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τξ Volume Six.
그가 자신을 소개한 뒤로도 멍 때리고 있는 학생들.
이마빡이 까지고 목소리도 걸걸하고 교탁보다 조금만 위로 나와있던 세계사 선생을 보다가
결좋은 짙은 보라색 머리에 듣기좋은 미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훤칠한 키를 가진 그를 보니
남녀를 불문하고 학생들은 꿈속에라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는 건지 카일은 자신이 한마디만 더해도 쓰러질것 같은 학생들을 가만히 바라만 본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건 역시 그녀.
그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책상에 친근하게 엎어져 있는 아린이.
그녀의 옆에 있는 민이는 다른아이들처럼 처음에는 카일을 흥미롭게 보다가 지금은 그녀를 따라서 엎어지기 직전이다.
둘 다, 남자 홀리기에는 전혀 무리없는 예쁘장한 외모이건만 어찌 저리도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지..
카일은 학교 밖에서는 주먹질도 하던 그녀들이 저렇게 학교에만 오면 맥을 못 추고 있는 꼴을 보니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여학생들은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 바람에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남학생들도 여학생 못지 않게 달아오른 얼굴로 '젠장젠장' 거리며 욕을 하고 있다.
".....전학년의 세계사를 다 내가 들어가니 힘들지 않게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열번, 백번, 천번이라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학생들.
빌빌- 꽈배기처럼 꼬아대는 그들을 카일은 흥미롭게 쳐다본다.
그러나 말이 흥미롭게이지, 딱 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그의 눈이다.
그저 무료한 공기를 견디지 못한 나른한 눈빛이란 것을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었다.
"..질문은 없나?"
참으로 매혹적인 말.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을 들고 질문을 할 줄 알았던 학생들은 그러한 예상을 깨고 입조차 열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질문하면 죽인다.. 라는 살벌한 카일의 기운을 눈치챈걸까..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그리 순종적인 것은 아니다.
알기로는 3명이 그리 순종적이지 못하다.
아린이와 민이, 그리고...
"...세계사는 인간계 여러나라들의 역사뿐만 아니라 마계, 천계, 요정계 등의 역사도 가르치는데
그런 곳들의 역사는 어떻게 아신겁니까?"
당당히 손을 번쩍 들고 묻는.. 기동이.
아린이의 지랄맞은 성격을 견디는 그가 순종적일리가 없다.
오히려 평소 아린이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카일에게 풀겠다는 듯 부리부리 눈을 뜨고 카일을 본다.
..어제 저녁거리만 집에 갔다놓고 친구 집에서 잔 기동이로서는 카일이 하숙한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한마디로, 이상한 질문을 해서 카일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제 무덤을 파는 짓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일은 애당초 질문을 해도 대답 할 생각이 없었는지 애꿎은 출석부만 넘기고 있었다.
"....오늘이 수업하는 첫날인데 출석부에 뭐가 끄적여 있을리는 없습니다. 대답이나 해주시죠."
자신의 질문을 없었던 것마냥 묵살하려는 카일에게 당당히 도전하는 기동이.
아이들은 경악과 동시에 경외심, 존경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뒤적이고 있던 출석부를 소리나게 덮고는 기동이를 바라보는 카일.
이리도 대담한 태도로 자신에게 도전할 인간은 없다고 생각했었는지 약간 놀란 듯 보인다.
다른세계의 역사는 어떻게 아는가 의 질문에 카일은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천계, 요정계는 몰라도 자신이 살고, 자신이 다스리는 마계의 역사를 그가 모를리는 없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 마황제 이기에.
"......최근, 다른 세계와의 교류가 잦아진 건 알 것이다. 인간은 기가 약하기에 다른세계로 가지는 못하지만,
흔히 천인이라 불리는 천계의 천족과 마계의 마족은 각기 자신의 기운을 1%정도만 남기고 제어를 하여도 무리 없이
인간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 일방적인 방문이긴 하여도, 꽤나 국제적인 방문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상황이지.
문화의 교류가 일어남에 따라 서로의 서적들도 많이 오갔다. 물론 그 속에는 역사 책도 끼여있기 마련이지.
그러나 그것들은 아직까지는 수가 적기에 널리 퍼진 건 아니다. 귀족들도 보기가 꽤 힘든 것도 많다."
"..........."
"..자,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본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학생들은 적잖이 당황한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 같이 생긴 그의 정체가 인간이지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무언가 숨겨진 것이 더 있는 것 같아 누구하나 대답하지 못한다.
기동이 또한, 당연히 인간이라 생각했던 그가 자신의 정체가 무엇이겠냐고 묻자 이상한 예감이 든다.
여전히 그는 이때까지 보아온 것처럼 인간의 모습이였다.
