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에 대규모 선수 보강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구단은 소프트뱅크다. FA(자유 계약선수)인 주니치의 나카다 겐이치 투수와 니혼햄의 쓰루오카 신야 포수를 영입한 데 이어 외국인 선수로 한국의 거포 이대호에다 한신 소속 제이슨 스탠드릿지, 세이부 라이온즈 소속 데니스 사파테, 니혼햄 소속 브라이언 울프 등 3명의 투수를 그야말로 ‘가로채듯’ 영입했다. 싹쓸이를 한 것이다.
나카다는 지난 시즌 4승 6패 15 홀드로 기대에 미치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나이 아직 31세다. 선발로 나선다면 10승, 중간계투라면 중요한 국면에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쓰루오카는 다르빗슈가 팀에 있을 때 니혼햄의 핵심 투수로 중용됐었지만, 지난 시즌 구단으로부터 신뢰감을 잃었다. 이 때문에 FA를 선언하고 소프트뱅크로 둥지를 옮겼다.
FA는 선수의 권리이자 구단 전력 보강 기회지만 마약과 다름 없어
FA자격은 선수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구단으로도 가장 빨리 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러한 룰이 횡행하고 인정받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의미 없겠지만 이 정도의 선수를 쓸어모은 뒤 다음 시즌을 어떻게 꾸려나갈 지 걱정되고 의문이 생긴다. 사실 소프트뱅크 주장 마츠다 노부히로도 “이적선수와 기존 선수의 균형을 고려해서 선수를 보강했으면 한다”고 프런트에 요청했다. 소프트뱅크는 근래 FA로 스기우치 토시야 투수, 와다 쓰요시 투수, 카와사키 무네노리 내야수, 야마자키 카쓰미 포수 등 팀 주축 선수들이 이적을 했기 때문에 다른 구단 이상으로 전력 유지에 필사적이었던 것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 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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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왼쪽), 브라이언 울프(오른쪽)
FA나 외국인 보강은 마약에 지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는 약발이 먹히지만, 그 효과가 길게 지속되지 않는다. 선수는 능력이 절정일 때 이적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구단은 매년 제2, 제3의 FA선수 획득에 기를 쓰게 된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젊은 선수를 양성할 기회는 없어지고 평균 연령에다 연봉까지 급등하는 등 일그러진 형태의 선수 구성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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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슨 스탠드릿지(왼쪽), 데니스 사파테(오른쪽)
예전에 요미우리가 그랬다. 해마다 FA선수를 데려와 선수를 출전시키면 할수록 역으로 오래된 팬은 떠났다. 비용 대비 효과로도 결코 남는 장사는 아니다. 요미우리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선수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지만 구단이나 야구팬들이 인정할 만큼 팀에서 육성된 선수는 별로 없다. 야마구치 테쓰야 투수, 사카모토 하야토 내야수 정도이다. 나머지는 아직 평가할만한 수준이 안된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요미우리는 히로시마의 중간계투 요원 오오다케 칸과 2루, 3루를 지킬 수 있는 능력 있는 타자 가타오카 야스유키를 세이부에서 FA로 영입했다. 선수 육성으로 메울 수 없는 포지션은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한신도 FA 즉효약이라는 마약에 중독돼 FA선수를 지속 영입, 현재 젊은 선수층 육성이 심각한 상태다.
구단들은 “선수 육성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고 말한다. 고교 등에서 드래프트로 확보해 2군에서 기초부터 가르쳐, 1군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활약하는 수준까지 키워 나간다? 말은 참 단순하지만 로봇을 제조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선수)을 키우는 것이기에 그 이상과 현실에는 큰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구단들은 ‘선수 10명을 뽑아도 1~2명 선발라인에 정착하면 대성공’이란 말이 정설이다. 그런데 요즘 프로야구계에서 왜 젊은 선수가 늘어나지 않는 걸까” 그 원인은 또 있다.
첫째 선수 육성군 코치의 문제다. 단언컨대 일본에서는 1군 코치를 중시해서 2군은 선수생활을 갓 은퇴해 코치 경험을 쌓기 시작한 젊은 코치이거나, 반대로 나이가 든 베테랑 인물이 코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전자는 아직 지도력이 미숙하고, 후자는 대체로 경험 지상주의로 유연한 발상이나 새로운 코칭 기술에 소홀하다. 또한 코치는 1,2군 공통으로 교체가 잦아 연속성이 없다.
세이부를 보라! 세이브 선수육성은 日 프로야구의 규범해마다 코치가 바뀌면서 매년 지도 스타일도 바뀌니 선수들은 코치를 믿고 따르지 못한다. 또 결과가 안 나오면 코치도 곧바로 경질돼 버리기 때문에 성적에 연연하다 보니 선수에게 지나치게 결과를 강요한다. 이러다보니 투수, 타자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폼을 바꾸게 해 부상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그런 실패를 알고 있는 ‘현명한 코치(?)’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지도하지 않고 선수들 자율 훈련을 하도록 해 ‘실력이 늘어나면 내 덕이고 늘지 않으면 선수 탓’하는 책임회피형 코치로 전락한다. 이런 환경에서 젊은 선수가 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이부와 같이 주축 선수들이 이적을 해도 정말 놀랄만큼 젊은 선수들이 대체되는 팀도 있다. 이런 팀은 일본에서도 많지 않지만 세이부 구단 특징은 ‘팀으로서의 지도’가 뿌리 내려 있다는 점이다. 팀 자체에 노하우가 정착돼 있다. 그래서 코치가 바뀌어도 지도 방법이 현저하게 바뀌는 일이 없다. 세이부의 선수 육성책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선수 육성의 어려움은 키우는 일 자체가 아니라 육성하는 쪽에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다. 다시 말해 구단이나 팀 조직의 문제인 것이다. 선수 육성에 성공하려면 1회성 보강보다 충실한 전력을 육성해야 한다. 이것을 실현시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프로정신’이다.