알았는데."
팅커벨을 만나도 별 감흥이 없는 듯 소년은 그녀를 지나쳐 언덕 아래로 차분히 내려간다. 바스락거리는 발소리 하나에도 몸을 떠는 나무와 꽃들.
"손에…… 뭐야?"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잡고 앉은 피터의 옆에 앉으며 팅커벨이 물었다. 피터가 손에 꼭 쥔 것은 주머니. 살아있기라도 한건지 주머니가 꿈틀거렸지만여전히 그 입구를 꽉 쥐어짠다.
"웃음"
놀란 소녀가 큰 눈으로 그를 바라봤을때도 여전히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무슨소리야?"
"………못들었어? 웃음…이라니까."
"내 말이 그런거 아니라는거, 니가 더 잘알어."
다소 경직된 말투로 이어간 탓인지 피터가 살짝 그녀를 향해 웃어보였다.
"장난이야. 나 웃는거 보이지…? 내 웃음 아니야."
장난꾸러기처럼 둘째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웃는 피터를 한참 바라보던 팅커벨이 주머니를 빼앗았다. 방심하고 있던 터라도 다시 빼앗아 갈 줄 알았건만, 그대로 말없이 빼앗기는 소년.
"누구 웃음이야? 그 남자아이꺼?"
"승준이? 아냐."
"그럼 누구껀데……… 왜 이런걸 가져온거야!"
또 다시 짧게 웃는 피터.
"주워왔어."
자꾸만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답답한 소녀가 큰 소리로 외쳤다. "대체 어디서! 네버랜드에서? 아니면…………"
"걱정마지마. 옛날꺼야. 네버랜드 땅속에 묻혔던건데, 홍수때문에 밖으로 끄집어진거니까." "………누구껀데?" "죽은 아이들꺼."
경직된 소녀의 반응에 그녀가 앉은 땅바닥에서 기어가던 개미조차 걸음을 멈추었다. 모든 미생물들이 멈추는 또 다른 정적의 시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하늘만 바라본다. 그때 네버랜드에 있던 자들만이 기억하는 사건. 그 둘은 사건의 장본인이였기때문에 어느 말도 할 수 없다.
"………왜 가져왔어?" "웃잖아." "……웃는게 뭐?" "난 여기와서 걔네가 웃는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 "……피터" "여긴 이제 천국이 아닌가봐, 지옥인가봐…."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그는 그녀에게서 주머니를 뺏어서는 땅바닥으로 슬쩍 던져버렸다. 그러자 풀려버린 입구에서 쏟아져나오는 웃음소리. 시끄럽지도 않고, …징그럽거나 ……잔인하지도 않은 즐거운 웃음소리였다. 아이들이니까, 이런 웃음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이였으니까.
자신의 발 아래서 희미하게 끊기지않는 목소리를 들으며 팅커벨은 나직하게 속삭였다. "지옥이 되가는 건 너야…… 피터."
피터팬의 얼굴은 죽어가고 있었다. 평생 자라선 안되는 아이가 차츰 좁아지는 시간의 간격때문에 성장하며 죽어가다니, 모순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였다. 그리고 그 것을 더욱 앞당기는 것은 아이들의 고통.
언덕을 전부 내려오고, 흐르는 강물을 두번 건넌 그녀가 마주한 것은 작은 문.
"다 내 잘못이야. 그때 널 막았어야했어."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피터의 눈동자도 잊은채, "이게………그렇게 큰 눈물로 되돌아와야했니?"
그녀는 문을 열었다. "바보." 피터가 떠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 집에서 금기시된 듯, 전혀 불려지지 않는 그 호칭에 한 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언제부터 어머니가 이렇게 커 보였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이렇게 나이들었던 걸까. 승준은 자신의 시계와 더불어 함께 나이들어간 건, 혹시 자신의 어머니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공존하며 누군가를 알아본 것은 어머니가 처음이니까.
덜그럭, 덜그럭. 수저와 사기그릇이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아니, 그 가운데 몇마디의 말만 존재했다면 오히려 친근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밥은, 좀 질었다. 씹어도, 씹어도 도저히 넘어가지 않을 만큼.
힐끗 인삿말을 건네며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묵묵부답이였다. 딱히 화난 것도 아닌데 이 무거운 분위기는 뭘까. 텁텁하고 숨이 막혀오는, 그래서 더욱 힘든.
그는 나무의자를 몇번 매만지며 안으로 집어넣고선, 그대로 방으로 직진했다. 낡은 문고리를 돌리고, 그만큼 나이먹은 공기를 마주하며 들어선 방, 자신의 방이였다. 어릴때 쓰던 방과는 확연히 틀렸다. 큰 책상과, 큰 책장, 그리고 작은 침대가 전부, 이 방은 단지 공부하고, 책을 읽기 위한 공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침실이 아니라, 단순한 방이 아니라.