....'인간의 모습' 일 뿐인걸까..
"...첫날부터 너무 겁만 줬나 보군. 수업하도록 하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칠판을 향해 돌아서는 카일.
분필을 잡고 칠판에 뭔가를 쓰려다가 다시 뒤돌아선다.
"거기 맨 뒤에 긴머리 학생. 책이 영 형편없지 않나?"
절반으로 찢어진 민이와 아린이의 책이 카일의 눈에 상당히 거슬린 모양이다.
그러나 민이는 상관없다는 듯, 방금전의 카일처럼 어깨를 으쓱- 들었다가 내린다.
꽤나 건방진 그녀의 모습에 카일의 눈에는 전에없던 흥미로 물든다.
"...아무래도 조용히 넘어가기는 글렀군."
혼잣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카일이였지만
그순간, 그의 목소리에 감도는 어두운 살기정도는 감지할수 있는 민이였다.
..당연히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교탁앞에 서 있는 저 남자는, 여유롭게 분필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저 남자는 심상치 않은 남자였다.
"자네, 그 교과서 나한테 좀 넘기지."
민이는 어제와는 상당히 다른 카일의 모습에 의아해한다.
분명 자신의 또래로 보이던 남자가, 오늘은 20대 초반인 남자가 되어버렸다.
가까이 가면 뭔가가 위험할 것 같은 분위기에 민이는 찢어진 책 두권을 앞으로 전달한다.
당돌한 그녀의 행동에 카일은 또다시 실소를 흘린다.
잔뜩 얼굴을 붉힌 맨앞자리 아이가 카일에게 조심스레 동강난 교과서를 건낸다.
그리고 놀랄일은 다음부터...
"....?!!!"
보일듯말듯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체, 책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는 카일.
그의 시선이 위로 가면 책도 같이 위로, 아래로 가면 책도 같이 아래로 내려간다.
한마디로, 책이 그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손끝 하나 대지 않은 절반난 책이..
"페이리오."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을 들어 책을 가르키면서 짧은 한마디를 내뱉자
책이 혼자 움직인것보다 더더욱 놀랄 일이 벌어진다.
"...채..책이.... 붙고 있어..."
찢어졌던 책이 천천히 다시 붙고 있었다.
자국조차 남지 않고, 빈틈 한 곳 있지 않고.
잠시 후,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는 학생들의 눈 앞에는 새교과서마냥 말짱한 두 권의 교과서가 공중에 붕- 떠 있다.
".....어때, 꽤 잘 붙었지?"
그런 학생들을 보는게 그저 즐거운건지 꽤나 흥미가 감도는 목소리로 말하는 카일.
입을 틀어막은 체 벌벌- 떠는 학생들도 있는가하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말도 안하는 학생들.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얼굴에 띠고 있긴 해도 조금만 자세히 보면 그다지 좋은 표정이 아닌 학생들.
그런 그들의 반응만 봐도, 그들이 카일의 정체를 알아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마....마족....?"
새파랗다 못해 새하얗게 질린 여자아이가 양갈래로 묶은 머리를 꽉- 잡은 체 말한다.
카일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그 하얗고 긴 손가락을 들어 그녀를 가르킨다.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공포에 질린 아이가 덜덜 떤다.
".........."
다시 주문을 말할려고 입을 여는 순간...
......타악-!!
그에게로 날아온 보라색 샤프를 잡아내는 카일.
시선을 돌려 날아온 쪽을 바라본다.
"..작작 좀 해라, 앙? 인간을 완전 벌레 취급을 하시는구만?"
잠이 덜 깬 듯, 목소리는 얼핏 들으면 나른했지만 그 속에 깃들여진 차가움이나, 서늘하게 빛나는 눈빛이
그녀가 꽤 오래전부터 상황을 듣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카일은 잠시 아린이를 바라보더니 샤프를 도로 집어던진다.
"...벌레 취급이라... 섭한 소리를 하는군."
"............"
"그렇게 궁금해하던 내 정체를 알았으면 수업이나 하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교과서를 펼치는 카일.
그러나 반 안의 아무도 그처럼 교과서를 펼치는 행동을 하지 않자,
다시 고개를 들어, 한마디 툭- 던진다.
"내 입으로 확인해줘야 하는가? 나.는.마.족.이.다."
"........"
"그러니 수업하도록 하지."
*
드르륵-
"야!!"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옆구리에 책을 끼고 복도를 지나가던 카일을 불러세우는 아린이.
복도에 있던 아이들이 색다른 두 사람을 멀뚱히 쳐다본다.
처음보지만 이미 소문이 쫙- 퍼진 카일과
재학생 사이에서는 모르면 간첩으로 통하는 아린이.
거기다가 엄연히 선생인 카일을 아주 큰소리로 '야'라고 부르는 배짱두둑한 아린이.
그런 두사람이 같이 있자 시선이 모아지는 어쩌면 지극히도 당연한 일.
"..무슨 속셈이야, 너?"
"....하숙비는 내야지."
"허허, 하숙비를 내시겠다? 어제 들고 오신 돈보따리는 어쩌고?"
"개인적인 생활비."
"...개인적인 생활비가 넌 몇 억이 넘냐?"
"...뭐가 문제지?"
복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두 사람은 옥상으로 향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듣던 말던, 참으로 자신들의 세계에만 빠져 있는 두사람.
"뭐가 문제~? 마황제님께서 인간들을 가르치시겠다는데 어이가 없어서 혀가 꼬인다!!"
"...그럼 그만두고 도박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
"그딴 짓 한번만 더 했다가는 손발 깡그리 잘라서 시궁창에 처박을 줄 알아!!"
"그럼 가르쳐야지."
"글쎼 왜 하필 우리 학교냐고?!!"
"..이 곳에는 이상한 기운이 많길래 그냥 와봤다."
대화다운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두 사람.
아린이의 요점은 '왜 왔냐' 카일의 요점은 '돈 벌려고'
단 두마디로 끝나는 대화이건만 질질 끄는 걸 보니 참 답답하다.
옥상에 도착한 카일.
아린이는 뒤따라 들어가며 옥상문을 후려닫는다.
콰앙-!!!
"아니, 가르칠려면 그냥 닥치고 세계사나 가르치면 되지, 뭐하러 마족인걸 가르쳐줘?!!"
"궁금해 하는 건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선생의 임무."
"웃기고 있네!! 게다가 아까 그 여자애한테는 무슨 짓을 할려고 했던거야?!!"
"머리를 쥐어뜯고 있길래 태워줄려고 했지."
"...이걸 죽일수도 없고......"
난간에 기대서 세계사 책을 뒤적거리던 카일이 고개를 훽- 돌린다.
"..한 판 해볼련가?"
상당히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아린이를 바라보는 카일.
"됬거든.."
아침의 숨막히는 기억이 떠올랐는지 잔뜩 얼굴을 구기며 대답하는 아린이.
카일은 일명 '승자의 눈빛' 으로 아린이를 바라보더니 옥상을 여유롭게 빠져나간다.
한순간이였지만 뒷통수를 한대 후려갈기고 싶은 욕망이 꾸역꾸역 올라온 아린이.
"하아..."
그녀 답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 단념한다.
카일이 마족이란 사실은 이미 전교에 쫘-악 퍼진 지금.
선생들이 아무 말도 없는 걸로 보아, 이미 안다는 건데
어째서 위험천만한 마족을 학교의 선생으로 들여놓은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는 아린이.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마력을 펑펑-써대며 마족임을 드러내는 카일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적어도 그의 진짜 속셈을 알아차릴때까지 왠만하면 사고는 안 일으키는게 그녀한테는 유리하다.
"아아, 짜증나 죽겠네.."
아린이는 발로 땅바닥을 쾅쾅- 두드리면서 신경질을 낸다.
그것도 잠시, 그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푸르기만 한 하늘을 보고 싶었는지
아린이는 그녀만의 장소로 올라간다.
옥상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두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 있다.
재학생 중 그곳이 천하의 송아린의 지정석인 것은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감히 올라올 엄두도 못 낸다.
"..하아?"
그런 그 곳에, 누군가가 담배를 꼬나물고 드러누워 있다.
안녕하세요, [악령·惡靈] 입니다.
제가 싸움질하다가 오른손 손목인대가 늘어나는 바람에
소설이 좀 늦었습니다.
독수리타법으로 이 정도 길이를 쓰자니 꼬박 3일이 걸리는군요.
아마 당분간은 이틀에 한편정도도 간당간당 할 것 같습니다.
그정도는 양해좀 해주시고요^^
오타 지적을 해주심과 동시에 짧은 댓글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왠지 점점 잼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담편이 기대되
담편이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손목 나으면 하루에한편 써드릴게요. 댓글 감사합니다
오옷 ㅇ_ㅇ 말투 하나하나가 저에게 깊은 인상을 왠지 모르게 매력적이에요 >ㅁ<
아앗, 제 아래위로 헤르마스터라는 소설을 쓰신 분!! 댓글 굉장히 감사합니다^^
카일이 설마 자기의 정체를 밝힐줄은....그치만 그게 더 매력인것 같아여!!!~
카일은 참 특이한 매력을 가졌네요^^ 언제나 재밌는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숯달이님
난간에 있는사람 카일;;;따라온 시종????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불량 시종..? 풋, 댓글 감사합니다, 야쿠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