정말 꿈일까? 꿈이라고 생각할 수록 선명해지는 기분은 뭘까,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하면 할수록 동떨어지는 기분은 뭘까. 밀려오는 잠을 억지로 쫓아내며 그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었다.
잃은 그가 책을 원래대로 꽂아놓은채, 이젠 틀렸어 라고 중얼거리며 밀려들어오는 잠을 그대로 흡수시키려고 할 즘이였다.
외풍, 그때처럼 밀려들어오는 바람이였다. 하지만 하나 정정하자면 절대로 불쾌하지 않은... 기분좋고 따스한, 그는 바람의 근원지를 따라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소녀, 오히려 그것을 알아보는 자신이 용할만큼 작은 소녀였다. 양 어깨에 돋아난 날개가 반짝이는 소녀였다. 사람이 아니라, 요정에 가까운 그 모습에 할말을 잃은 소년. 아까는 바람을 이끌고 온 소년부터, 이제는 자신보다 몇 배나 작은 소녀라니…………
"………누구야?" 짐작하리라, 이 바람을 보고 진즉 어디서 왔는지는 알아차렸다.
"…………그게 누군데?" 왜 알면서 물음을 꺼내는거지? 처음날의 다리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에 그는 몸만 떨어댄다. 뭘 알고싶어 하길래 물어보는 걸까. "피터팬의 친구."
"날 죽이러 왔어?" "………아니."
"널 도우러 왔어."
피터, 이게 내 마지막 발악이야. 널 죽이던, 아이들을 죽이던.
에고고...ㅜ,ㅜ.........이틀에 한번씩은 꼭 올리려고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쉽지도 않네요. 5편은 언제 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이번편은 상당히 재미가없지요..허허 다음편은 재미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_</ 댓글을 달아주시고, 4편까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제 글을 봐주셨던 단테님과 휘릿님,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두분이 아니였으면 저는 오늘도 마비노기를 하러갔을지도..ㅡ,.ㅡ음허허
개인홈피에 글없이는 못산다 글만쓰고 살고싶다라고 써놓고 이번 편 자체가 지루하게 끄는 감이 없지않아 있네요. 다음편은 이틀간 컴퓨터를 못하는 관계로 아마 월요일날 게시될 듯 싶습니다.
ㅇ ㅏ..정말 성실해지고싶어요..ㅜ,.ㅜ제글을 많이사랑해주세요
예고
새로 짠 넝마인듯 어느새 빛이 나는 옷의 주인공이였다.
"어디……… 다녀와?"
순간 멈춰버린 둘, 하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는다는 투로 나직하게 말한다.
"네가 뭔 짓을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고 싶어도 알아." 순간 차가워지는 피터의 얼굴은, 친구가 아닌 적을 대할때의 얼굴이였다. "새들은 날 무서워하면서 다 가르쳐주거든, 요정님이 어딜 다녀오고, 누굴 만났는지."
"……피터" "봐줄께, 그러니까 들키지나 마."
미련없이 몸을 돌린 피터는 후적후적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새 더 자랐는지 조금 더 커진 키와 낮아진 목소리.
"…………왜야?"
팅커벨이 소리쳤다. 그리고 피터가 멈춘다.
"어째서 눈감아줄정도로, 그 아이를 사랑하면서, 왜 곤경에 빠뜨려?" 그녀의 절규어린 고함에 오히려 소년은 팩 웃는다. 어이없다는 듯, 어처구니 없다는 듯.
"누가 그 아이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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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담편이너무기대됩니다ㅜ.ㅜ피터시크하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또 제소설에 와주시는 <사랑>하는 휘릿님이시군요..! 이번편에 상당한 별루를 느끼고 있던차에 용기를 주셔서 감사해요...피터는 남몰래 쉬크하죠..ㅜ,.ㅜ동화책과는 비교도 할수없을정도로..쫘식..그치만 다음..다음..그다음다음다음다음다으다다다다으다음편에..그비밀이밝혀지니까 기다려주세요..ㅡ,.ㅡ다음이몇편이더라..허허
피터팬넘불쌍하고안타깝다는...ㅜ어쩄든잘봤습니다~
화령님!!!!!!!!!!아니..화영님이라불러야할까요ㅎㅎ무튼 불쌍한 피터팬이지만 나름대로 사정이있는 놈입니다..하하-^- 봐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시길바랄께요..(무슨클럽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